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올해 내국세 예산 대비 -15.3%
지자체 여윳돈 활용한다는 정부
여윳돈 없는 지자체는 어떡하나
재정 원칙 어긴 지자체들만 유리
여윳돈 두는 관행도 바로 잡아야

마이너스 54조9000억원.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세수 재추계를 통해 밝힌 올해 예산 대비 내국세 수입 감소액 규모다. 감소 비율은 15.3%다. 당연히 지방재정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내국세 수입과 연동돼 있어서다. 기재부는 부족분을 각 지자체의 여유 재원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 방침에는 맹점이 적지 않다.

지자체가 여유 재원을 많이 남겨 놓는 건 바람직한 재정 운영이 아니다.[사진=뉴시스]
지자체가 여유 재원을 많이 남겨 놓는 건 바람직한 재정 운영이 아니다.[사진=뉴시스]

“세수 감소에 연동해 줄어드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재원(통합재정안정화기금ㆍ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해 보전할 계획이다. 세수 부족에도 민생ㆍ경제활력 지원 등 재정사업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하겠다.” 지난 9월 18일 기획재정부는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기재부가 이런 방안을 내놓은 데는 배경이 있다.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살림에 보태라고 주는 돈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 설치ㆍ경영에 보태라고 주는 돈이다. 지자체들이 자체 수입으로는 재정을 감당할 수 없으니 중앙정부가 도와주는 거다. 두 예산은 현행법상 내국세와 연동돼 있어서 내국세 수입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 두 예산이 크게 줄게 생겼다. 기재부 세수 재추계에 따르면 올해 내국세는 당초 예산(358조원)보다 54조9000억원(-15.3%) 적은 303조1000억원이 걷힐 예정이어서다. 정부 추정치에 따르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액은 각각 11조6000억원, 11조4000억원으로 총 23조원이다.

이같은 세수 감소는 지자체의 재정 악화를 부채질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재부가 지자체의 여유 재원으로 이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거다.

이런 기재부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당연히 지자체에 ‘여유 재원’이 있어야 한다. 과연 실제 지자체의 여유 재원은 얼마나 될까. 나라살림연구소가 243개 지자체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ㆍ순세계잉여금ㆍ교부세의 미편성액, 예비비 잔액 등을 합산해 여유 재원 규모를 구해봤다. 그 결과, 여유 재원 합산액은 24조6385억원(10월 4일 기준)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자체의 2021년 총 세출결산액의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유 재원이 적지 않다는 거다. 

문제는 지자체 여유 재원을 활용하더라도 지방재정의 악화 우려를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여유 재원 활용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하나씩 짚어보자. 

■ 형평성 논란 = 우선 여유 재원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합산액 규모가 가장 많은 지자체는 9401억원을 보유한 인천광역시였다. 다음으로는 경기도(9103억원), 경기 고양시(5667억원), 서울특별시(5551억원), 제주특별자치도(4870억원) 순이었다. 

반면 합산액 규모가 가장 적은 지자체는 전남 영암군으로 여유 재원이 아예 없었다. 오히려 126억원이 부족했다. 울산 울주군 역시 30억원이 모자랐다. 두 지자체의 경우,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ㆍ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분을 여유 재원으로 채울 수 없는 셈이다.

세수 부족분을 여유 재원으로 충당하면 지자체들에 재정 운영 원칙을 어겨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세수 부족분을 여유 재원으로 충당하면 지자체들에 재정 운영 원칙을 어겨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충북 증평군(27억원), 서울 중구(27억원), 대구 달서구(39억원), 인천 미추홀구(55억원) 등 여유 재원이 있더라도 액수가 1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지자체도 14곳이나 됐다. 여유 재원만으로 지방재정 악화 우려를 씻어내기 어려운 이유다. 

■ 흔들리는 원칙 = ‘여유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기재부의 전략이 그동안 예산을 원칙에 맞게 사용하지 않은 지자체들에 유리하다는 맹점도 있다. 언급했듯 중앙정부가 지방재정을 지원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부족한 지방재정을 채워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만약 지자체의 여유 재원이 한해 사용한 지출액 대비 높은 비율로 남아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령 A지자체가 한해 쓰는 돈이 100억원이고, 중앙정부로부터 절반 정도의 보조를 받고 있는데, 여유 재원이 수십억원에 달한다면 이는 바람직한 재정 운영이 아니다. 세입과 세출이 같아야 한다는 균형재정 원칙에도 어긋난다. 

다시 말해 여유 재원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건 ▲국민이 불필요한 세수를 부담했고, ▲그만큼 지역 주민이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참고: 여러 차례 언급했듯, 일반 가계살림에선 돈을 남기는 게 미덕이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살림살이에선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산을 쓰지 않고 돈을 남겼다는 건 재정 운영을 잘못했다는 방증이다. 물론 예산을 다 쓰고 여유 재원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했다고 해석하기도 힘들다. 그건 별도로 따져볼 문제다.]

이처럼 불합리한 이유로 발생한 여유 재원을 사용해서 세수 감소분을 대체하겠다는 게 바로 기재부의 방침이다. 결국 원칙을 어겼을 가능성이 있는 지자체가 세수 감소 시기에 다른 지자체보다 유리한 재정 여건을 갖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향후 지자체의 재정 운용에 소극적 예산 편성이나 집행을 독려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마저 있다. 

그렇다고 예산 사용 원칙을 지키지 않은 지자체가 적은 것도 아니다. 각 지자체의 세출결산액(2021년 기준) 대비 여유 재원 비율을 따져보면 전국 지자체의 총 세출결산액 대비 여유 재원 비율인 5.7%의 두배를 웃도는(12% 이상) 지자체만 해도 65곳이나 됐다. 특히 경북 군위군의 여유 재원은 1597억원으로, 세출결산액 대비 비율이 43.4%에 달했다. 한해 쓴 돈의 절반에 가까운 여유 재원을 쟁여두고 있었단 얘기다.

세출결산액 대비 비율이 30%를 넘는 곳도 적지 않았다. 부산 중구(734억원 35.0%), 인천 동구(1057억원ㆍ34.7%), 경북 상주시(3656억원ㆍ34.7%), 경기 동두천시(2037억원ㆍ33.6%), 경기 포천시(3369억원ㆍ33.0%), 경북 안동시(4093억원ㆍ31.0%) 등이다.

이처럼 기재부가 세수 감소분을 지자체의 여유 재원으로 메우겠다는 건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고육책이라도 어떻게 펴느냐에 따라 좋은 정책이 될 여지는 있다. 앞서 말했듯 지자체에 여유 재원이 너무 많다는 건 해당 지자체가 재정 운영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제대로 관리ㆍ감독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참에 지자체의 여유 재원 운용에 관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보는 건 어떨까. 그동안 효율적 재정 운영을 해온 지자체에는 인센티브를, 소극적 재정 운영으로 여유 재원을 과도하게 남긴 지자체에는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일지 모른다. 

특히 재정 운영 실적을 고려해 지출구조조정이나 지방보조금 관리 강화 등의 세출 효율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결산 이후에는 여유 재원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실질적인 여유 재원 규모를 파악해 원칙에 맞는 재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손봐야 하는 건 당연하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hyounylee@naver.com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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