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bhc ‘경영쇄신’ 위한 결정이라며
박현종 회장·임금옥 대표 해임
높은 영업이익률로 성공가도 질주
2022년에도 27.9% 기록했는데
가맹점 쥐어짜기 성장 비판 받아
몸값 올려 되파는 사모펀드가
과거 성공방식 벗어날 수 있을까

bhc가 시작을 함께해온 박현종 회장을 전격 해임했다. 경영쇄신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박현종 방식으로 성장해온 bhc가 어떤 쇄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bhc의 대주주는 몸값을 키워야 하는 사모펀드(MBK파트너스)다. 박현종 지우기에 나선 bhc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그의 경영방식마저 지울 수 있을까. 

박현종-임금옥 체제에서 bhc는 치킨업계 1위에 올랐지만, 두 사람은 최근 해임됐다.[사진=뉴시스]
박현종-임금옥 체제에서 bhc는 치킨업계 1위에 올랐지만, 두 사람은 최근 해임됐다.[사진=뉴시스]

외식 프랜차이즈 bhc가 박현종 회장과 임금옥 대표를 동시에 해임했다. bhc를 치킨업계 1위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나 다름없는 두 사람을 bhc는 왜 해임했을까. bhc의 지주사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 이사회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박현종 GGS 대표이사 회장 해임안건을 결의했다. 박 회장을 제외한 만장일치 통과였다. 신임 대표로는 GGS 등기임원인 차영수 사내이사(MBK 부사장)를 선임했다. 

이틀 후인 8일엔 임금옥 bhc 대표도 해임했다. bhc는 “사내이사인 이훈종 bhc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을 bhc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면서 “이사회를 개최해 bhc 대표이사를 임금옥에서 이훈종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선 박현종 회장과 임금옥 대표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및 bhc 산하 자회사들에서 해임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사실상 두 사람을 bhc에서 지운 셈이다.

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bhc=박현종’이란 공식을 깨려는 의도라는 거다. 이런 분위기는 bhc가 설명한 해임 이유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한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 회사의 많은 부분에서 경영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bhc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나아가겠다는 것보다는 현재 생활을 잘 정리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박현종의 bhc’를 갈아치우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렇다면 박현종의 bhc가 성장한 방식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높은 영업이익률이 바탕이었다. 실적을 보자. bhc는 지난해 5074억9176만원의 매출액과 1418억2604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27.9%에 달한다. 전년(32.2%) 대비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BBQ(제너시스비비큐) 15.3 %, 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 0.6%와 비교하면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bhc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가맹점을 쥐어짜서 얻어낸 것’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bhc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신고한 내용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신고서에서 전국bhc가맹점협의회는 “bhc치킨의 영업이익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는 배경은 가맹점주들에게 공급하는 필수품목에서 과도한 이윤을 취하기 때문이라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가맹점협의회는 bhc가 공급하는 튀김유(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가격이 타사 대비 30% 이상 높고, 이 제품의 구매를 강제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가맹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도 2021년에만 7차례 올렸고, 이 과정에서 챙겨가는 물류마진(차액가맹금ㆍ평균 매출액 대비 약 18%)도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평균 9%) 중 가장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로 bhc는 공정위 조사를 받았고, 국정감사에서도 호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bhc에서 ‘박현종’이란 이름을 지운다고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bhc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 쉽게 말해, bhc가 내세운 ‘과거 성장 방식의 전환’이 얼마만큼 가능하겠냐는 의문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bhc의 대주주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다. bhc는 2013년 당시 모회사였던 BBQ가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2018년엔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가 됐다. 사모펀드의 목적은 분명하다. 몸값을 끌어올려 시장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하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bhc에 나쁜 이미지를 덧씌운 ‘과한 영업이익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실제로 사모펀드 품 안에서 bhc엔 ‘좋은 브랜드를 되레 망가뜨린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bhc에 인수된 직후 품질 저하 논란에 휩싸인 건 대표적 사례다. 제품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bhc는 2014년 11월 출시한 뿌링클 이후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 회장을 해임한 bhc의 성장방식이 과연 달라질까’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또 있다. GGS와 bhc의 신임 대표들은 치킨업계 출신이 아니라 재무전문가와 사모펀드 출신이다. 

bhc 신임 대표로 선임된 이훈종 대표는 올해 9월 bhc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안진회계법인, KB국민은행, 위니아만도 등에서 일한 그는 아웃백 인수 후  bhc의 재무부담이 늘자 이를 관리하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 치킨업계 경력은 없다.

bhc가 경영쇄신을 꺼내들었지만, 그것이 과연 얼마나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사진=뉴시스]
bhc가 경영쇄신을 꺼내들었지만, 그것이 과연 얼마나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사진=뉴시스]

bhc의 지주사인 GGS 신임 대표로 선임된 차영수 대표도 치킨업계 경력이 전무하다. 삼성증권 부사장, 삼성선물 대표를 역임했고 2018년부턴 MBK파트너스에서 운영 파트너(부사장)로 일했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모든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적이고 전문경영인은 그 결과에 따라 시시때때로 교체된다”면서 “다만 기업의 주인이 사모펀드일 경우엔 기업 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려 수익을 창출하고, 되팔려는 속성이 더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의 결별을 선택한 bhc지만 그 성공방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얘기다. 경영쇄신에 나선 bhc의 아이러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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