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나온 ‘김포 서울 편입론’
수도권 쏠림, 한국 대표 고질병
균형발전 · 지방분권 오랜 화두
‘서울공화국’ 줄여야 할 상황
시대 역행하는 ‘지방 포기 선언’
국가 중대사 정치 이용해선 안 돼

김포의 서울 편입을 즉흥적으로 추진하면 여러 후유증이 나타날 게 분명하다. 국가의 중대사를 정치공학적 이슈로 소비해선 안 된다.[사진=뉴시스]
김포의 서울 편입을 즉흥적으로 추진하면 여러 후유증이 나타날 게 분명하다. 국가의 중대사를 정치공학적 이슈로 소비해선 안 된다.[사진=뉴시스]

수도권 쏠림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고질병이다. 경제는 물론 교육·의료를 비롯한 인프라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고, 이에 따라 부와 성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고착화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까지 겹쳐 전국 시군구 절반 이상이 소멸위험지역으로 거론되면서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화두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윤석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1일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2004년 이후 따로 수립해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지방분권 5개년 종합실행계획을 포괄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4대 ‘초광역권(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과 3대 ‘특별자치권(강원권·전북권·제주권)’으로 묶은 첫 초광역권 발전계획이다.

이는 지자체들이 자율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지역 간 협력을 바탕으로 권역마다 특화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교통과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해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을 담았다. 지역 안에서 고용을 창출해 서울로 가지 않고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정주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방시대위는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원팀’으로 지방시대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방시대위의 ‘원팀’ 기대와 달리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이틀 앞선 10월 30일,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켜 지방시대 종합계획과 충돌할 소지가 있는 ‘메가 서울’ 구상을 선언했다. 김기현 대표는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 요구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에는 한술 더 떠 하남·구리·광명 등 다른 인접 도시에 대해서도 주민이 원하면 서울 편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뜬금없다”고 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행정체계 대개편’을 역제안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포의 서울 편입 문제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포의 서울 편입 주장은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면서 제기됐다. 경기도가 북도·남도로 나뉠 경우 한강 이남인 김포로선 경기북도에 들어가기도, 인천과 서울로 가로막힌 경기남도에 남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구의 85%가 출퇴근하는 등 생활권이 겹치는 서울로 편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김포시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걸리는 정부의 법안 발의 대신 의원입법으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태세다. 정당이 현안에 의견을 밝히고 선거를 통해 유권자 판단을 받는 것은 민주주의 과정이다. 서울을 한강과 서해를 포괄하는 ‘메가시티’화 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다. 

서울의 메가시타화는 지방도시와 다르다. 메가시티 논의는 필요하지만, 이를 서울에서 먼저 추진해 더 넓힐 경우 그러지 않아도 쏠림이 심한 서울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선언하면서 서울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방에선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서울 확장은 ‘지방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공화국’을 줄여야 할 판에 더 늘리겠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 발상 이면에는 2008년 총선에서의 집권 보수 정당 승리를 재현해보자는 국민의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수도권 111개 지역구 중 81곳에서 이겼다. 이번에 김포가 서울 메가시티로 편입되면 집값이 오를 테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표를 찍어줘 수도권 선거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선언하면서 서울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지역 균형발전을 선언하면서 서울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사진=뉴시스]

국가 중대사를 정치공학적 이슈로 소비해선 안 된다. 수도인 서울을 주변 지역으로 넓히는 일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 및 국가발전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정부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국민에게 장기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도권·지방 간 균형발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행정적·재정적 어려움은 없는지,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비용을 상쇄할 경제효과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눈앞의 선거에 매몰돼 김포의 서울 편입을 즉흥적으로 추진하면 여러 후유증을 부를 공산이 크다. 김포 외 다른 도시들도 서울 편입을 원할 테고, 이를 배제할 명분도 없다. 김포만 서울이 되면 지도 형상이 선거구 게리맨더링처럼 기괴해진다. 

여야 정당들은 표 계산만 하지 말고, 무엇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민 편익을 높일지 더 고민해야 마땅하다. 국민의 삶을 바꿔줘야 할 정치가 오히려 삶을 망친다고 판단하면 유권자는 매섭게 심판할 것이다. ​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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