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게임 갑론을박➋
WHO 게임 과몰입 질병 논란
의학적 근거 뚜렷하진 않지만
새 규제 생길까 업계 노심초사
“산업 진흥해야 한다”는 게임사들
확률형 논란 등 자초한 문제 많아
업계 자성 움직임 함께 일어나야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게임사들이 자초한 면도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게임사들이 자초한 면도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세계에서 네번째로 산업이 크고, 수출도 많이 하는데 억울하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중독 물질로 몰리고, 각종 사회적 문제의 주범으로도 꼽힌다. 정치권은 사사건건 이 산업에 메스를 대려고 한다.”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불거질 때마다 업계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 하지만 게임을 향한 부정적 인식은 저절로 생겨난 게 아니다. 약탈적인 수익 모델 개발에만 치중해온 게임사의 탐욕도 여기에 한몫했다. 더스쿠프가 두 얼굴의 게임을 취재했다. ‘視리즈 게임 갑론을박’ 두번째 이야기다. 


“아시안게임 출전 종목 메달 획득” “한국 콘텐츠 수출 비중 과반” “매출 기준 세계 4위 강국” “국민들의 주요 즐길거리”…. 한국 게임이 갖는 위상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그런데도 게임을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특히 한국에선 사회적 영향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게임 하면 중독부터 떠올리는 고정관념도 심각하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현상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번진 “게임은 질병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WHO는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의 과도한 게임 몰입을 질병(Gaming disorderㆍ게임이용장애)으로 분류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게임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규제로 이어지는 걸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심야에 16살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은 악’이란 입장에서 나온 대표적인 규제다.

10년간 운영되던 이 제도는 실효성 부족, 청소년 권리 침해, 산업 경쟁력 약화 등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2년 전에 폐지됐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 같은 규제가 새롭게 도입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중엔 “게임의 가치를 너무 몰라준다”며 억울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물론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때 게임 자체를 중독 물질로 판단한 건 아니었다. 게임 중독으로 일상을 잃어버린 일부 사례에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게 취지였다.

위정현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과몰입이 게임 때문에 생겨났다고 판단할 근거가 분명치 않은 데다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WHO의 결정은 권고에 불과하고 국내에 적용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게임사는 다양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용자의 신뢰를 잃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게임사는 다양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용자의 신뢰를 잃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게임업계의 “억울하다”는 입장은 일견 수긍할 만하다. 앞서 언급했듯, 게임은 우리 국민들의 여가생활을 책임지고 있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수출 효자 종목이다. 질병으로 보는 시선이 무색하게 치매나 ADHD 증상을 완화할 미래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면 규제 대신 산업 진흥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진다.

정말 그럴까.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든 건 편견과 고정관념이 전부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게임업계가 자초한 문제도 있다. 그만큼 말썽이 잦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행성 논란이다. 

한국 게임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다중사용자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 RPG)’의 예를 들어보자. 게임 속 캐릭터를 사냥과 전투로 키우는 게 핵심 놀거리인데, 제대로 즐기려면 투입해야 할 비용이 상당하다.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려면 현금을 쏟아부어서 아이템을 구입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돈을 쓰더라도 꼭 강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이다.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박스’ 형태로 파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다. 몇몇 희귀 아이템은 로또에 당첨되는 확률과 비견될 만큼 어렵다. 아이템을 구하는 게 어려울수록 돈을 버는 게임사의 탐욕이 만들어 낸 방식이었다. 몇몇 게임사는 매출 증진을 위해 ‘뽑기 아이템’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박용천 고려대(심리학) 연구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유저들은 희박한 확률인 걸 알면서도 당첨됐을 때의 쾌감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현금을 결제하는데, 이는 도박에 중독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돈을 잃으면서도 매번 ‘이제는 나올 때가 됐다’ ‘나는 남들과 달리 당첨을 뽑을 거야’ 같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게 그렇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게임 내재화는 현금화도 가능하다. 한국 게임시장의 사행성 문제를 더 무게감 있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이같은 사행성 논란은 결국 재앙을 불렀다. 확률형 아이템에 불만이 쌓인 유저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대형 게임사의 실적과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새로운 시도와 실험으로 극복하려는 의지 없이 당장의 수익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논란은 순전히 업계가 자초한 문제인 만큼 빠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사가 스스로 무덤을 판 건 사행성 논란만이 아니다. 게임사가 게임이 아닌 다른 이슈로 사회적인 논란의 중심에 올라선 사례도 숱했다. 위메이드가 게임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거래하게 만들어 게임도 즐기고 돈도 버는 이른바 ‘P2E(Play to Earn)’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면서 출시한 가상화폐 ‘위믹스’가 대표적이다. 

잘나갈 땐 1만원을 웃돌았던 위믹스의 가격은 지난해 말 수백원대로 곤두박질쳤고, 위믹스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한 유통량보다 실제 유통량이 훨씬 많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올해 초 김남국 의원(무소속)이 수십억원대 위믹스 코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싸늘한 시선이 한층 세졌다. 

업계 안팎에선 “게임사가 스스로 이용자와 등을 지면서 새로운 규제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게임의 부작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임사가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런 노력 없이 억울하다고만 호소하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게임의 양면성 중 하나인 부정적인 얼굴을 더 일그러뜨린 건 한국의 게임사이기 때문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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