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중국선 애국소비 열풍으로
토종브랜드 폭발적 성장세
국내선 글로벌브랜드 기세 여전
적자 털어내지 못하는 현주소
브랜드 정체성 세우는 게 우선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가 예전만큼 힘을 못 쓰는 곳이 있다. 중국 시장이다. 중국 내에서 불고 있는 애국소비 ‘궈차오國潮’ 열풍 탓이다. 일시적인 유행인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엔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육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토종 스포츠브랜드는 어떨까. 더스쿠프가 ‘프로스펙스’와 ‘르까프’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봤다. 

프로스펙스의 유니폼을 입고 뛴 야구 국가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사진=뉴시스]
프로스펙스의 유니폼을 입고 뛴 야구 국가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사진=뉴시스]

올 들어 나이키의 주가가 심상찮다. 16일(현지시간) 102.04달러를 기록했다. 9월 27일 89.42달러까지 떨어졌던 걸 감안하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1년 11월 5일 177.51달러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많은 전문가는 중국 시장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나이키가 중국에서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게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다. 

나이키의 중국 매출은 2023회계연도(2022년 6월 1일~2023년 5월 31일)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나긴 했지만,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내리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나이키는 왜 중국에서 이전보다 못할까. 여기엔 중국 소비시장의 중심이 된 궈차오國潮(애국소비)가 있다. 궈차오는 중국 문화를 의미하는 궈國와 트렌드를 의미하는 차오류潮流 중 차오潮의 합성어다. 1990년대에 태어난 주링허우九零後와 2000년대 생인 링링허우零零後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해외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류 시장의 상위 10개 업체를 분석한 결과, 그중 6개(안타·선마·리닝·HLA·보스덩)가 중국 업체였다(2021년 기준).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인 건 중국의 대표적인 궈차오 브랜드라고 불리는 ‘리닝李’이다. 이 업체는 2021년에 전년 대비 44.2% 성장했다.

그다음은 안타安踏인데, 이 업체는 지난해 26.7% 성장률을 보였다. 안타는 ‘중국의 나이키’로 불리며 중국의 대표적인 스포츠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예전만큼의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거다.

보고서를 작성한 편명선 수석연구원은 “중국 소비자들은 궈차오 제품을 소비하는 이유로 ‘독특하고 신선한 디자인, 아이디어, 실리적인 가격, 우수한 품질’을 꼽았다”면서 “궈차오 열풍은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중국 소비재 기업의 질적 성장이 병행되면서 견고한 소비성향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에선 궈차오 열풍으로 자국 브랜드가 급성장하고 있는데, 우린 어떨까. 우리에겐 ‘프로스펙스(LS네트웍스)’와 ‘르까프(디앤액트)’란 토종 스포츠브랜드가 있다. 각각 1981년, 1986년에 탄생해 나름 역사가 깊은데, 중국과 달리 글로벌 브랜드의 위상에 밀려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소비자에겐 외면당해 왔다.

깊은 수렁에 빠진 두 업체가 선택한 길은 변화다. 프로스펙스는 2008년, 2012년 로고를 바꾼 데 이어 2020년 초기 디자인의 로고로 회귀했다. 디앤액트는 2020년 화승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꿈꾸라, 그리고 행동하라(Dream and Action)’는 의미를 담아 새롭게 도약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결과는 어떨까. 프로스펙스와 르까프의 최근 상황만 보면 크게 엇갈린다. 먼저 프로스펙스를 보자. 프로스펙스는 지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5개 종목(농구·야구·레슬링·럭비·사이클) 유니폼을 공식 후원했다. 그중 야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리에 환호하는 순간 선수들의 가슴에 새겨진 프로스펙스가 전세계인에게 노출됐다.

프로스펙스는 이를 계기로 올해부터는 스포츠종목에 후원을 확대해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확립해나갈 방침이다. 젊은층을 겨냥해 서브 브랜드도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해 ‘오리지널 스포츠’라는 서브 브랜드를 론칭해 대구 동성로, 부산 센텀시티 등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반응도 꽤 좋다. 그런 식으로 브랜드 접근성을 높여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실적 개선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시에 따르면 LS네트웍스의 브랜드 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1714억원으로 전년(1651억원) 대비 3.8% 증가하긴 했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94억원에서 103억원으로 커졌다. 

르까프는 어떨까. 사명을 바꾸고 이장우·송가인 등 유명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재기를 꿈꿨지만, 디앤액트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2022년 실적을 보면 디앤액트가 처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디앤액트는 지난해 366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570억원) 대비 줄었고, 손실도 여전하다. 하지만 더 심각한 이슈는 다른 데 있다. 부채총계(509억원)가 자산총계(177억원)를 332억원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당기순손실도 45억원에 이른다.

디앤액트 관계자는 “지난 3년은 부실을 떨쳐내는 데 집중했다”면서 “올해 안에 나머지를 다 정리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볼륨업을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앤액트는 코로나19 이전 250여개에 이르던 매장을 정리해 현재 90개 정도만 남겼다. 강도 높은 효율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는 얘기다.

사명까지 바꾸며 재기를 꿈꿨던 디앤액트는 다시 위기에 빠졌다.[사진=뉴시스]
사명까지 바꾸며 재기를 꿈꿨던 디앤액트는 다시 위기에 빠졌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토종 스포츠브랜드는 그들의 바람처럼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왜일까.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중국은 정책적으로 2008년(베이징 올림픽)에 리닝이란 브랜드를 키웠고, 아시안게임(2010광저우·2022항저우) 때는 ‘361도’란 브랜드를 메인스폰서로 정했다. 브랜드를 육성하고 거기에 맞춰서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했다. 우린 어떤가. 국내 브랜드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메인 스폰서로 올라서기엔 허들이 너무 높다.”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는 스포츠브랜드가 급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데, 굴지의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기엔 국내 브랜드들이 매출 면에서도 보더라도 열세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김도균 교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발 제조 기술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고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OEM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만들었는데, 그걸로 돈을 많이 벌자 (정작 우리가) ‘성공의 저주’에 묶여 버렸다. 브랜드를 키우지 못하고 제품만 만들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의 경쟁은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경쟁이다. 스타 선수가 어떤 브랜드를 착용했느냐가 더 중요한 시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토종 스포츠브랜드가 갈 길은 아주 멀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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