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통계로 분석한 자동차 주식 1편
3분기도 호실적 현대차·기아
실적 만큼 탄력 못 받는 주가
글로벌 자동차 가격 피크 찍고
하락세 보이며 수익 악화 우려
하지만 두 회사 주가 살펴보면
장기적으로 ‘저평가’ 경향 컸어
과연 구조적인 원인 있는 걸까

‘지나친 저평가’. 국내 완성차기업 현대차ㆍ기아의 주가를 두고 증권가에서 내린 결론이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두 회사는 지난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최고치(분기 기준)를 경신하고, 3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가는 드라마틱한 변화 없이 횡보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실적 대비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기아는 지난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는 지난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불확실한 대외환경과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신뢰를 만들어 가겠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치밀함으로 능동적인 변화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한차원 도약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초 열린 신년회에서 다진 포부다. 한해의 막바지에 들어선 지금,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다짐한 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냈을까. 일단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이 받아든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신기록을 달성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3분기 성적도 훌륭하다. 현대차는 3조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3분기 중 최고 성적을 찍었다. 기아도 두자릿수 영업이익률(11%)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시장에선 올해 현대차ㆍ기아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24조~2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 완성차기업 도요타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3조엔ㆍ약 27조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외형 성장엔 확실히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정의선 회장이 내보인 자신감이 소기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눈부신 실적과 달리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 흐름이 시원하지 않다. 연초(1월 2일) 대비 10월 현재(23일) 두 회사의 주가를 비교하면 현대차는 18.1%, 기아는 35.0%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혹자는 “주가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렸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두 회사의 주가는 특정 시점부터 단기 급등락을 반복하며 정체해 있는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실적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사진=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실적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숫자를 들여다보자.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가파르게 치솟던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6월을 기점으로 각각 19만~20만원, 8만~8만5000원 박스권에 갇혔다. 현대차의 경우 7월 말부터는 주가 그래프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8월 들어선 주가가 18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이후 10월 중순까지 주가는 18만원대 후반과 19만원대 초반 사이를 오가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되레 17만원선까지 무너졌다.  

7월 8만원대 후반을 지켜냈던 기아의 주가는 9월 초 7만원대로 떨어졌다가 월말 다시 8만원선을 회복했다. 10월 기아의 주가는 8만원대를 유지하는 듯했지만, 역시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7만원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를 거다. “현대차ㆍ기아의 주가가 실적 대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건 왜일까.” 투자업계가 공통적으로 지목한 원인은 ‘자동차 가격’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올랐던 자동차 가격이 이제는 둔화 추세에 있다”면서 “이 때문에 현대차ㆍ기아의 향후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심을 얼어붙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자동차 가격이 워낙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언젠간 피크를 찍고 내려올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ㆍ기아의 실적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란 가능성을 열어두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주식투자자들은 고공행진하던 자동차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게 현대차와 기아의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거다. 

다만, 여기까지는 단기적 관점의 해석이다. 흥미로운 건 지금부터다. 국내 증시를 장기적으로 고찰해보면 현대차와 기아의 주식 가치는 대부분 저평가를 받아왔다. 실적 대비 낮은 주가가 단지 지금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굳어진 두 회사의 디폴트값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는 지표를 봐도 두드러진다. 우리가 살펴볼 건 주가수익비율(PERㆍPrice Earn ings Ratio)이다. PE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주당순이익이 적을수록 PER 값이 커지는데, 이 경우 기업이 거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해석한다. 

반면 주당순이익이 클수록 PER 값은 낮아진다. 이때는 해당 기업의 가치가 실제 달성한 이익에 비해 낮게 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PER 값의 기준점은 15배다. PER 값이 15배를 초과하면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그 미만은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본다.  

자, 그렇다면 현대차ㆍ기아의 PER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한국거래소의 통계를 활용해 2012~2022년 두 회사의 PER 값을 계산한 결과, 최근 10년간 현대차와 기아의 평균 PER은 각각 12배, 9배였다. 통상적인 기준치(15배)보다 낮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상위 1~100위 종목) 평균치(13배)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현대차ㆍ기아의 주가가 국내 증시에서 저평가를 받아왔다는 방증이다. 그럼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는 ‘통계로 분석한 자동차 주식’ 2편에서 구체적으로 다뤄보겠다. <다음호에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
@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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