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통계로 분석한 자동차 주식 3편
현대차·기아 연이은 호실적에도
정작 주가는 박스권 갇혀 횡보세
경기 비롯한 대외 변수에 민감해
트렌드 동떨어진 비즈니스 모델
자동차 주식 투자 보수적 만들어
주가 부양 위해선 구조 혁신 필요

11월 들어 각각 17만원선, 7만원선으로 주저앉은 현대차·기아의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올 3분기까지 탄탄한 실적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지금의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은 뜻밖이다. 눈여겨볼 점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자동차 주식이 국내 증시에서만 부진을 겪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통계로 분석한 자동차 주식 마지막 편이다. 

현대차·기아 주가가 연이은 호실적에도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 주가가 연이은 호실적에도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우리는 ‘통계로 분석한 자동차 주식’ 2편에서 국내외 증시에서 자동차 관련주가 저평가받는 이유를 살펴봤다. 영국의 신용평가사 와이스레이팅스(Weiss Ratings)의 연구ㆍ평가 이사 개빈 마고르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주식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은 세가지다.

첫째는 자동차 산업의 자본집약성이다. 자동차 시장에선 상품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해야 한다. 

마고르 이사는 “새롭게 만들어진 자동차 모델에 1달러를 투자하기 이전에 (공장) 조립 라인에서 첫번째 모델을 생산하는 데만 수백만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면서 “이런 종류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일반적으로 부채 형태로 조달하는 상당한 양의 현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본 투입→수익 창출이란 비즈니스 공식에선 지출 비용이 많을수록 수익성 리스크가 커진다. 이 때문에 자동차 주식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마고르 이사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주의 또다른 저평가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 저평가 이유➋ 민감성 = 이 지점에서 ‘제품을 많이 팔아서 투자금을 만회할 만큼 이윤을 남기는’ 단순 해법을 떠올릴 수 있지만, 자동차 시장에선 이 간단한 논리가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 자동차는 경기 상황에 유독 민감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마고르 이사는 “자동차는 매우 비싼 임의 소비재여서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갔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상품 중 하나”라면서 “자동차 판매는 갑작스럽고 극적인 침체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실제 사례를 보자. 마고르 이사가 제시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침체 기간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간신히 1000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가령, 2009년 미국에선 1043만대의 자동차가 팔렸는데,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 판매량(1616만대)과 비교하면 35.5% 줄어든 수치였다.

마고르 이사는 “경기침체가 닥치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식품ㆍ가스ㆍ주거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고가 품목은 구입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높은 이자율로 융자 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가 구매를 회피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선 사례와 반대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엔 금리가 0%에 가까웠지만 자동차 판매량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5~2019년 5년 연속 1700만대를 넘어섰던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2020년 140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산업은 경기 상태를 비롯한 외부 변수의 영향에 민감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산업은 경기 상태를 비롯한 외부 변수의 영향에 민감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인은 명확하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다. 부품 수급이 꼬이면서 자동차 기업의 재고 관리는 들쭉날쭉해졌고, 제품 생산 계획도 불확실해졌다. 이는 자동차 판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고르 이사는 이런 현상을 “제조업체, 딜러, 부품 공급업체의 통제권 밖 문제로 발생하는 악순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자자들이 자동차 주식을 멀리하는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불행하게도 경기 침체는 자동차 회사들이 재융자나 신규 부채 조달을 확보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높은 자본 요건, 높은 부채 부담, 변동성이 큰 판매 주기 탓에 자동차 회사를 향한 투자는 일반 산업보다 더 위험한 제안이 된다.”


■ 저평가 이유➌ 성장성 = 마고르 이사는 증시에서 자동차 주식이 저평가받는 마지막 요인으로 트렌드와 동떨어진 산업구조를 꼽았다. 와이스레이팅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매력적인 수익 모델은 고객이 매월 또는 매년 비용을 지불하는 ‘구독형’ 모델이다.

가장 성공적인 수익 모델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론 교차 판매(Cross-Sellingㆍ기본 제품을 보완하는 기능의 상품을 함께 제시해 주문 금액을 높이는 판매 방식)를 활발히 하면서 신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는 ‘쌍끌이’ 성장 모델이다. 

이런 식으로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업은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마고르 이사는 “자동차 산업은 이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다. 자동차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의 트렌드와 정반대에 가깝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자동차 소비자들은 한번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해서 다음 차를 구입할 때 똑같은 브랜드를 다시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쉽게 말해 자동차 시장엔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는 매번 새로운 상품으로 새롭게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시험대 위에 올라서 있다. 그렇다고 ‘보장된’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임 연구위원은 “값이 비싸다 보니 자동차 시장의 수요 성장은 느리거나 정체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듯 시장 파이에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자동차 회사가 생존하려면 결국 새로운 상품(신차)이 매번 흥행에 성공해야만 한다. 문제는 앞서 살펴봤듯 자동차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ㆍ경제적 변수는 다양하고, 기업과 소비자들은 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는 악재가 생겼을 때 타격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지 않는 이상, 자동차 회사들은 상존하는 변수에 따른 ‘극단적인 실적 변동성’이란 취약점을 계속해서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마고르 이사가 “자동차는 판매 주기를 관리하기 가장 어려운 비즈니스 중 하나”라며 “투자자는 해당 업계를 피해가는 것이 낫다”는 급진적 결론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 이쯤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국내 자동차 제조사 현대차ㆍ기아가 호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주가는 그만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자본집약성, 경기 민감성, 한정적인 성장성이 두 회사는 물론 자동차 관련 기업 전반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ㆍ기아와 같은 자동차 회사가 주가를 부양하려면 이런 ‘구조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설비투자에 따른 손실 가능성, 경기 상태에 따른 실적 변동성, 의례적 비즈니스 모델에 기인한 불안정한 수익성 문제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중요한 건 자동차업종의 구조적 취약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되느냐는 거다. 과연 어떤 회사가 자동차 산업의 태생적 한계점을 극복하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모두의 풀기 힘든 숙제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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