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3개월차 부부 재무설계 1편
소비 늘어난 신혼부부의 고민
노산 피하려 임신 서두르지만
부부가 모아 놓은 돈 거의 없어
주식 맹신하는 남편도 문제
단기간에 목돈 모을 수 있을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주식 투자는 ‘저축’이라고 볼 수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주식 투자는 ‘저축’이라고 볼 수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 신혼 3개월차 부부가 있다.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6개월 만에 진행해서일까. 부부는 고민이 많다. 30대 중 반에 결혼해 자녀를 빨리 가져야 하는데, 모아 놓은 돈이 거의 없어서다. 주식에 빠져 있는 남편은 돈을 모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부는 성공적인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 제교육원㈜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올해 안엔 아이 꼭 갖자.”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박은영(가명·36)씨는 남편 이재호(가명·34)씨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노산(고령 임신)을 걱정하는 박씨는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만35세 이후에 출산하는 걸 노산으로 부른다. 그러니 박씨의 경우 당장 임신하더라도 노산을 피하기 어렵다.

남편 이씨는 자녀 계획에 적극적인 아내의 태도를 이해하면서도, 마음이 내심 불안하다. 현재 부부는 재정적으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급작스러운 결혼 때문이었다. 와인 모임에서 서로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둘 다 오랫동안 솔로 생활을 즐겨온 탓인지 모아 놓은 돈은 거의 없었다.

최근 이씨가 주식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를 저축이라 보긴 어렵다. 되레 혼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쓴 신용카드 할부금과 이씨의 자동차 할부금 등 갚아야 할 빚이 적지 않았다.

재테크를 두고 부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남편은 ‘주식’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린 그는 신혼여행 내내 주식 잔고를 아내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기에 바빴다.

높은 수익률을 맛봐서인지 그는 빚을 내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혼수 준비를 할 때도 비싼 가전제품을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투자한 주식 종목에 상한가가 한번만 뜨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내는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계획을 하지 않는 남편의 생각이 불안하기만 하다. 자신이 임신하면 소득이 반토막으로 줄어드니 지금부터 지출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달에 최소 300만원을 저축해야 한다’는 나름 구체적인 생각도 갖고 있다

하지만 남편에게 설교를 늘어놓고 싶진 않다. 돈 얘기로 이제 막 3개월차에 들어간 신혼생활을 망칠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서다. 그래서 신혼여행에 돌아오자마자 박씨는 남편을 이끌고 곧바로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도움을 구했다. 필자 같은 제3자가 의견을 제시하면 남편과 의견 충돌하지 않고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사정을 대강 들었으니 부부의 재정 상태를 살펴보자. 둘 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총 700만원이다. 남편이 380만원을 벌고 아내가 32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17만원, 식비·생활비 100만원, 통신비 20만원, 교통비·유류비 45만원, 자동차 할부금 45만원, 부부 용돈 160만원, 보험료 37만원, 가족 회비 10만원 등 434만원이다.

신혼 3개월차인 부부는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이 없다. 여기에 해당하는 경조사비나 의류비는 부부 용돈에서 빠져나간다. 부부의 용돈이 160만원에 달하는 이유다. 금융성 상품은 각자의 이름으로 10만원씩 납입 중인 주택청약종합저축 총 20만원, 적금 50만원, 주식 200만원 등 270만원이다. 모두 계산하면 총 지출은 704만원이다. 매월 4만원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부부의 가계부는 손 봐야 할 곳이 한두개가 아니다. 무엇보다 신혼 초라곤 하지만 비정기지출 1년치 예산을 짜놓지 않은 문제가 심각하다. 기분에 따라 통장에서 그때그때 돈을 쓴다는 얘기인데, 이런 식으로 운용하면 머잖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내가 걱정했듯 저축액이 소득 대비 적다는 것도 살펴봐야 한다. 남편이 자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긴 하지만, 언급했듯 이를 저축이라고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주가가 떨어져 원금의 상당부분을 잃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 주식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금융성 상품은 소득의 10.0%인 70만원에 불과하다.

혼수를 장만한 이후에도 신용카드를 주요 지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남편은 연말정산 때 세금 공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신용카드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총 240만원에 달하는 신용카드 할부금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세금 공제 혜택이 있다손 치더라도 신용카드는 잘 써봐야 ‘본전’이다. 할부금 수수료가 있는 데다, ‘선 지출 후 정산’ 방식이다 보니 신용카드를 쓰다 보면 과소비할 공산이 크다. 적자가 거의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상황, 부부는 과연 슬기롭게 신혼생활을 보낼 수 있을까. 아내 박씨는 과연 남편을 ‘주식의 늪’에서 빼낼 수 있을까. 다음시간에 자세한 솔루션 과정을 다루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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