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尹 정부 에너지 플랜 괜찮나➊
원전 강국 佛 풍력 적극 투자
尹, 재생에너지 없이 원전 강조
RE100 때문에 고민 커진 기업
한국 경제적 잠재력 악화 우려

RE100은 전세계 기업들이 직면한 당면 과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RE100은 전세계 기업들이 직면한 당면 과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중요한 건 이제 RE100을 충족하지 않으면 무역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RE100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원전으로 RE100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원전이 포함된 무탄소 에너지 캠페인인 ‘한국형 CF100’로 시장을 돌려놓겠다는 전략이지만, 세계시장이 이를 인정할지 의문이다.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괜찮은 걸까. 

“유럽에서 원자력발전소가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가 풍력발전소 확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파리의 남서쪽에 위치한 사르트르의 경우, 가는 곳마다 풍력발전 설비가 보일 정도다. 수년 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지 기업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는 생존이라는 말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 전 업무차 유럽으로 장기간 출장을 다녀온 대기업 임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유럽 풍력발전 업계의 단체인 윈드유럽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해 각각 2.7GW, 2GW 규모의 풍력발전 설비를 신규로 설치했다. 원전 1기의 규모가 보통 1GW인 점을 감안하면 두 국가가 각각 원전 2기에 해당하는 신규 풍력발전소를 건설한 셈이다. 

특히 프랑스는 원전 강국으로 불린다. 2021년 기준 프랑스의 원전 생산량이 유럽연합(EU) 전체의 52%를 차지했을 정도다. 그런 프랑스가 풍력발전 설비를 늘리고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국내 미디어는 프랑스가 신규 원전을 더 짓기로 했다는 사실에 중점을 뒀지만, 실제론 재생에너지 투자도 적지 않다는 방증이어서다.

이는 EU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유럽의회는 역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기준 기존 32.0%에서 42.5%로 상향 조정했다. 

■ 尹의 원전 중심 정책 = 우리나라의 상황은 EU의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 목표치는 원전 32.4%, 석탄 19.7%, LNG 22.9%, 신재생 21.6%, 기타 3. 4%다.[※참고: 여기서 ‘신재생’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일부 포함한다. RE100에서 말하는 재생에너지와는 구분되기 때문에 본문에선 관련 제도에 ‘신재생’이라는 단어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재생에너지로 통일했다. RE100 설명은 후술했다.] 

유럽의회는 역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종전보다 더 높이기로 했다. 사진은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사진=연합뉴스]
유럽의회는 역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종전보다 더 높이기로 했다. 사진은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사진=연합뉴스]

2021년 10월 전임 정부가 대외에 공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른 2030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 목표치는 원전 23.9%, 석탄 21.8%, LNG 19.5%, 신재생 30.2%, 기타 4.6%였다. 신재생 비중을 8.6%포인트 줄이면서 원전 비중은 8.5%포인트 더 늘린 게 윤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틀인 셈이다. 

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비율도 낮췄다. RPS는 한국전력 등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한 제도다.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나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ㆍ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증서)’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거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목적이다.

전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당초 RPS 비율은 2021년 9.0%에서 올해 12.5%로 끌어올리고, 2026년에는 25.0%로 더 높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 정부는 올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6년 RPS 목표 비율을 25.0%에서 15.0%로 하향 조정했다. 발전량 목표 비중을 낮춘 탓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모자랄 테니 RPS 비율도 함께 낮춘 거다.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겠다는 의지는 2024년 예산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24년 원전ㆍ재생에너지 지원 예산 현황’에 따르면 2024년 원전 지원 예산은 1420억원이다. 2023년(89억원)보다 16배 늘었다.

반면 1조1092억원이던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633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연구개발(R&D) 예산도 마찬가지다. 원전 R&D 예산은 2023년보다 262억원 늘었지만, 재생에너지 R&D 예산은 269억원 삭감됐다.

기후대응 R&D 예산 삭감액(869억원)을 포함하면 재생에너지 R&D 관련 예산은 총 1138억원이 줄었다.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이라는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고민 커진 기업들 = 문제는 윤 정부의 이런 에너지 정책으로 기업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RE100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 기업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의 경우 RE100을 실현할 방법이 없어서다.[※참고: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를 줄인 말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자율적 캠페인이다. 현재 420개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 중 국내 대기업이 34곳이다.]

지난해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고민이 잘 드러난다. 결과를 보면,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이중 대기업은 10곳 중 3곳(28.8%), 중견기업은 10곳 중 1곳(9.5%)이었다. RE100 달성 요구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대부분(38.1%)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기업들이 RE100 참여에 관한 애로사항으로 ‘비용부담(35.0%)’이나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을 꼽았는데, 대한상의가 그 근본적인 배경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을 지적했다는 거다. 예컨대 2021년 기준 국내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5개 기업의 전력소비량은 47.7TWh(테라와트시)였는데, 그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 불과했다.

당시 대한상의 측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고, OECD 평균치(약 30%)에도 한참 못 미친다”면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RE100 참여 기반 마련을 도울 목적으로 2021년에 등장한 ‘한국형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만 해도 157개에 달한다는 건 RE100 대응이 기업들의 당면 과제임을 잘 보여준다. 

RE100 관련 압박은 현재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경기연구원이 내놓은 ‘경제와 일자리를 지키는 RE100, 지역에서 해법을 찾자’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44개 기업(대기업 28곳, 중건ㆍ중소기업 16곳) 중 23곳(52.3%)이 ‘고객사로부터 RE100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온실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 제출(40.0%)’이나 ‘RE100 이행 및 증빙(32.0%)’ ‘제품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전 과정(26.0%)’ 등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역시 ‘높은 재생에너지 비용(27.0%)’과 ‘정부의 컨설팅 및 인센티브 등 지원 부족(15.9%)’ ‘재생에너지 부족(13.5%)’ 등을 RE100 이행의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 삼성전자 보고서의 함의 = 이처럼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더 원하고 있는데, 윤 정부는 그걸 되레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으니 기업들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2022년 RE100에 가입한 삼성전자가 올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그 답답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모든 해외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이미 베트남ㆍ인도ㆍ브라질에선 2022년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완료했다. 

문제는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력 수요가 큰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면서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바꿔 말하면 ‘마음만 먹으면 2027년 내에 완전한 RE100을 달성할 수 있지만, 국내 여건 때문에 23년이나 더 늦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삼성전자의 대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RE100을 주관하는 영국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그룹은 윤 정부가 지난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뼈대를 내놓자, 같은해 9월과 11월 두차례의 서한을 통해 깊은 우려를 전했다.

윤 정부의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결정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수조 달러의 투자를 놓칠 위험이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긴급하고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경제적 잠재력이 약해질 거라는 게 우려의 주요 내용이다.

특히 11월 서한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보냈는데, 여기엔 “RE100 캠페인에 동참한 기업들을 대변한 서한”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RE100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느끼는 우려는 과연 먼 미래의 얘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위기는 코앞에 닥쳤다. 이 얘기는 ‘尹 정부 에너지 플랜 괜찮나’ 2편에서 다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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