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마트 의무휴업 11년 논쟁➋ 반박
대구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6개월 후 상권 활성화 효과 발표
의무휴업 무용론에 힘 실렸지만
‘시민 체감 경기와 차이’ 지적도
올해 1 · 2분기 대구 경기 꽁꽁
논란 끊이지 않는 의무휴업 제도
골목상권 살릴 새 방안 모색해야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게 정말 지역상권을 살린 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게 정말 지역상권을 살린 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우리는 심층취재 추적+ ‘대형마트-소상공인 11년 논쟁’ 첫번째 편에서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을 둘러싼 무용론을 분석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어느덧 시행 11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뜨거운 논란 속에 있다.

#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실효성은 떨어지고, 대형마트만 옥죄는 규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 이런 상황에서 ‘규제개혁’을 기조로 삼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기업의 유통업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형마트-소상공인 11년 논쟁’ 두번째 편에선 무용론의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반론’을 들어보자. 


지난해 10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대·중소유통 상생협의회’는 두달여 만인 12월 일종의 ‘상생안’을 내놨다. 주요 내용 중엔 ‘대형마트 의무휴업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란 항목이 있었다. 말은 상생협약이었지만, 그 내용엔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요구사항이 대거 담긴 셈이었다.

[※참고: 대·중소유통 상생협의회는 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의 주도로 대기업 유통업체 측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소상공인 측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참여했다.] 

그러자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지자체가 속속 등장했다. 포문을 연 건 대구시였다. 대구시는 지난 2월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옮겼다. 9월에는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6개월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한국유통학회(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팀)가 내놓은 ‘대구시 의무휴업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분석 결과를 하나씩 살펴보자.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올해 2~7월 신용카드사 카드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대구 시내 ‘슈퍼마켓’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이는 의무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하고 있는 인근의 부산(4.2%)·경북(3.6%)·경남(3.0%)의 슈퍼마켓 매출액 증가율(이하 전년 동기 대비)을 웃도는 수치였다. 음식점‧편의점 등의 매출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대구시가 “모두가 평일 의무휴업 전환에 만족한다”며 홍보한 배경이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의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 무용론의 반박 = 소상공인의 이야기는 달랐다. 먼저 대구시의 발표를 두고 대구경실련·대구참여연대는 반발했다. 대구경실련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구시의 보도자료는 시민의 체감 경기와 차이가 있다. 특정 신용카드사 데이터(대구 카드시장점유율 약 18%)만 가지고 전체 대구 시장의 경기를 파악하는 덴 한계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대구시 ‘슈퍼·잡화·편의점’의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1.5% 감소했다. ‘전문소매점’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같은 기간 1.6%, 9.2% 줄었다. 대구시의 자의적 해석으로 지역경제 상황을 호도했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게 정말 지역상권을 살린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로 이어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역시 “대구시의 슈퍼마켓·음식점 등의 매출이 타 지역 대비 증가한 덴 지역민의 가처분소득 등 다른 변수가 작용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의무휴업 평일 전환 효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대·중소유통 상생협력을 위한 컨설팅 연구보고서’ 역시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있다. 언급했듯 생활밀접업종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유통업(슈퍼마켓·편의점 등)의 매출액은 6.7%(대형마트 영업 일요일 대비)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서울신용보증재단 측은 “해당 조사가 코로나19 기간에 걸쳐 이뤄진 만큼 유통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근거리 쇼핑이 증가한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골목상권 유통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사실로 볼 수 있다. 

■ 골목상권 살리려면 = 이처럼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시행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첨예한 갈등 구도 속에 놓여있다. 그 사이 소비자는 골목상권도, 대형마트도 아닌 온라인 쇼핑 세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논란 많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두고 다투는 대신, 골목상권을 살릴 실효성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상공인들은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의무휴업 폐지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소상공인들은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의무휴업 폐지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조춘한 교수는 “대기업 대 소상공인과 같은 갈등 프레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은 지자체부터 소상공인진흥공단·중소기업유통센터·벤처기업진흥공단까지 파편화해 있는 부처들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넓은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에 앞서 전통시장, 상점가, 골목상권 등의 정의를 다시 해볼 필요성이 있다. 달라진 각 상권의 특성을 반영한 재정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지원사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유병국 인천대(무역학) 교수는 보여주기식 일회성 지원책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아케이드 만들기’식 정책을 지양하고, 골목상권 상인들을 조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지역사회를 가장 잘 아는 상인들이 상권을 개선하고 활성화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가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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