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
2023 스타트업 열전 1편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
1초면 새겨지는 디지털 타투
비눗물에만 지워지는 특성
프린팅ㆍ화장품 기술의 융합
유럽과 미국서 인체 무해 입증
글로벌 기업이 먼저 기술 인정
화장품 업계 판도 바꾸는 중

# 단 1초 만에 내 몸에 타투가 새겨진다. 지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비눗물로 씻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놀라운 기술을 개발한 곳은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다. 2016년 ‘프링커(Prinker)’라는 일회용 타투 생성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이 회사는 권위 있는 상을 휩쓸고 있다. 

# 더 놀라운 건 이 회사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진행한 VIP 행사나 나이키 신제품 발표회 등에서도 타투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올해 1월엔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도 협업해 신박한 화장기기도 만들어냈다. 프링커코리아는 어떻게 ‘타투 생성기’만으로 이런 일들을 이뤄냈을까. 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가 윤태식(43) 프링커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일회용 타투 시장 뿐만 아니라 화장품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천막사진관]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일회용 타투 시장 뿐만 아니라 화장품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천막사진관]

우리나라에서 타투(문신)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 3월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타투 새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10명 중 6~7명이 “불량하거나 무섭다”고 답했다. 타투에 비교적 관대할 듯한 20~30대조차 절반 이상은 “혐오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런 타투를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을 재기발랄하게 바꾸고 있는 기업이 있다. 세계 최초로 일회용 타투 생성기 ‘프링커(Prinker)’를 개발한 창업 8년차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다. ‘프링커’는 크기에 맞는 도안만 있으면 어떤 이미지든 단 1초 만에 타투를 새기는 기계다. 물만으론 어렵지만, 비눗물로 씻으면 흔적도 없이 지울 수 있다. 그만큼 피부에 무해하다.

이 때문인지 ‘프링커’는 타투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을 넘어 마케팅ㆍ화장품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프링커’는 과연 어떻게 탄생한 걸까. 윤태식(43) 프링커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 1초 만에 타투를 새길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직접 눈으로 한번 확인해 보시죠.”

윤 대표는 곧바로 프링커를 꺼내 들었다. 앱에서 타투 도안을 찾아서 선택하고, 자신의 팔에 분무기 속 투명한 액체를 칙칙 뿌렸다. 잉크의 방수와 코팅을 돕는 스킨프라이머라는 액체다. 곧이어 프링커가 팔 위를 한번 쓱 지나가니 ‘Prinker’란 컬러 글씨가 새겨졌다. 같은 방식으로 귀여운 오리도 찍어냈다. 타투를 새기는 데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 어떤 원리인가요?
“피부에 타투 도안을 프린팅(인쇄)한 거라 보면 됩니다. 작동 방식도 프린트가 종이에 그림을 인쇄하는 것과 비슷하고요.”

‘프링커(Prinker)’라는 제품명은 ‘모양내는 사람’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를 차용한 거다. 타투 프린팅이라는 사업 아이템과도 의미가 통해서 지금은 두 의미를 모두 갖고 있다. 

✚ 순식간에 인쇄가 끝난다는 게 신기하네요.
“저희만의 독특한 기술이 숨어 있습니다.”

✚ 어떤 기술인지 궁금합니다. 
“크게 두가지인데요. 먼저 독특한 프린팅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일반적인 프린터는 잉크헤드가 일정한 속도에 맞춰서 정해진 위치에 잉크를 뿌려 인쇄를 완성합니다. 반면 사람 손으로 인쇄를 한다면 속도도, 위치도 일정하지 않을 겁니다. 일정하지 않은 속도로 정확한 위치에 잉크를 뿌릴 수 있어야 프린팅이 가능하단 겁니다. 프링커는 이를 구현해 냈습니다.” 

✚ 어떻게 구현했나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일반 프린터는 잉크 카트리지가 있고, 거기서 나온 잉크가 노즐(사출구)을 통해 분사되는 구조입니다. 매우 작은 입자의 잉크 방울이 날아가서 종이에 안착하면 인쇄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이 방식을 사람 몸에 적용하려 하면 다양한 변수가 생깁니다. 그 변수들을 하나씩 제어한 게 우리의 방식입니다.” 

✚ 예를 들 수 있을까요?
“예컨대 노즐과 피부의 간격을 얼마만큼 허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인쇄 품질이 달라져요. 인쇄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즐과 피부의 간격을 너무 좁히면 피부 탄성으로 인해 타투가 뭉개지죠. 간격을 너무 넓히면 잉크가 직선으로 가지 않고 흩날려서 선명하게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노즐 제어시스템을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적용했어요. 위치를 정확히 보정해주는 특별한 센서도 달았고요. 그런 후에 시제품을 만들어서 버리는 걸 반복한 겁니다. 피곤한 일이었죠.”

이렇게 탄생한 기술은 프린트 업계에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HP 본사에서 ‘너희들이 만들었느냐’며 먼저 연락했을 정도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현지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진행한 프링커코리아의 첫 시연.[사진=프링커코리아 제공]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현지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진행한 프링커코리아의 첫 시연.[사진=프링커코리아 제공]

✚ HP 본사에서 연락을 해온 게 이 기술 때문인가요?
“네, 맞습니다. HP 본사가 느닷없이 전화를 해사 ‘HP로부터 기술자문을 받았느냐’고 묻더군요. 당연히 아니라고 했죠. 그랬더니 HP가 그동안 외부 업체에 이런 걸 구현해보라고 기술자문을 해줬는데도 못한 걸 저희가 했다더군요. HP 본사에서 직접 구동방식을 확인하고는 공식 파트너를 제안했어요. 구체적으로 밝히긴 힘들지만, 그 일을 계기로 HP와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두번째 숨은 기술력은 뭔가요?
“프링커에 들어간 건 일반적인 잉크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화장품 안료로 만든 잉크입니다. 색깔이 있는 작은 모래 알갱이들을 물에 넣었다고 했을 때 녹지는 않으면서도 수년이 지나도 일정한 밀도로 떠 있도록 만든 그런 잉크죠. 그래야 잉크가 물에 지워지거나 몸에 착색되는 걸 방지할 수 있거든요. 전 세계에서 화장품 안료 잉크를 만드는 곳도, 이를 상용화한 곳도 저희가 유일합니다.”

✚ 인체에 무해한 잉크인가요?
“화장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법적 규제를 받는데요. 유럽 화장품인증(CPNP)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 조건까지 모두 충족하고 있습니다.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죠.”

✚ 스타트업이 이처럼 세계적인 기술을 완성했다니 놀랍군요. 
“초기 개발 과정에 삼성전자가 없었다면…, 글쎄요. 개발이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 무슨 말인가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2005년)가 제 첫 직장이었어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었지만 정작 제 적성엔 좀 맞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2010년에 삼성전자 본사 차원에서 전 계열사 직원들에게 ‘지금껏 삼성이 단 한번도 한 적 없는 분야의 제품을 기획해 보라’는 공모전 같은 것을 진행했어요. 그때 디지털 타투 기기를 아이디어로 냈죠. 근데 추리고 추려서 제 아이디어가 최종 선정이 됐어요. 유사 제품이 어디에도 없다는 게 이유였죠. 이후 삼성전자의 인력과 자금을 지원받아서 초기 개발을 시작했어요.”

✚ 될 만한 사업을 알아본 거였을까요?
“돌이켜보면 이 기술을 구현해서 제품을 만들고, 공급망을 관리하고, 서비스 관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부 전문가들이 봤을 땐 황당한 아이디어였을 겁니다.”

✚ 창업했다는 건 삼성전자에서 사업을 끝까지 진행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유가 있나요?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했다면 지원을 하지 않았겠죠. 다만 중요한 걸림돌이 있었어요. 삼성전자는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생산과 유통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까다롭게 관리합니다. 그게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배경이기도 하죠. 디지털 타투 사업은 그 체계에 여러모로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좀 역설적이네요. 괜찮은 아이템이라 선정은 했는데 말이죠.
“그렇죠.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 그게 밑거름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내에선 할 수 없었으니 제가 나가서 해보겠다 했고, 회사 동의를 얻어 2015년 12월에 창업을 했죠. 당시 함께 연구했던 분들이 함께 창업 멤버가 됐고요.”

2017년 미국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테크크런치에 참석한 윤태식(가운데)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프링커코리아 제공]
2017년 미국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테크크런치에 참석한 윤태식(가운데)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프링커코리아 제공]

✚ 창업 후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가장 큰 어려움은 함께 창업한 이들 전원이 제품 기획과 개발 노하우만 있었다는 겁니다. 제조, 판매, 서비스 경험은 전무했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무조건 제품을 완성해서 시장에서 테스트해 보자고 맘먹었어요. 2016년 중순께 제품을 완성했고, 운 좋게 시장에서 테스트할 기회를 얻었어요.”

✚ 어떤 기회였나요?
“그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열렸는데, 삼성전자가 현지에 홍보 부스를 만들어서 각종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바로 그곳에서 저희가 현지 사람들에게 타투 서비스를 무료를 해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삼성전자가 어디서도 시도해보지 않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덕분이었어요.” 

✚ 친정의 도움을 받은 셈이네요. 
“그렇죠.”

✚  반응은 어땠나요?
“대단했습니다. 타투가 자연스러운 나라여서인지 반응이 뜨거웠죠. 브라질 지역 언론에서 저희를 별도 취재해서 보도하기도 했고요.”

✚ 가능성을 봤겠군요.
“맞습니다. 다만 그때는 피드백을 받고, 제품의 부족한 점을 체크하고, 수정할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에 전력을 기울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걸 기반으로 다시 개발에 몰두했고,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2017년에 그럴듯한 수준에 도달했어요. 이후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서비스를 하면서 저희를 알렸고, 인정을 받았죠.”

프링커코리아의 특별한 기술은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슬러시(Slush) 2016’에선 톱4 기업에 선정됐다. 이후 독일 가전박람회(IFA),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국제가전전시회(CES) 등에도 참여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CES 혁신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바르셀로나 마라톤이나 미국의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인 롤라팔루자에선 타투 서비스를 제공했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진행한 VIP 행사나 나이키 신제품 발표회 등에서도 타투 서비스를 선보였다. 디지털 타투를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젠 삼성전자도 고객사다. 

흥미로운 건 프링커코리아가 2022년엔 세계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코스모프로프 어워드’에서도 1위를 수상했다는 점이다. 디지털 타투 기기 제조 스타트업이 전 세계 600여개의 브랜드를 제치고 1위를 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 코스모프로프 어워드에서 수상을 한 건 좀 의외인데요?
“타투는 몸을 치장하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화장과 다를 게 없어요. 인체에도 무해하고, 도안만 있다면 빠르고 쉽게 그렸다 지웠다 할 수 있으니 화장 기술에 접목하기 쉽습니다. 예컨대 프링커로 순식간에 눈썹화장을 하는 거죠. 올해 CES에서 로레알과의 협업을 통해 그 기능을 가진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링커코리아의 디지털 타투 생성기가 기업의 마케팅 영역과 화장품 업계의 화장 기술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는 얘기다. 경계까지 허문 기술력 덕분인지 프링커코리아엔 삼성벤처투자를 비롯해 기업형 벤처캐피털(로레알)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 스타트업치곤 탄탄한 투자자들이 꽤 몰려 있네요?
“그렇긴 하죠. 저희가 지금껏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술을 선보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홍보가 제대로 된 셈이죠.”

✚ 실적은 좀 나오고 있나요?
“실질적인 매출은 마케팅 기업들을 대상으로 프링커 임대사업을 펼친 2017년부터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올스톱된 탓에 저희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다시 행사들이 늘면서 지난해 기준 29억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아직 연구ㆍ개발 비용이 많아서 영업이익은 공개할 수준이 못 됩니다.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협업을 꾀하고 있습니다.”

✚ 전략이 있나요?
“전략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는 기업간(B2B) 거래를 중심으로 사업을 했는데, 제품을 손봐서 이젠 일반 소비자(B2C) 판매를 더 늘려가고 있습니다.”

✚ 끝으로 목표를 말씀하신다면.
“프링커는 디지털 타투 생성기지만 더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화장품 산업 외에 헬스케어 산업이나 정보화 산업 등에도 적용할 수 있죠. 그렇게 시장을 넓혀가 보려 합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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