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2편
애매한 부모님 용돈 액수
금액 줄이려면 소통이 필수
상황 설명해 오해 막아야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문제일 것이다. 자녀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면 다행이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거나 신생아라면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럴 때 대부분은 부모님께 ‘헬프’를 요청한다. 여기서 수고비 겸 용돈을 얼마나 드리느냐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된다. 자칫하면 돈을 드리고도 감정 상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모님 용돈으로 고민하는 신혼부부의 고민을 들어봤다.

부모님 용돈은 다루기 애매하다. 자칫하면 부모님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모님 용돈은 다루기 애매하다. 자칫하면 부모님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나 드려야 할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고민에 빠져봤을 것이다. 적게 드리면 성의 없어 보이고, 너무 많이 드리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탓에 적정 액수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도 직장인들 사이에선 관심거리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지난 1월 회원들을 상대로 ‘양가 부모님께 드릴 용돈 액수’를 물어본 결과, ‘총 40만~80만원’이 전체의 46.8%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80만~200만원(26.2%)’, ‘40만원 미만(10.3%)’이 이었다. 블라인드 회원들은 “매년 명절·생신·어버이날에도 드릴 걸 생각해서 정해야 한다” “액수보단 횟수가 중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박문휘(가명·36)씨와 양영희(가명·35)씨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맞벌이 중인 부부는 직장에 있는 동안은 두 자녀(3·1)를 박씨 부모님께 맡기고 있다. 그러면서 용돈 겸 수고비로 부모님께 한달에 100만원씩 드리고 있다. 당연히 드려야 할 돈이긴 하지만, 통장이 매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탓에 줄여볼까 고민 중이다.

부부가 신경써야 할 건 부모님 용돈뿐만이 아니다. 현재 부부는 전세대출금 2억원(연이율 4.24%), 마이너스 통장 1400만원(6.4%), 보험약관대출 600만원(5.02%)을 받은 상태다.

이 보험들의 옵션이 모두 변동금리여서인지 최근 이자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부부는 걱정이 태산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섯차례 연속 동결하긴 했지만, 언제 또 인상할지 알 수 없어서다.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은 당장 변제하기 힘들더라도, 마이너스통장과 보험계약대출은 빨리 정리할수록 좋다.

지난 상담에서 이같은 상황을 파악한 필자는 부부의 가계부를 본격적으로 살폈다. 둘 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760만원으로 남편이 430만원, 아내가 33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639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6만원, 금융성 상품 55만원 등 770만원이다. 한달에 10만원씩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대출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대출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상담에선 먼저 부부의 재무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부부는 앞서 언급한 대출들을 전액 상환하는 것,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목돈을 두둑이 준비해야 하고, 그러려면 부부의 가계부도 대대적인 줄이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목표를 파악했으니 이를 위한 재원을 본격적으로 마련해 보자. 먼저 앞서 언급했던 부모님 용돈(100만원)을 조금 조정하기로 했다. 필자의 경험상 상담자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액수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건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줄일 땐 줄이더라도, 용돈을 줄인 이유를 부모님께 충분히 설명해 드려야 한다. 그래야 받는 쪽에서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더구나 박씨 부모님은 자신들의 시간을 할애해 부부의 두 자녀를 돌보고 있다. 그렇기에 이 돈은 용돈이라기보단 수고비에 가깝다. 부부가 충분히 부모님과 상의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필자의 조언대로 박씨는 현재 상황을 부모님께 상세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부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박씨 부모님이 용돈을 줄이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고, 이에 따라 부모님 용돈을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성공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다음은 월 140만원씩 쓰는 식비다. 성장기 자녀가 있는 만큼 많다고 보긴 어려운 액수지만 목돈이 필요한 만큼 어느 정도 줄여야만 했다. 요즘 상담자들의 식비에선 배달음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체 배달료가 비싼 데다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더 비싸게 값을 치는 음식점이 일부 있어서다.

부부는 배달음식 횟수를 줄이고 식재료를 주기적으로 소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료 낭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식비는 14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30만원 절감됐다.

통신비(37만원)도 일부 줄였다. 부부는 둘 다 월 8만원짜리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이를 5만원짜리 알뜰폰 요금제로 교체해 총 6만원을 줄였다. 부부가 컴퓨터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유선 인터넷 요금제도 5만원에서 3만원으로 2만원 줄였다. 이를 통해 부부의 통신비는 37만원에서 29만원으로 8만원 절약됐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의 줄이기 상황을 정리해 보자. 부부는 부모님 용돈 20만원(100만→80만원), 식비 30만원(140만→110만원), 통신비 8만원(37만→29만원) 등 58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10만원이었던 적자도 48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한달에 79만원씩 빠져나가는 보험료부터 변동금리 옵션이 붙은 마이너스통장, 약관대출의 원리금(21만원) 등 부부의 가계부에 붙어 있는 군살을 모두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마지막 상담에서 좀 더 수월하게 재무 솔루션을 짤 수 있다. 과연 부부는 지출 줄이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