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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리더십 KT 최대 과제 ‘주가 부양’
CEO 공백기 실적 부진 겹쳐 주가 하락
새 리더십 확정 후 주가 반등했지만…
배당 감축 시사 논란에 한풀 꺾여
배당 성향 유지하고 분기 배당 발표
큰 호응 보내지 않는 KT 투자자들

지난 8월 KT가 김영섭 대표를 선임하자 ‘CEO 공백 리스크’에 억눌려 있던 주가가 반응했다. 시장도, 노조도 ‘적임자’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김 대표의 선임을 반겼다. 하지만 KT의 주가는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난 17일 KT로선 제법 과감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커다란 반향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왜일까. 

김영섭 KT 대표가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다.[사진=뉴시스]
김영섭 KT 대표가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다.[사진=뉴시스]

김영섭 KT 대표의 제1과제는 기업가치 제고다. 김 대표를 국민기업 KT의 수장으로 공식 선임한 날, 주주들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달라”고 요구했고, 김 대표는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KT의 주가가 올해 상반기 내내 부진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였다. 

KT는 지난해 11월부터 가동한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연임이 유력했던 구현모 전 대표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내부 카르텔’이라며 압력을 넣은 게 영향을 미쳤다. 결국 구 전 대표는 보직에서 물러났다.

다음 후보로 나선 윤경림 전 사장 역시 비슷한 압력에 시달리면서 정기주총을 나흘 앞두고 사퇴했다. 어쩔 수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 KT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구 전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힌 지난해 11월 8일부터 KT 이사회가 김영섭 대표를 후보로 확정한 올 8월 4일까지 KT의 주가 등락률은 -15.29%(3만6300원→3만750원)였다. 논란이 극심할 땐 3만원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해 8월 1주당 주가가 4만원에 육박해 ‘통신 대장주’ 지위를 넘보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새 CEO의 선임과 맞물려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해야 했던 KT는 계열사를 포함해 다양한 경영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 전 대표가 공격적으로 추진한 디지털플랫폼 기업(디지코) 변신과 디지털 전환(DX) 사업이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KT는 나쁜 실적 성적표까지 받아들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4%나 줄어들었던 거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서 기인한 ‘역기저 효과’ 탓도 있었지만, 리더십의 빈자리가 두드러지기도 했다.

KT가 주가 악재 리스트에서 ‘CEO 공백 리스크’를 지워낸 건 지난 8월 KT 이사회가 김 대표를 선임하면서였다. 이 무렵 KT의 주가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8월엔 무려 11.8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9월엔 0.45%로 보합세였는데, 대내외 악재가 가득했던 코스피지수 수익률(-3.57%)을 상회했다. 김 대표를 둘러싸고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대표이사에 도전한 정치권 인사 전원이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탈락했다. 김 대표는 KT 출신 후보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겼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LG CNS CEO를 맡아 훌륭한 성과를 냈던 김 대표는 KT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았다. 노조 역시 “김 대표가 KT 미래 성장을 두고 혁신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지속 성장을 끌어낼 CEO로서 적임자라는 점을 믿는다”면서 지지했다.

김 대표는 선임 이후에도 신중한 경영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통상 새 리더십은 이전 리더십의 성과를 훼손하거나 부정하기도 한다. KT에서도 이전 CEO의 그림자 지우기 전력이 있었다. 황창규 전 KT 회장이 직전 이석채 회장 시절에 만든 ‘올레(Olleh)’ 브랜드를 강조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김 대표는 구 전 대표의 대표 정책인 ‘디지코’를 부정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대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디지코는 통신기업이 IT 역량으로 재무장하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디지코 사업에 김 대표만의 역량을 입혀 새로운 디지코 플랜을 발표할 거란 의지로 해석됐다. 

KT 외부 출신 인사인데도 대대적인 변화 대신 조직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인선도 눈에 띄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없다고도 못 박았다. 김 대표는 여러모로 주주와 시장이 기대하던 뚝심 있는 리더십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KT의 최근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10월 들어선 0.15%(19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새 리더십의 효과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건 증권가에서 낙관과 비관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1일 하나증권은 KT를 두고 ‘중립’ 리포트를 발행했다. 국내 증권사의 투자 의견 중립 리포트는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통한다. 국내 증권사에서 ‘매도’ 보고서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하나증권은 목표주가도 4만원에서 3만3000원으로 끌어내렸다. 현 KT의 주가가 3만3100원(19일 종가 기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주가가 오르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거다.  

물론 낙관론도 적지 않다. NH투자증권은 KT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2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상향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 본업의 성장 역량이 강화하고 신사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KT의 주가는 정상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역시 KT를 업종 내 ‘톱픽’으로 꼽았다. 

증권가의 전망이 둘로 나뉜 배경엔 김 대표의 ‘입’이 있었다. 지난 9월 기자간담회 당시 김 대표는 “주주 이익 환원은 앞으로 써야 할 돈을 지금 환원하는 것”이라면서 “성장 잠재력과 그 기반 축적을 기본으로 삼을 것이며 주가는 미래 성장성이 커야 오른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직접적으로 배당 축소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부에선 사실상 배당 감축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KT는 그간 배당 성향 50% 이상의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왔는데, 시장에선 김 대표가 이 비율을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일단 배당 감축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17일 공개된 KT의 주주환원 정책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최소 주당 1960원의 배당을 보장하기로 했다.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기존 배당 성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1분기부터는 분기 배당도 도입한다. KT가 분기 배당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도 이날 KT 주가는 소폭 오르는데(1.21%) 그쳤다. 이튿날엔 주가의 변동이 없었고 19일엔 도리어 하락했다. KT 입장에선 제법 과감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커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셈이다. 여기엔 KT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KT가 3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 노사는 지난 9월 2023년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전 직원 평균연봉을 3% 인상하고 일시금 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비용이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뚜렷하지 않다는 거다. 이는 리더십 공백이 길었던 ‘KT 김영섭호號’ 둘러싼 경영 환경이 가볍지만은 않다는 방증이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호실적에 따른 고배당이 KT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인 만큼 지금은 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새로운 전략을 발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김 대표의 행보가 더 뚜렷해져야 리더십 복원 효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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