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금융사건해결사
비상장주식 사기사건 別傳 1편
계좌지급정지 제도의 허점
증가하는 사이버피싱 피해
보이스피싱과 유사하지만
계좌지급정지 대상서 제외
재화 공급과 용역 제공 탓
계좌지급정지 대상 확대해야

사이버피싱은 투심이 강한 사람만 노리는 범죄가 아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이버피싱은 투심이 강한 사람만 노리는 범죄가 아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사이버피싱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사이버(Cyber)와 피싱(Phishing)을 결합한 말입니다. 요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주식리딩방, 비상장주식 사기 등이 바로 사이버피싱의 대표적 사례죠. 대포폰을 사용해 피해자를 속이고,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는 사기방식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비슷해 사이버피싱이라 부릅니다. 

# 최근 사이버피싱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경찰은 사기꾼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년 72.2%였던 경찰의 사이버사기 검거율은 지난해 70.1%로 떨어졌죠.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탓에 사기꾼들의 꼬리를 잡는 게 힘들다는 이유에서입니다. 

#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계좌지급정지를 이용해 사기꾼들이 사이버피싱에 쓴 통장을 묶으면 검거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계좌지급정지는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계좌의 거래를 막는 제도입니다. 사이버피싱이 보이스피싱과 유사하다는 걸 감안하면 계좌지급정지는 사이버피싱 피해자에게도 유용한 제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사이버피싱 피해자들은 통상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합니다. 이를 활용했다가 되레 사법처리를 받은 사이버피싱 피해자도 있습니다.

# 어찌 된 영문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사이버피싱 피해자들에겐 계좌지급정지 제도가 허락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통권 563호에서 마무리한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별전’입니다. 

전문가들은 계좌 지급정지 대상을 확대하면 비상장주식 사기와 같은 사이버피싱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계좌 지급정지 대상을 확대하면 비상장주식 사기와 같은 사이버피싱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사진=뉴시스] 

주식리딩방, 비상장주식 사기 등에 휘말린 피해자에게 사기꾼의 통장을 묶어두는 계좌지급정지는 유효한 무기다. 돈을 입금한 계좌를 묶어두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기꾼을 잡아들일 확률이 높아져서다. 문제는 사이버피싱은 계좌지급정지의 대상이 아니란 점이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별전에서 이 황당한 질문을 풀어보자.

주부 이서정(가명·49)씨는 하루에도 몇통씩 오는 주식리딩방 홍보 문자를 볼 때마다 치가 떨린다고 하소연한다. 2년 전인 2021년 ‘레버리지 사기’에 말려든 적이 있어서다. 2020년 주식 투자에 뛰어든 서정씨는 이듬해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자신들을 ○○투자자문업체라고 소개한 사기꾼들은 투자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빌려주겠다며 이씨에게 접근했다. 이른바 레버리지 사기였다. 

사기꾼들은 “증권사보다 조금 높은 0.3%의 수수료만 내면 투자금의 1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며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투자 고수가 추천하는 종목까지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며 유혹했다. 꼬임에 넘어간 서정씨는 투자금 3000만원을 사기꾼들이 불러준 법인 계좌로 송금했다. 

레버리지를 이용한 그는 넉넉한 투자금으로 엄청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사기꾼들이 급등주라고 소개한 종목의 수익률은 처참했다. 

사기꾼들에게 송금한 투자 예치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기꾼들이 서버점검 등을 핑계로 예치금 인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서정씨는 그제야 레버리지 사기라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사기꾼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 후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정씨는 경찰에 곧바로 고발했다. 

당연히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마지막 수단으로 사기꾼들이 사용한 법인 통장을 ‘보이스피싱 계좌’로 신고하고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돈을 묶어둬야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 선택은 서정씨에게 독이 됐다. 사기꾼들이 되레 ‘보이스피싱 허위신고’를 이유로 서정씨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황당하게도 법원 역시 사기꾼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정씨는 보이스피싱 허위신고 혐의로 약식기소됐고, 벌금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기꾼을 고발했는데, 되레 벌금을 내야 할 지경에 몰린 서정씨의 사례를 우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황당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무섭게 진화한 사기범죄의 민낯을 살펴보자. 서민을 울리는 사기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기범죄 건수는 최근 3년간 96만7578건을 기록했다. 누적 피해액은 68조9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범죄에서 사기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9%에서 2020년 20.4%로 치솟았다. 

특히 우려를 사는 부분은 사이버사기다. 2019년 13만6074건이었던 사이버사기 발생 건수는 2020년 17만4238건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2021년 14만1154건으로 조금 주춤했지만 지난해 15만5715건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최근 비상장주식 사기 등 사이버피싱이 성행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문제는 사이버피싱 범죄에 휘말린 피해자가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경찰에 고발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사이버피싱 사기꾼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기꾼들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탓에 범죄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당연히 수사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경찰 수사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계좌지급정지 요청이다. 사기꾼들의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의 수단으로 악용했으니 계좌를 막아달라’고 신고하는 것이다. 

근거는 2011년 3월 제정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다. 이 법 4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보이스피싱 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 조치해야 한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나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가능하다. 

금융회사의 자체점검을 통해서도 계좌지급정지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계좌가 정지되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고, 사기꾼이 돈을 인출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사기꾼을 검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통장에 범죄 수익이 남아있다는 건 사기꾼들이 여전히 사용하는 통장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자금의 흐름을 쫓으면 범죄 수익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환전상이나 돈을 찾아 전달하는 인출책을 잡을 여지도 생긴다. 전문가들이 사이버피싱 범죄에서 지급정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문제는 서정씨처럼 사이버피싱을 당한 피해자는 이 법을 근거로 계좌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까다로운 법 요건에 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속인 후 자금을 다른 통장으로 보내도록 하거나 알아낸 개인정보로 자금을 이체하는 행위, 돈을 출금하거나 출금하도록 한 행위를 보이스피싱으로 규정하고 있다.[※참고: 대출 제공이나 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도 보이스피싱에 포함하고 있다.] 

언뜻 사기꾼의 말에 속아서 돈을 다른 통장으로 보낸 서정씨도 이 법을 근거로 계좌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법엔 예외 조항이 있다.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는 거다.

이를 서정씨의 사례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선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계좌지급정지 대상인 보이스피싱이 아니다. 서정씨는 급등주 정보라는 용역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아니다.” 서정씨가 사기꾼에게 되레 고발을 당하고, 법적 처벌까지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정씨의 사례는 비단 레버리지에만 국한하는 건 아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주식리딩방, 비상장주식 사기, 비상장 코인 프라이빗 세일(비공개 사전 판매) 등은 현행법상 보이스피싱이 아니다. 리딩방은 종목 추천이란 용역을 제공하고, 비상장주식 사기, 코인 프라이빗 세일 등은 비상장주식이나 가상화폐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현행법의 좁은 요건을 지적하고 있는데도 왜 여태껏 개선되지 않은 걸까. 이 이야기는 사이버피싱 법적 사각지대 두번째 편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강서구 더스크프 기자
ksg@thescoop.co.kr 

※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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