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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수출 13개월만에 증가 전망
그럼에도 ‘상저하고’ 전망 틀려
틀린 경제전망 수정하지 않은 정부
수정 의사 발빠르게 밝힌 한국은행
OECD·IMF, 한국 성장률 하락세 점쳐

# 올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 본국 회귀) 상황에서 우리 국내총생산(GDP)이 중국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 하지만, 정부는 하반기가 이미 시작한 지난 8월까지도 ‘상저하고上低下高’란 잘못된 전망을 밀어붙였다. 틀린 경제 전망을 제때 수정하지 않으면 벌어질 일들을 살펴봤다.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할 전망이다.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들이 적재돼 있다. [사진=뉴시스]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할 전망이다.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들이 적재돼 있다. [사진=뉴시스]

■ 수출 턴어라운드=우리나라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3일 관세청은 우리 수출이 10월 1~20일 338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10월 1~20일 조업일수는 13.0일로 1년 전보다 0.5일 더 적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1년 전보다 8.6% 증가했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1년 전보다 6.4%로 감소했지만, 선박과 승용차가 각각 63.0%, 24.7% 늘면서 수출을 이끌었다. 국가별로는 미국(12.7%)과 일본(20.0%) 수출이 증가한 반면, 대중對中 수출은 -6.1%로 16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수입 감소세도 멈췄다. 10월 1~20일 수입은 376억 달러로 0.6% 증가했다. 우리 수입은 7월(487억 달러), 8월(510억 달러), 9월(510억 달러) 각각 16.5%, 22.8%, 25.4%씩 줄어들었다. 

불황형 흑자도 10월엔 멈출 것으로 보인다. 10월 1~20일 무역수지는 12억3400만 달러 적자였다. 우리나라는 6~9월 넉달 연속으로 수출 감소보다 수입 감소가 더 많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였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34억3500만 달러다. 

■ 부총리와 총재의 갈림길=4분기에 들어서 수출이 반등하는 기미를 보인 건 다행이지만, 정부가 강조해온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면피성 구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경기는 상반기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저하고의 흐름이 전망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를 앞둔 지난 6월 11일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경기 저점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상승하고 있다”며 경기 반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이어받은 기획재정부는 6월 16일 ‘최근 경제동향’ 6월호에서 “경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우리 경제는 KDI 상반기 전망에서와 같이 2023년 상반기에 경기 저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에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자료 | 관세청]
[자료 | 관세청]

KDI는 하반기의 절반이 이미 지나간 10월 경제전망에서야 ‘요약 및 평가’에서 상저하고를 제외하고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도 상존하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추경호 부총리도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저하고’ 전망이 틀렸다는 지적에 “상반기 0.9% 성장했는데 3분기 1%대 초반, 4분기 이스라엘 등 외생 충격이 없다면 1.4%의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바라보고 내년도 전망은 원점에서 다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또 “(수출 회복이) 연기된 측면이 있고, 상반기와 하반기 차이를 보고 11월에 올해 전망치를 수정할지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 OECD와 IMF의 경고=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내년 우리 경제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를 또 하나 공개했다. IMF는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중국이 서로 동맹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 상황에서 한국 GDP가 4%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OECD와 중국이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리쇼어링’ 상황에서는 한국 GDP가 중국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중국 GDP가 6.9% 줄면, 한국 GDP는 1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1.7%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 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년 잠재성장률은 주요 7개국(G7) 중에서 미국(1.9%)보다 낮고, 캐나다(1.6%)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2021년 이슈노트를 통해서 우리 잠재성장률이 2022년 기준으로 2%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IMF는 올해 4월 한국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2.2%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9일 국감에 출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국감에 출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경제의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이유는 인구감소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총요소 생산성 저하 등이다. 한국은행은 2017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 보고서에서 “2000년대 들어 총요소 생산성 감소, 자본축적의 둔화 등과 함께 생산가능인구가 2033년 이후 감소로 전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요소 생산성은 노동생산성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업무 능력, 자본투자금액, 기술도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수치다. 

하지만 상황은 더 빨리 악화했다. 2017년엔 인구감소가 2029년에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론 2020년부터 감소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3만2000명, 2021년 5만7000명, 2022년 12만4000명으로 3년 연속 줄었다.

KDI는 지난 10월 13일 인구감소로 취업자 통계에 착시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올해 1~8월 20대 취업자 수가 월평균 9만여명씩 줄었는데, 이는 올해 20대 인구가 19만명 이상 줄어든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전망은 더 나은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다. 가급적 정확해야 하지만, 상황이 변하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잘못된 전망을 끌고 가면 경제에 부담을 준다. 우리 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을 위해서 그동안 어떤 자료를 가지고, 어떤 계획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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