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로봇주 10월 20% 안팎 하락
두산로보틱스 IPO 효과 끝나
9월까지 세자릿수 상승률 기록
2차전지·초전도체 주가 흐름 닮아
전기차 시장 전망 여전히 밝지만
초전도체 상용화 가능성 불투명
로봇산업도 고평가 거품 리스크
로봇주 어떤 미래 열어젖힐까

올해 로봇주의 변동성은 컸다. 정부의 진흥 정책이나 대기업 투자 소식이 들릴 때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공교롭게도 로봇주의 흐름은 올해 증시를 쥐락펴락한 2차전지와 초전도체와 닮았다. 두 테마주는 실적이나 경기와 무관하게 개인투자자의 수급을 긁어모았다. 다만 2차전지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유효하단 평가를 받지만, 초전도체는 그렇지 않다. 과연 로봇주의 미래는 어느 쪽의 흐름을 좇을까.

10월 들어 로봇주의 주가가 우하향 그래프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0월 들어 로봇주의 주가가 우하향 그래프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레인보우로보틱스(-22.89%), 에스비비테크(-32.36%), 유진로봇(-20.83%), 로보스타(-20.16%), 로보티즈(-20.45%)…. 로봇주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 10월 초와 비교해 로봇 상장사 대부분의 주가가 20% 안팎의 마이너스 수익률(10월 25일 종가 기준)을 보였다. 

최근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신생 상장사 두산로보틱스 역시 마찬가지다. 상장 첫날(5일) 두배가량 주가가 오른 뒤엔 줄곧 하락세를 타고 있다. 25일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상장일 종가와 비교해 31.71% 떨어졌다. ‘2023년 IPO 최대어’란 평가가 무색한 흐름이다. 

■ 포인트➊ 로봇주와 테마주 = 로봇주의 동반 부진은 2차전지주와 초전도체 테마주를 연상케 한다. 2차전지와 초전도체, 두 키워드는 올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차전지 테마주를 대표하는 에코프로는 연초 11만원이던 주당 주가가 지난 7월엔 장중 15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앞자리가 바뀌었을 만큼 상승세가 가팔랐다. 

파워로직스, 신성델타테크, 덕성, 서남 등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상온ㆍ상압 초전도체’ 물질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을 받지 않고 전력을 손실 없이 전달하는 물질인데, 인류의 문명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꿈의 소재’로 꼽힌다. 

초전도체 기술 상용화 가능성이 떠오르자 관련 기업의 주가는 저점 대비 3~4배까지 올랐다. 이들은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투자한 기업의 지분을 보유했거나 초전도 연구를 진행한 이력 때문에 테마주로 묶였다. 잘만 올라타면 원금이 몇배로 불어날 수 있는 두 테마주에 개인투자자의 수급이 몰렸다. 

그런데 최근엔 이들 테마주의 주가는 부진하다. 여전히 연초 대비로는 높은 수준이지만,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차전지를 대표하는 에코프로는 최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인 69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초전도체 테마주 역시 과열됐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2차전지와 초전도체보단 조명을 덜 받았지만, 로봇주 역시 올해 광풍에 가까운 주가 흐름을 보였다. 로봇주 5개 종목(레인보우로보틱스ㆍ에스비비테크ㆍ유진로봇ㆍ로보스타ㆍ로보티즈)은 올해 9월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 179.56%를 기록했다. 이중 업계 대장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연초 주가는 3만원대에 불과했는데, 9월 중엔 주가가 25만원에 육박할 만큼 급등했다. 

정부가 국가 첨단 산업 육성분야에 로봇을 선정한 데 이어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행보에 나서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로봇주의 주가가 주춤하고 있는 셈이다. 2차전지와 초전도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포인트➋ 로봇주는 다를까 = 투자자들은 로봇주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한다. 관건은 테마주로 출발한 로봇주가 2차전지처럼 기업가치를 인정받느냐, 아니면 초전도체처럼 안갯속에 갇히느냐다. 

2차전지와 초전도체 테마주는 급등락을 반복했다는 점에선 같지만, 기업가치와 실체 측면에선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차전지의 경우 전기차 시대가 조만간 올 것이란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테마주로 묶인 에코프로 역시 호실적을 연이어 기록하면서 올해 연 매출 1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지는 우량기업이다. 

반면 초전도체 테마주의 미래는 어둡다. 무엇보다 상온ㆍ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상용화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학계는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젠가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신소재가 산업 현장에 자리 잡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 기업들의 미래 실적 추정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체 없는 투자이다 보니 향후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시장이 기대한 만큼 오르지 못했다.[사진=뉴시스]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시장이 기대한 만큼 오르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로봇주의 미래는 2차전지 테마주와 더 닮아있다. 기업들이 로봇과 자동화에 공들이면서 로봇주는 산업적 관점에서 성장을 기대할 만한 분야로 꼽힌다. 이미 로봇은 스마트공장 같은 제조현장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병원 같은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물론 속도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려면 로봇 보급률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규제도 많고 대중화에 성공한 제품이 없다는 건 좋지 않은 변수다. 최근 로봇주의 기세가 꺾인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최근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40배가 넘는다는 점도 살펴볼 만한 이슈다. 거품이 끼었다며 비난받던 에코프로의 PBR도 26배를 넘은 적은 없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급등락하는 주가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럽겠지만 일시적인 테마주와 달리 로봇주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고평가된 점이 있어 맹목적 투기는 유의해야 하겠지만 로봇 관련 종목이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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