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pedia
증권사에서 돈 빌려 투자했는데
빌린 돈 못 갚으면 주식 강제 처분
반대매매 늘수록 빚투 개미 수렁
주가조작 논란 영풍제지 사태로
키움증권 미수금 5000억원 육박
거래 재개 후 반대매매 실현하면
대량 매도로 주가 추가 하락 우려

[자료 | 금융투자협회, 참고 | 미수금 잔고·반대매매 금액은 10월 20일, 반대매매 비중은 10월 19일 기준] 
[자료 | 금융투자협회, 참고 | 미수금 잔고·반대매매 금액은 10월 20일, 반대매매 비중은 10월 19일 기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했는데, 기간 내 빌린 돈을 갚지 못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증권사는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보전하기 위해 고객이 사들인 주식을 고객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할 수 있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반대매매는 투자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설 경우 투자자의 주식을 ‘적당한 가격’에 파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을 내버려서다.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시점에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그 주식은 ‘똥값’에 팔릴 수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빚투에 따른 채무,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까지 이중으로 지는 꼴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반대매매로 인한 나쁜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업계 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지난 10월 20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54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올 1~9월 평균치(358억원)를 훨씬 웃돈다.

이 통계를 좀 더 자세히 해석해보자. 우선 미수금이란 주식 투자 방식의 하나인 ‘미수 거래’에서 발생하는 금액이다. 미수 거래는 당장 주식을 사들일 자금이 부족해도 종목별 증거금률(주문을 낼 때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 금액 비율)에 해당하는 액수만 있으면 투자금 중 일부인 증거금만으로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투자법이다. 전체 투자금 중 부족한 금액, 이를테면 미수금은 3거래일 안에 채워 넣으면 된다. 

앞선 통계에서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이 10개월 평균치를 넘었다는 건 빚을 내서 투자를 해놓고 돈을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처분당한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문제는 반대매매가 늘어날수록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거다. 증권사에서 대거 매도 물량을 풀면 시장엔 팔려는 주식 수가 사려는 주식 수보다 많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최근 주가조작 논란이 불거진 영풍제지 사태를 두고서도 반대매매 역풍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당국이 영풍제지 조사에 착수하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하루 만에 30% 폭락했다.

영풍제지가 주가 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당분간 국내 증시에는 반대매매 리스크가 지속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그나마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7월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면서 미수 거래 방지책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증거금률을 40% 유지했던 키움증권의 경우 영풍제지 한 종목에서만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미수 거래 허용 한도를 지나치게 풀어줬다”며 키움증권이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풍제지는 19일부터 거래가 중단된 상태로, 키움증권은 향후 거래 재개 시 반대매매로 미수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만약 거래 재개 후 영풍제지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 대규모 미수금 발생→반대매매 급증→영풍제지 주가 하락이란 사이클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덫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국내 증시에는 반대매매 리스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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