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문래동 작은 공장 이야기
더스쿠프 Video B 기획
4편 일본 현지 취재
마치코바, 이웃이 되다

# 일본 도쿄 오타구大田区엔 활력 넘치는 마을공장(町工木場ㆍ마치코바)이 많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데도 ‘쇠락한 시설’이란 눈총을 받지 않고 밀집한 도시 인프라와 한데 어울려 살아간다. 문래동 작은 공장이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물론 오타구 마치코바도 한땐 도심 외곽으로 밀려날 위기에 몰렸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마을 생태계의 일원이자 친구로 인정 받고 있다. 더스쿠프와 영상 플랫폼 Video B가 오타구의 변화를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작은 공장의 비밀 네번째 영상, ‘마치코바 이웃이 되다’ 편이다.


내레이션 : 일본 도쿄에 위치한 스물세개의 특별구 중 하나인 오타구. 이곳엔 다른 특별구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마치코바’라고 불리는 마을공장입니다. 마치코바는 1980년대에 일본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날 뻔했습니다. 다만 마치코바 이주 정책은 여러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내레이션 : 그런데도 마치코바는 도심 속에서 명맥을 이어가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이게 가능했던 건 오타구가 기존 이전 계획에서 도심 속에 마을공장을 유지하는 쪽으로 목표를 바꿔서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오타구의 마을공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내레이션 : 오타구 도심은 하네다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59.46㎢의 도쿄시 특별자치구입니다. 문래동이 있는 영등포구보다는 2배 더 큰 도시입니다. 이곳 오타구에 있는 마을공장은 4200여개입니다. 1㎢당 약 70개의 공장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 그럼 문래동은 어떨까요. 문래동이 속한 영등포구의 작은 공장은 1279개입니다. 이를 문래동이 속한 영등포구 면적으로 키우면 1㎢당 약 50개의 공장이 들어선 셈이 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두 지역의 상황이 꽤 비슷해 보입니다.

내레이션 : 오타구 마을공장과 문래동 작은 공장의 생태계도 비슷합니다. 오타구 마을공장은 부품 등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로 오랜 시간을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대기업이 부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해외공장을 찾으면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때부터 오타구는 마을공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레이션 : 여기는 오타구에 있는 게이큐선 가마타역입니다. 오타구가 제조업에 쏟고 있는 관심은 이 역에서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역내엔 관광객을 위한 오타구관광정보안내소가 있는데 여기에선 오타구 마을공장과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타구청이 지정한 ‘오타구관광상품 100선’ 중 마을공장이 만든 상품도 있기 때문입니다.

알루미늄 저금통을 만든 일본 오타구의 마을 공장은 사실 로켓 부품을 제작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알루미늄 저금통을 만든 일본 오타구의 마을 공장은 사실 로켓 부품을 제작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내레이션 : 기자의 눈을 끈 건 알루미늄으로 만든 저금통입니다. 위아래로 뒤집으면 작은 구슬이 매끄럽게 가공된 알루미늄 서킷을 따라 내려옵니다. 제조업에 관심이 없는 관광객도 호기심을 가질 법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저금통을 만든 마을공장은 로켓부품을 제작합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기업이지만 관광객에게 마을공장을 알리기 위해 저금통을 일부러 만든 셈입니다.

내레이션 : 오타구에 마을공장이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마타역 바로 앞에는 오타산업프라자가 있습니다. 1996년 만들어진 이 6층 건물엔 오타구 제조업을 지원하는 ‘오타구산업진흥협회’가 있습니다.

이 협회가 마을공장을 위해 추진 중인 첫 번째 핵심사업은 ‘기술성장’입니다. 마을공장들 고유의 기술과 전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힘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3D 프린터 세미나가 대표적입니다.

내레이션 : 오타구산업진흥협회가 추진하는 핵심사업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름 아닌 ‘매출처 연결’입니다.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에서 제조를 원하는 수요가 있으면 오타구 마을공장과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그 건수가 놀랍습니다. 연 1000건 이상입니다. 오타구 마을공장이 4200여개란 사실을 감안하면 4곳 중 1곳이 수주 기회를 얻는 셈입니다.

내레이션 : 오타구산업진흥회가 단순하게 매출처만 연결해주는 건 아닙니다. 10인 이하 마을공장을 알리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진흥회가 원청기업과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전시회입니다. 이 전시회의 참가 조건은 ‘10인 이하의 중소기업’입니다. 가장 작은 기업부터 챙기겠다는 의도입니다.

야마다 다쓰야 오타구산업진흥협회 프로모션 섹션 리더 : “마을공장 대부분은 영업부를 별도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타구산업진흥협회에선 PiO프런트를 운영해서 영업부가 없는 마을공장의 수주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타산업진흥협회는 10인 이하 마을공장의 수주활동을 지원한다. 사진은 오타산업프라자.[사진=더스쿠프 포토]
오타산업진흥협회는 10인 이하 마을공장의 수주활동을 지원한다. 사진은 오타산업프라자.[사진=더스쿠프 포토]

내레이션 : “경리직원을 고용할 여유조차 없지만 새로운 매출처를 찾으면 공장은 계속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문래동 작은 공장 사람들의 하염없는 바람이 오버랩됩니다.

내레이션 : 오타구산업프라자에서 나와 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문래동만큼 촘촘하진 않지만, 골목 곳곳에서 가끔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깊숙한 곳에서 기계가 돌아가고 있어서인지 소음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기계금속단지에서 맡는 특유의 부품 냄새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내레이션 : 앞서 언급했듯 오타구도 문래동처럼 마을공장을 해안가로 옮기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훌쩍 흐른 지금 이 마을공장들은 어떻게 도심에서 살아남아 숨쉬고 있는 걸까요. 이 의문은 5편 ‘공장이 숨쉬는 도시를 꿈꾸다’에서 풀어보겠습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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