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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경기회복 주력하겠다”
한은 총재 “경기침체” 공식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지는데
韓 반도체 수출 회복이 탈출구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길어지면서 지난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수출이 급감하면서 경기침체에 빠진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쩌면 답은 나와 있다. 실업 증가를 예방하고 수출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리는 경제 전문가들이 다시 늘어났다. 1970년대 중동 지역 분쟁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 실업 증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지난 10월 1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겨울은 1970년대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지표들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헨리 앨런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만약 다시 중동지역에서 충격이 발생하고, 물가가 3~4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물가가 다시 낮아지길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물가는 1973년 1차 오일 쇼크, 1979년 2차 오일 쇼크 후 과거의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정말 큰 문제는 그 영향이 물가와 실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공개한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주요 은행의 전체 자산 중 42.0%가 위험에 노출된다는 스트레스테스트(건전성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높은 물가는 기준금리의 인상을 부추기는데, 고금리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은행들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미국에선 기업들의 파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파산협회(ABI)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업 파산 건수는 7월보다 17% 늘어나 13개월 연속 증가했다. 1년 전보다는 무려 54%나 증가했다. 

■ 韓 경기침체 공식화=윤석열 대통령은 10월 31일 “경기회복에 주력하고 있다”며 경기침체 극복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4년도 시정연설’에서 “세계 경제의 침체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제도 둔화하고, 서민 취약계층 중심으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다”며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경기회복과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은 대상 국정 감사에서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가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 | 통계청]
[자료 | 통계청]

우리나라의 경기침체는 수출과 직결돼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총괄 자료에 따르면, 우리 수출은 2018년 전년보다 5.4% 증가한 6048억 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팬데믹 기저효과로 25.7% 늘어난 6444억 달러, 2022년에는 전년보다 6.1% 증가한 6835억 달러를 올렸다. 올해 1~9월 수출액은 464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1.5% 줄었다. 분기별 수출 증감률은 1분기 -12.7%, 2분기 -12.0%, 3분기 -9.7%다. 

수출시장 점유율의 하락세도 무섭다. 세계무역기구(WTO)와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금액 기준으로 2.74%로 2년 연속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4년 처음으로 3%를 넘었고, 2018년까지 5년 연속 3%대를 기록했었다. 

■ 유일한 탈출구 수출=한국은행은 지난 10월 30일 ‘주요국 디스인플레 평가’라는 제목의 ‘BOK 이슈노트’를 공개하고 한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주요국들보다 빠르지 않고, 유가 등 공급측 물가 압력이 높아서 2025년 상반기에야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유로 지역의 물가 목표 수준 도달 시기는 2025년 하반기, 미국은 2026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가 2025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실업 증가를 방어하고, 수출을 끌어올려 침체 상황에서 빠르게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회복이 유일한 스태그플레이션 탈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 중 16.5%를 차지하고, 2016~2022년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반도체의 비중은 42.3%에 달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아직 저점을 확인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가 포함된 9월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품목은 물량으로는 1년 전보다 4.0% 늘었지만, 반도체 가격의 하락으로 금액지수로는 1년 전보다 13.7% 줄었다. 

한미 정상이 지난해 5월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정상이 지난해 5월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반도체 적자폭 감소도 시장 전망치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3분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은 16조4400억원, 영업손실은 3조7500억원이었다. 반도체 부문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적자폭은 2분기 4조3600억원에서 소폭 개선됐다.

비록 반도체가 아직 저점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우리 경제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 산업 생산 지수는 113.1로 전월보다 1.1% 늘고, 소매판매는 0.2%, 설비투자는 8.7% 증가하면서 3개월 만에 생산·소비·투자 3개 지표가 모두 좋아졌다.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늘면서 8월 13.5%에 이어 2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는 23.7% 늘어난 수치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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