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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주가 고점 대비 반토막
카카오 주가는 반의 반토막
9월 들어 주가 부침 심해져
강력한 규제 리스크 해소됐고
생성형 AI 상용화 성공했지만
별다른 반응 보이지 않는 주가

호재성 이벤트가 많다. 중장기 경영 플랜도 나름 알차다. 그런데 주가는 바닥도 뚫고 지하실로 내려왔다. 카카오의 소액주주 수는 200만명에 육박하고 네이버의 주주는 100만명에 달한다. 국민주로 등극한 네카오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2년 전 고점을 찍고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사진=연합뉴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2년 전 고점을 찍고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약세의 늪에 빠졌다. 9월 27일 기준 네이버는 20만15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 7월 고점(46만5000원) 대비 56.66% 하락한 수치다.

카카오도 2021년 6월 고점(17만3000원)에 견줘 반토막 넘게 하락한 4만3950원으로 마감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봐도 약세다. 네이버 주가는 1.47% 꺾였고, 카카오의 주가는 1년 전보다 26.38% 낮다.  

2년 전 기록한 고점을 회복하긴커녕 1년 내내 박스권에서 맴돌았다. 특히 카카오는 최근  52주 신저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문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몇몇 악재를 떼어내면서 투자 매력이 부각됐음에도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떤 면이 달라졌을까. 먼저 네카오를 둘러싼 호재부터 살펴보자. 

■ 호재➊ 규제 리스크 해소 = 무엇보다 두 회사의 최대 리스크였던 ‘플랫폼 규제 이슈’가 상당히 약해졌다. 현재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 활동을 보장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골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같은 민간기구나 내부위원회에 각종 플랫폼 기업의 분쟁을 처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거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선 규제가 생기는 것보단 자율기구나 자체규율을 통해 갈등을 조율하는 게 훨씬 더 안정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규제의 전략적 틀이 자율로 굳어지면서 규제 리스크에 따른 주가 하락 요인이 사라졌다”면서 “정부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정치권에서도 추가 규제에 나서는 게 과잉 규제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호재➋ 성장동력 확보 = 두 회사가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불식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네이버는 자사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시작으로 일반 사용자와 기업을 아우르는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엔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를 공개했고, 최근엔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Cue:)’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생성형 AI 검색서비스인 ‘큐:(Cue:)’.[사진=뉴시스]
네이버 생성형 AI 검색서비스인 ‘큐:(Cue:)’.[사진=뉴시스]

네이버 AI 서비스의 기술 완성도를 두곤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중에 선보일 만큼의 모양새를 갖췄다는 점은 호평을 받고 있다. LLM을 활용한 생성형 AI 서비스의 상용화는 오픈AI(챗GPT)나 구글(바드) 같은 글로벌 빅테크만이 해낸 영역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도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카카오톡에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했고, 8월 ‘조용한 채팅방’ 기능을 추가했다. 9월엔 ‘전화번호로 친구 추가 허용’ 옵션을, 최근엔 카카오톡 프로필 탭 하단에 카카오스토리를 없애고 ‘펑’을 탑재했다. 펑은 인스타그램의 주요 기능인 ‘스토리’와 유사하다. 

카톡 이용자는 펑을 통해 글·사진·동영상 등을 업데이트하고 각종 이모티콘과 음악을 추가할 수 있는데, 게시글은 24시간 동안만 노출된다. 언뜻 봐도 이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카카오톡 기능을 고도화해 사용자 지표를 끌어올리고 광고 수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카카오는 오는 10월 중에 자체 개발한 LLM인 ‘코GPT 2.0’을 공개한다. 회사가 전개 중인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 호재➌ 수익성 개선 = 두 회사는 주가 하락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혀왔던 수익성 문제도 어느 정도 풀어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네이버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 카카오도 75.0% 늘어난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제반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다. 

■ 통하지 않는 호재 = 이처럼 네카오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호재는 적지 않다. 주목할 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숱한 호재가 주가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두 회사의 주가는 9월 들어 이전보다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9월 한달 각각 6.06%, 8.63% 떨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들어 다양한 주가 부양책을 쏟아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일례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4월 자사주를 각각 2억원, 1억원 사들였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자사주 189만주 소각 안건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대외 변수를 걸림돌로 보기도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기술주는 이미 하반기 들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럼 네카오의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진짜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주가 부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가 부진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는 성장성에 붙은 물음표를 떼어낼 만큼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라면서 “다만 주가가 워낙 장기간 억눌려 있는 탓에 투자자들의 무슨 일을 벌여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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