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스터디카페 기업분할
최씨네 제과점➋ 물적분할
물적분할 택한 최씨네 집안
자본금 확충 대주주 지분 늘려
늘어난 지분으로 물적분할
분할 후 다시 인수합병 추진
대주주 지배력만 높아져…

기업이 분할을 꾀할 때 투자자들은 그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최씨네 제과점을 통해 물적분할의 위험요인을 살펴봤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이 분할을 꾀할 때 투자자들은 그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최씨네 제과점을 통해 물적분할의 위험요인을 살펴봤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물적분할에 나선 기업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핵심 사업을 키우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하지만 이 말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대주주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기업분할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핵심 사업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만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과 달리 주주들이 기업의 물적분할 계획에 반기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더스쿠프가 가상인물 최고집씨가 운영하는 ‘최씨네 제과점’을 통해 물적분할에 숨은 위험요인을 쉽게 살펴봤다. 더스쿠프 새 연재 ‘경제학 스터디카페’ 두번째 편이다.


<What is  최씨네 제과점>

10년 전 최고집씨는 변변한 빵집 하나 없던 도심 변두리 동네에 제과점을 차렸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그는 동네 유지 20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동네에 멋진 제과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하던 동네 유지들은 물심양면으로 최씨를 도왔다. 제과점에 투입된 초기자금의 80%를 부담했을 정도다. 나머지 20%를 최씨가 부담했다. 

최씨는 동네 유지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면서 투자비율만큼 제과점 지분도 나눠주고, 제과점이 이익을 내면 나름의 배당도 해줬다. ‘최씨네 제과점’은 그렇게 성장했고, 최씨는 동네 유지들의 신뢰를 듬뿍 받았다. 큰아들이 개발한 ‘구름빵’의 인기가 동네를 넘어 전국으로 퍼진 것도 최씨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최씨는 ‘다른 생각’을 품었다. ‘큰 병’을 앓고 난 직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불길한 걱정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죽고 나서 동네 유지들이 제과점을 빼앗으려 하면 어쩌지?” 

최씨는 제과점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구름빵’을 떠올렸다. 인기가 많은 데다, 큰아들이 개발해 따로 떼어낼 명분이 있었다. 최씨는 ‘구름빵 부문’을 별도로 분리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궁리를 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최씨는 어떻게 사업을 분리했을까. 視리즈 ‘최고집 제과점과 기업분할’을 통해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눠 살펴볼 예정이다. 그 두번째 물적분할 편이다. 

기업의 물적분할 이후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이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의 물적분할 이후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이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적분할은 하나의 기업을 모회사(지주회사)와 자회사(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부를 떼낸 후 자회사로 만든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이란 자회사를 만든 게 대표적 사례다.

물적분할은 기업의 알짜사업만 따로 떼낸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물적분할에 나섰던 CJ ENM과 풍산 등이 분할을 철회한 이유도 여깅 있다. 그렇다면 물적분할은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반발을 사는 걸까.

분점 개설을 준비 중인 ‘최씨네 제과점’의 사례를 통해 물적분할이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최씨네 제과점’ 주인 최고집씨는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제과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좀처럼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10년 전 제과점을 내면서 동네 유지 20명의 도움을 받았고, 그들은 사실상 ‘최씨네 제과점’의 최대주주(총 80.0%·최씨 지분율 20.0%)였다.

그러던 어느날 뉴스를 보던 최씨가 무릎을 탁 쳤다. 제과점을 ‘최씨 집안 소유’로 만들 방법을 뉴스에서 얻었기 때문이었다. 최씨가 본 뉴스는 국내 기업들의 물적분할 관련 소식이었다. 

최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결심했어. 해법은 물적분할이었어.” 최씨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가족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최씨네 제과점’을 우리 것으로 만들 방법을 생각해냈어. 분점을 개설하는 방식을 쓰는 거야. 인기가 많은 ‘구름빵’만 따로 떼어내 제과점을 만들면 동네 유지들의 영향력도 떨어뜨릴 수 있어. 그러면 구름빵 사업은 첫째가 맡거라. 어차피 개발도 네가 했으니, 운영도 네가 하는 게 좋아.” 

큰아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제과점에 투자한 동네 유지들이 받아들일까요.” 최씨는 답했다. “그럴듯한 명분은 찾아놨어. ‘최씨네 제과점’의 인기 메뉴인 구름빵을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거야. 구름빵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하면 동네 유지들도 반대하진 않을 게야.” 그러자 작은아들이 물었다. “하지만 동네 유지들이 지분을 앞세워 딴죽을 걸면 어떻게 합니까. 엄격하게 따져보면 우리 지분은 20.0%에 불과하잖아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최씨네 가족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다. 하지만 최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에겐 나름의 비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최씨는 동네 유지들에게 자본금을 2배로 늘리겠다고 통보했다. 명분은 제과점을 확장하고 빵 만드는 설비를 늘리는 거였다.

“제과점을 찾는 고객이 늘었지만 편하게 빵을 먹을 수 있는 자리도 부족하고, 오븐도 낡아서 빵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금을 늘려 매장을 확장하고, 시설도 확충할 생각입니다.”

최씨의 말을 들은 동네 유지들은 난색을 보였다. 10년 전엔 최씨의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줬지만, 또다시 투자를 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다 싶었던 최씨는 유지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책임지겠습니다. 우리 가족이 자본금을 100% 늘리면 동네 유지분들의 지분율이 80.0%에서 40.0%로 떨어지겠지만, 추석과 설에 지급했던 배당금은 계속해서 드릴 테니 걱정하실 건 없어요.”
  
지분율이 낮아지는 건 께름칙했지만 동네 유지들로선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자본금을 늘리겠다는 최씨의 얘기를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자본금을 늘리는 과정에서 아들 3형제를 주주로 끌어들였다. 그렇게 ‘최씨네 제과점’의 지분율은 동네유지 20명 40.0%, 최씨 30.0%, 아들 3형제 30.0%(각각 10.0%)로 바뀌었다. 

사실상 제과점 지분율의 60.0%를 차지한 최씨는 ‘분점 개설(물적분할)’ 작업에 돌입했다. 브랜드명은 ‘구름빵 제과점’으로 정하고, ‘최씨네 제과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점포를 물색했다. 계획대로 ‘구름빵 제과점’의 운영은 빵을 개발한 큰아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얼마 후 최씨는 ’구름빵 제과점’ 개설 계획을 동네 유지들에게 알렸다. 최씨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동네 유지들은 크게 놀랐다. 특히 “구름빵을 키우기 위해 ‘최씨네 제과점’에선 더 이상 구름빵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최씨의 선언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구름빵 매출이 ‘최씨네 제과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감안하면 동네 유지들로선 손해를 보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동네 유지들은 “구름빵을 빼면 ‘최씨네 제과점’은 껍데기만 남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일부 유지는 “이제 먹고살 만하니 욕심을 부리는 건가”라면서 “누구 때문에 ‘최씨네 제과점’을 열 수 있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최씨는 분점 개설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구름빵 제과점’의 지분 100%는 최씨네 제과점에 있어요. 여러분도 간접적이지만 ‘구름빵 제과점’의 주주가 되는 셈입니다. ‘구름빵 제과점’이 성장하면 ‘최씨네 제과점’의 수익성도 좋아진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동네 유지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자신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분점 개설 계획을 확정한 최씨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불만에서였다. 하지만 그들에겐 최씨가 분점을 차리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 ‘최씨네 제과점’의 증자 과정에서 지분율이 80.0%에서 40.0%로 떨어진 탓이었다. 

그렇게 ‘구름빵 제과점’이 문을 열었다. ‘최씨네 제과점’의 100% 자회사 형식(분점)이었다. 분점을 내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지만 구름빵의 인기는 여전했다. 하지만 동네 유지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구름빵 제과점’이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정작 배당금은 늘기는커녕 줄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참지 못한 몇몇 유지가 최씨에게 그 원인을 따지듯 물었다. 최씨는 “‘최씨네 제과점’에서 구름빵 판매를 중단한 탓에 매출이 많이 감소했다”며 “어쩔 수 없이 추석과 설에 드리던 배당금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동네 유지들을 달랬다. 

그러자 한 동네 유지가 “ ‘구름빵 제과점’은 잘되지 않느냐”면서 되물었다. 최씨는 양해를 구했다. “제과점을 새로 내면서 생긴 부채를 갚고 있어 순이익이 많지 않아요. 인건비, 비싸진 원재료 가격 등도 감당하기 힘들고요. 어떻게해서든 배당금을 늘릴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최씨는 ‘제몫’을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기고 있었다. ‘구름빵 제과점’의 경영진에 최씨와 두 아들을 등재해 놓은 덕분에 적지 않은 임금을 받았다. 반대로 동네 유지들의 배당은 갈수록 감소했다. 최씨네 가족들이 ‘구름빵 제과점’의 운영에 집중하면서 ‘최씨네 제과점’의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었다. 

그러자 동네 유지들도 하나씩 떠나기 시작했다. 최씨네 가족에게 헐값에 지분을 넘기는 유지들도 등장했다. 그렇게 절반의 유지가 ‘최씨네 제과점’에서 손을 털었고, 최씨 가족의 지분은 60.0%에서 80.0%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얼마 후 동네 유지들은 뒤로 까무러칠 만한 소식을 접했다. 자회사 격인 ‘구름빵 제과점’이 모회사 격인 ‘최씨네 제과점’을 인수한다는 소식이었다.

최씨가 알려온 명분은 이랬다. “매출이 감소한 ‘최씨네 제과점’이 부실해지면서 ‘구름빵 제과점’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구름빵의 성공적인 프랜차이즈화를 위해서는 ‘구름빵 제과점’이 ‘최씨네 제과점’을 인수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합병 비율은 ‘최씨네 제과점’ 0.5 대 ‘구름빵 제과점’ 1로 결정됐다. 20.0%였던 동네 유지들의 지분율은 이 과정에서 10.0%로 더 쪼그라들었다. 최씨네 가족의 지분도 80.0%에서 40.0%로 줄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지금까지 구름빵을 팔아 두둑하게 챙긴 돈으로 ‘구름빵 제과점’의 지분 11.0%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최씨네 제과점’의 물적분할로 배를 불린 건 최대주주인 최씨네 일가밖에 없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씨네 제과점’의 물적분할로 배를 불린 건 최대주주인 최씨네 일가밖에 없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름빵 제과점’의 남은 39.0%의 지분은 새로운 투자자들에게 넘겼다. 구름빵의 인기 탓에 새로운 투자자를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구름빵 제과점’의 프랜차이즈를 위한 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그렇게 동네 유지들의 도움으로 10년을 넘게 버틴 ‘최씨네 제과점’은 사라졌다. 

하지만 최씨 가족에겐 아쉬울 게 없었다. ‘구름빵 제과점’의 최대주주(51.0%) 지위를 여전히 지키고 있어서다. 물적분할로 ‘구름빵 제과점’을 키우는 데 필요한 투자금도 두둑하게 챙겼다. 반면, 최고집씨를 믿고 투자한 동네 유지들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최씨네 제과점’의 분할이 불러온 나쁜 나비효과 탓이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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