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김포시: 서울 편입론의 허상➋
편입 명분, 편익‧메가시티 내세워
편입 후 인프라 개선 기대는 낙관
서울 편입해도 교통난 해소 어려워
수도권 전체 공간에서 고민할 문제
메가시티 세계적 흐름 맞지만…
행정구역 통합 논하는 담론 아냐
중심에 모인 역량 분산하는 게 목적
편입론, 국토 균형 발전과 대치
인구 쏠림 현상 부채질할 수도

“경기도민의 편의를 향상하겠다”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 김포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여당이 내세운 명분은 이렇습니다. 실제로 편입 효과가 이렇게 크다면 난관을 어떻게든 뚫고서라도 밀어붙일 만한데, 문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꽤 회의적입니다. 무엇보다 국토 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편입론은 ‘빵점짜리 정책’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요즘 세간의 화제는 ‘김포시: 서울 편입’ 여부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게 기폭제가 됐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악화한 수도권 민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란 비난을 받으면서도 국민의힘은 꿋꿋하게 ‘편입론 띄우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선거와는 무관하게 김포시민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말도 거듭 곁들입니다.

그렇다면 김포시민의 생각은 어떨까요? 더스쿠프가 만나본 김포시민들은 “서울시민이 되면 좋은 게 아니냐”라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편입 효과를 묻는 말엔 ‘집값 상승’ ‘인프라 개선’ 같은 추상적인 답만 내놨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김포시: 서울 편입’을 밀어붙이는 국민의힘조차 “김포시민도 서울시민이 될 기회”라는 걸 강조할 뿐, 실제로 서울로 편입되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등장한 배경은 김포시민의 바닥 민심과 무관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엉뚱한 곳’에서 터져나왔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경기도는 현재 한강을 기준으로 분도分道 를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9월 지역의 한 여권인사가 “경기북도의 일부로 분리되느니 서울 편입이 낫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죠. 이를 집권여당이 충분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받아들여 추진하다 보니, ‘김포 편입’의 효과를 냉정하게 분석한 자료도 없습니다.

국민의힘의 낙관론과 달리, ‘김포시: 서울 편입론’을 구체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숱합니다. 가령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발의하려면 해당 광역·기초의회의 동의를 얻거나 주민 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꽤 까다롭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의원입법 방식으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인데, 이 역시 과반 의석수를 가진 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고양·구리·하남·광명 등 서울 인접 지역에서도 비슷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서울로 편입하길 원하는 지자체가 많을수록 논의는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김포 편입’의 장점이 많다면서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장점은 ‘김포시민의 편익’ ‘서울의 메가시티 부상’ 등 크게 두개입니다. 여당이 말한 장점은 진짜 이뤄질 수 있는 걸까요?

김병수 김포시장이 서울시로 편입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병수 김포시장이 서울시로 편입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효과❶ 살림살이 나아질까 = 김포의 서울 편입이 시민의 편의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그 흔한 검토보고서 한장 없이 추진 중이니 편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지 모릅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한 후부턴 서울이 규모를 키우거나 범위를 넓힌 적도 없어 견줄 만한 사례도 없습니다. 

다만, 김포가 서울의 뛰어난 시설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긴 합니다. 김포시민도 서울시내 자사고ㆍ특목고에 지원할 수 있고, 목동 등 유명 학군의 일반고도 갈 수 있는 식이죠. 

반면 전문가들은 편입의 부정적인 영향을 더 예민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진유 경기대(도시교통공학) 교수는 “얼핏 서울 편입이 김포의 도시 인프라를 개선하는 가교가 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미완성”이라면서 “서울만 해도 내부적으로 낙후하고 쇠락한 지역이 있는데 편입된 김포에만 재정적 지원을 집중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정구역을 통합한다고 해서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거라는 발상 역시 낙관론에 불과합니다. 2010년 마산ㆍ창원ㆍ진해를 통합한 창원시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곳에선 예상과 달리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지 않았고, 균형발전 등 통합효과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인구가 되레 유출되고 지역내총생산(GRDP)이 감소하는 후유증도 겪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행정구역을 통합하면 최소한 교통 인프라는 개선되지 않을까요? 많은 김포시민이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의 출퇴근 거리가 단축되길 바란다는 점에서 교통 인프라 개선은 중요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김포시: 서울 편입론’과는 무관해 보입니다. 현재 연장을 추진 중인 지하철 5호선과 타당성을 조사 중인 GTX -D 노선 등이 어떻게 확정되느냐가 관건인데, 이미 여러 지자체가 정거장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한다고 해서 김포에만 유리하게 노선이 적용될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애깁니다. 이들 모두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릴지 모르는 사업이어서 민첩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김진유 교수는 “이런 도시 문제가 서울특별시의 지위를 얻는다 해서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습니다. 

■ 효과❷ 세계적인 도시 될까 = 집권당이 내세운 편입의 또다른 긍정 효과는 ‘세계적인 도시로의 진화’입니다. 면적이 넓어지고 인구가 더 많아지는 데다 김포가 바다를 끼고 있으니 서울이 활용할 만한 콘텐츠가 더 많아질 거란 얘깁니다.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 전략인데, 국민의힘 측은 이를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주장합니다. 

메가시티가 글로벌 트렌드가 맞긴 합니다. 메가시티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교통ㆍ경제ㆍ문화를 연결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수도’가 중심인 메가시티가 세계적 조류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커질 대로 커진 ‘수도’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방의 도시들이 몸집을 키우려는 사례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파리나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처럼 수도가 주변도시를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메가시티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김진유 교수의 설명입니다. “해외의 메가시티는 행정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연합의 개념입니다. 행정구역이 서로 다른 여러 도시를 묶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나온 구상이죠. 메가시티 구성을 위해 행정구역을 합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서울은 이미 인구 1000만명에 육박하는 메가시티입니다. 누가 서울을 작고 경쟁력 없는 도시로 본다는 겁니까.”

한편으론 서울의 경쟁력을 세계 도시와 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문도 들지만,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메가시티 서울이 수도권 과밀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거죠. 수도권의 인구는 2020년부터 비수도권의 인구를 추월했고,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인구집중의 부작용을 다각도로 경고합니다. 수도권 주민들은 높은 주거비용 등 살인적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반면 비수도권 중소도시는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비수도권 주민들은 교통이나 의료ㆍ교육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도 누리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정석 서울시립대(도시공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가뜩이나 줄어드는 인구가 몇몇 지역에 쏠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구가 몰려있는 지역은 경쟁이 심해 출산율이 낮아지고, 출산율이 높던 곳은 인구를 뺏겨 출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있습니다. 뺏는 쪽과 뺏기는 쪽, 양쪽 모두의 문제를 심화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쏠림을 막는 게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그런데 메가시티 서울은 이 쏠림을 오히려 가속화할 겁니다. 서울의 면적이 넓어지고 인구가 많아지고 인프라가 늘어나면 더 많은 지방 인구가 서울로 오려고 할 테니까요. 정 교수는 “수도권의 핵인 서울의 몸집을 더 키우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면서 “성급한 통합은 갖가지 문제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죽하면 같은 당 소속 지자체장들도 일방적인 편입 추진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란 이유로 ‘김포시: 서울 편입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비수도권에서도 주민이 뜻을 모아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하는 메가시티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 주민의 뜻을 존중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수도권에 이어 지방으로 메가시티 전략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낸 것이죠. 실제로 부산ㆍ울산ㆍ경남, 대구ㆍ경북, 광주ㆍ전남, 대전ㆍ세종ㆍ충북ㆍ충남 등은 일찌감치 메가시티 구성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비수도권 메가시티’ 역시 소멸을 해소하는 만능열쇠가 되긴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준호 지역혁신오픈이노베이션포럼 부회장은 “메가시티에 끼지 못한 다른 지역의 쇠락을 막는 것도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라면서 “메가시티 주변의 지역도 충분한 자립이 가능하게끔 지원해야 비수도권 메가시티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가 미래가 걸린 대형 이슈를 사전 치밀한 검토와 조율 없이 벼락치기 공부하듯 들고나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편입이 실제로 시행되면 국민의 절반 이상(2612만명ㆍ2022년 11월 기준)이 사는 수도권과 그만큼의 국민이 빠져나간 지방에도 영향을 미칠 게 뻔합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도시 개발 사업에도 미치는 여파가 만만찮을 겁니다. 

그 때문인지 무작정 “우리도 서울로 편입해 달라”고 요구하는 지자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이곳 주민들은 홀린 듯 ‘편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편입만 되면 정말 살림살이가 좋아질까요? 차면 기우는 게 세상의 섭리인데, 집권여당 사람들만 그걸 모르는 걸까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편입론에 담긴 서글픈 질문입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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