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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현재 경기침체기가 맞다”
美 뜨겁지만, 4분기 침체설도
구리·금값 경기침체 임박 가리켜
한계기업 대출 3년간 크게 늘어나
40·50대 재취업에 12~13개월 소요

구리 현물 가격이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신호들이 강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23일 국정감사에서 “경기침체기가 맞다”면서 “한국은행이 2.2%로 예상한 내년 성장률은 앞으로 한달 정도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고 원점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스쿠프가 평균 10~18개월 지속되는 경기침체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알아봤다.  

경기침체는 실업을 동반한다.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구인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진=뉴시스]
경기침체는 실업을 동반한다.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구인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한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침체기가 맞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해 ‘국내총생산(GDP)이 후퇴하고 실업은 소폭 증가하는’ 얕은 수준의 경기침체를 일으켜 대응한다. 미국의 고금리가 달러 강세를 만들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고통을 받으면, 미국 경제가 가장 마지막에 후퇴한다는 사실을 연준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강달러를 걱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3일 “미국의 고금리로 한국 경제가 피해자(victim)가 됐다”며 “한국 경제가 불안정해지는데도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으로 손이 묶여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고금리에 맞춰 경제를 운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는 10월 넷째주에 발표되는 미국 3분기 GDP가 1년 전보다 4.3% 성장하고, 민간소비도 4%대 성장을 이어갔을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지난 15일 경제학자, 기업인, 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 경기 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0%가 1년 내 경기침체를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3개월 전 설문조사 응답률 54.0%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다.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19일 “미국은 아직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고, 앞으로도 경기침체를 완전히 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료 | 런던금속거래소]
[자료 | 런던금속거래소]

미국의 바람대로 다른 나라들이 겪고 있는 경기침체를 미국만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신호들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어서다.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 캐피탈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23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미국 지역은행들이 무너지고, 오토론(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미국 경제가 4분기 경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털의 빌 애크먼 회장도 같은 날 자신의 X 계정에서 “채권 공매도 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며 “미국 경제가 최근 데이터로 보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준은 원자재 가격에서 잘 나타난다. 여러 산업에서 사용돼 수요 동향을 잘 반영하는 구리 가격은 24일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구리 수요가 약해지면서 현물이 선물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10월 구리 현물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일 1톤(t)당 8100달러에 거래됐는데, 16일에는 7920달러, 23일에는 7824달러까지 떨어졌다. 

금 가격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포브스는 지난 6월 “1973년 이후 미국에서 나타난 8번의 경기침체 중에서 6번은 금 가격이 S&P500 지수보다 평균 37% 더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2번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1981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순매도하던 1990년이다. 금 선물은 지난 2일 1트로이온스(약 31g)당 1847달러였는데, 16일 1934달러, 23일에는 1987달러까지 올랐다. 

그럼 경기침체기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할지를 짐작해야 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자료에 따르면, 1854~2020년 미국의 평균 경기침체(recession) 기간은 17개월이었고, 1945~2020년에는 평균 10개월이었다. 우리나라에선 경기순환주기상 경기침체기에 해당하는 수축기가 1998년 이전엔 평균 19개월 지속했고, 1998~2013년에는 18개월 동안 이어졌다. 

경기침체는 어쩔 수 없이 기업들의 매각이나 도산을 불러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말 현재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 숫자가 2만5135개의 외감기업들 중 15.5%인 3903개에 달한다.

서울 도심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도심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과 주요 국책은행(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들의 8월 말 한계기업 대출 잔액은 54조5000억원으로 3년 8개월 만에 20조원 넘게 늘어났다. 

기업이 버티지 못하면 그 피해가 직원이나 관계사, 관련 사업자 등으로 옮겨붙는다. 침체의 마지막은 실업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개인이 경기침체를 대비하는 방법은 빚을 갚고,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임박했거나 이미 시작했다면, 무리하게 빚을 줄이기보단 실업 상태가 되더라도 재취업 전까지 생활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벼룩시장의 지난해 2월 설문조사 결과 따르면, 40대가 재취업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12개월, 50대는 평균 13.6개월, 60대 이상은 평균 19.1개월이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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