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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공통점 높은 민간소비 비중
美 연준 핵심지표 개인소비지출
한국도 지난해부터 소비>수출
실질임금, 세법, 기업예금 불안

지난해 말부터 우리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수출을 뛰어넘었다. 다행히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가 지난 9월 전월보다 0.2% 소폭 늘어나면서 3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런데, 소비의 크기를 좌우하는 실질임금이 6개월째 감소하는 등 내년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우리 경제에서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수출을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우리 경제에서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수출을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G7 국가의 공통점은 민간소비가 경제를 이끄는 주요 요소라는 점이다. 2022년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6%, 영국은 60.4%에 달한다. 프랑스의 민간 소비는 올해 상반기까지 GDP의 52.2%였고, 일본은 같은 기간 54.2%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물가 측정의 핵심 지표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이를테면 민간 소비를 꼽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면 돈이 풀리면서 경기가 뜨거워지고, 물가도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소비가 살아야 경기도 산다는 뜻이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포인트 가까이 내려오며 연준이 추진하는 고금리 정책의 조기 종료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6개월 동안 근원 PCE 상승률이 그다지 내려오지 않았다”며 매파적 입장을 유지했다. 

■ 달라진 민간소비의 역할=내수보다는 수출이 먼저였던 것은 어제의 한국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소비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GDP에서 민간소비 비중이 수출을 뛰어넘었다. 소비 비중의 증가는 가계소득이 늘어난 게 크지만, 최근 들어 수출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더 컸다. 

민간소비는 우리 경제의 많은 지표가 마이너스였을 때도 흔들림 없이 증가하면서 경제를 지탱했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1분기에 1년 전보다 4.0% 증가한 223조1000억원, 2분기에 4.1% 늘어난 229조5000억원, 3분기엔 5.2% 늘어난 233조2000억원, 4분기에도 3.3% 증가한 231조9000억원이었다.

올해 민간소비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233조3000억원, 2분기에 1.6% 늘어난 233조1000억원, 3분기에도 0.3% 증가한 23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이 더 길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내년에 우리가 경기침체에서 빠르게 빠져나오려면 과거 어느 때보다 소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경기침체기에 동반하는 가장 큰 문제가 실업인 이유는 소득의 실종이 경기침체를 악화해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은 대공황 시기에 뉴딜정책이라는 재정정책을 사용해 가계소득을 보전해주고, 총수요를 확대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미국은 여러 차례 경기침체기에 개인에게 무상으로 현금을 지원했다.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해서도 총수요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근로시간 단축도 소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내년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문제점들이 늘어나고 있어 우려된다. 

■ 소비 증진 막는 악재=소득에서 세금과 저축을 제외하면 그만큼이 소비다. 그런데 최근 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31일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이 8월 기준으로 374만2000원이었지만, 이 기간 물가상승률 3.7%를 적용한 실질임금은 353만원으로 1년 전보다 1.6%나 줄었다. 우리 실질임금은 3월 이후 6개월째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고 있다. 

고물가는 정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월 23일 국감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환율 등의 변동성 확대로 향후 물가경로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실질임금의 감소세도 길어진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근로소득세 경감도 상당 부분 뻥튀기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0월 31일 발표한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는 “정부가 추계하지 않은 ‘국가전략 기술에 바이오의약품 추가’의 세수효과가 상당 부분 대기업에 귀착됐다”며 출산 수당 등 다른 항목들에서도 차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서민·중산층 세부담이 6302억원 줄고, 고소득자 세부담은 710억원 준다고 밝혔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서민·중산층 세부담이 5504억원 감소하고, 고소득자 세부담은 590억원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세금 경감도 정부는 68억원 축소, 국회예산정책처는 1363억원 축소라고 각각 주장했다. 

정부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서민·중산층의 소득세 감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서민·중산층의 소득세 감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연소득 7800만원 이하인 서민·중산층의 세부담 완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 하위 40% 이하면 실질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고소득층은 소득이 증가해도 그만큼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축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서 “초과저축을 소득계층별로 구분해 보면 고소득층에서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정리했다. 

기업들이 정기예금에서 거액을 인출하고 있는 것도 불안한 점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잔액 10억원이 넘는 계좌의 총 예금은 지난해 말보다 3.0% 감소한 772조4270억원이었다. 연합뉴스는 1일 “고금리로 기업들이 정기예금을 재가입하지 않고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회사채를 상환한 사례가 상당수 있었다”는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기업 저축은 유보이익, 이른바 사내유보금을 말한다. 회사가 영업활동의 결과 생긴 이익 중에서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직원 고용, 부채 상환,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쓰지 않고 남겨 놓은 순이익의 누적액이다. 이 돈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고용 안전성은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개별지수 중에서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향후경기전망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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