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포퓰리즘의 덫➌ 설익음과 불통
눈에 띄는 정책 쏟아내는 정당들
빈틈 많은 민주당 횡재세 법안
정국 주도권 되찾기 위한 의도
부동산 냉각기 공급책도 문제
여론 찬성 많은 의대 정원 확대
文 정부서 추진할 땐 반대깃발
정교한 정책 고민 없는 게 문제

정치권이 민생을 챙기겠다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은 정쟁만 일삼던 이들의 느닷없는 변화가 반갑지만, 한편으론 선거를 앞두고 있단 점에서 의도가 미심쩍다. 실제로 정책을 들여다보면 설익었거나 수단이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론을 설득하는 노력과 함께 정교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데도 표심을 얻겠단 이유로 마냥 밀어붙이는 중이다. 더스쿠프 視리즈 포퓰리즘의 덫 세번째 이야기 ‘설익음과 불통’ 편이다. 

여당은 야당의 횡재세 도입을 두고 “총선을 위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여당은 야당의 횡재세 도입을 두고 “총선을 위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설익은 정책 횡재세 =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은 ‘횡재세’다. 지난 11월 10일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민생 위기 극복 그리고 민생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횡재세로 만들어진 재원으로 고금리 고통을 겪는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뒤엔 법안도 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다. 골자는 이렇다. “금리변동 등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금융회사의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이익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순이자수익의 최대 40%까지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한다.” 

횡재세는 기업이 외부 요인으로 의도치 않게 벌어들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란 취지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유럽 여러 나라가 채택하기도 했고, 도입 명분도 뚜렷했다. 기준금리 인상기를 틈타 대출금리를 끌어올려 ‘이자 장사’에 힘을 쏟은 시중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서민들은 벼랑 끝으로 몰렸는데 은행권만 웃고 있으니, 입법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움직임은 얼핏 민생 친화적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횡재세 카드가 ‘포퓰리즘’이란 비난을 받는 이유는 시기와 방법론에 있다. 횡재세 논의는 국제유가가 치솟던 지난해에도 에너지 업계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지 않았다. 당 차원에서의 진지한 논의도 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던 민주당이 느닷없이 ‘대표 이재명’을 선봉으로 은행에 횡재세를 매기겠다고 나섰으니 뒷말이 나올 법했다. 더구나 1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겨냥해 ‘돈잔치’ ‘독과점’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뿐이었다. 민주당의 은행 횡재세 주장에 진정성이 있느냐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횡재세 법안’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횡재세는 한시적인 부담금 성격을 갖고 있다. 일시적으로 발생한 ‘이벤트(횡재)’에 부과하는 것이어서다. 당연히 횡재가 사라지면 횡재세도 사라지는 게 맞다. 그런데 민주당은 ‘영구 횡재세’란 이상한 제도를 주장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초과이익의 산정방법, 횡재세 납부방법과 절차, 미납 시 조치사항 등 디테일한 항목도 법안에 넣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은행 횡재세는 여당에 ‘표심’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만든 ‘허울뿐인 법안’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포퓰리즘의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의료계 반발과 마주했다.[사진=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의료계 반발과 마주했다.[사진=뉴시스]

■ 설익은 정책 신규 택지지구 조성 = 지난 11월 15일 국토교통부가 새로운 주택지구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 오산, 용인, 구리, 청주 분평, 제주 화복 등 신규택지 5곳에 총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플랜이었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엔 사전청약과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집값이 급등한 탓에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서민들 입장에선 정부가 주택 공급물량을 늘리는 게 반갑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실제로 공급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를 두곤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공사비 인상과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건설경기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자금난으로 주택사업장이 줄줄이 멈춰 섰고 건설업계에선 도미노 부도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3기 신도시 등 기존 주택 공급 계획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급 계획을 또 발표하는 건 ‘표심’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때마다 집값 문제는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수많은 주택 공급 계획이 쏟아진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거창하게 내놓은 공급 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된 사례는 많지 않다.

윤석열 정부만 해도 그렇다. 출범 당시 5년간 2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장담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50만호씩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공공과 민간의 모든 주택 공급량(착공)을 합쳐도 15만호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추가 택지지구 지정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 설익은 정책➌ 의대 정원 확대 = 이번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보자. 이 확대책은 새삼스럽게 나온 게 아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2020년)에서도 추진하려 했던 정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의사들이 더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와 전공의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 재논의하기로 미뤄둔 거였다. 그걸 윤 정부가 다시 꺼내 든 거니까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딱지가 붙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의대 정원 확대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면 여야를 떠나 합심해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했다. 하지만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국민의힘은 정부의 발목을 잡기 바빴다.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미래통합당 포함)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의료계 당사자들과의 소통 없이 의대 정원 확대ㆍ공공의대 설립 등을 밀어붙인다”면서 의사들의 파업과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문 정부가 감염병 대응 인력 확보를 위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자, 관련 예산 편성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인 게 사실이다. 

선거 때마다 대규모 주택 공급 공약이 반복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선거 때마다 대규모 주택 공급 공약이 반복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추진 과정이 문 정부보다 매끄러운 것도 아니다. 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현 국민의힘 의원)는 국민의힘 청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두가지 문제가 있다. 시골에는 바로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하고, 내과ㆍ외과ㆍ산부인과ㆍ소아과 등 필수진료 과목에 의사 지원이 많지 않아서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거다. 과연 의대 정원 확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논의해봐야 한다.”

물론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들이 내놓는 주장이다. 하지만 충분히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다 한발 물러선 이유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현재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 정부가 이런 논의들을 제대로 거치고 있느냐는 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사 수급 불균형은 필수의료의 수가체계가 낮은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적대적 입장을 가진 여당이 의사들과 얼마나 많은 의견을 나눴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종전의 400명 수준에서 1000명으로 확 늘렸는데, 이 수치가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도 밝혀진 바 없다. 한마디로 철저한 준비를 거치지 않은 채 도출된 설익은 정책이라는 거다. 이 역시 포퓰리즘 정책의 전형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김정덕ㆍ강서구ㆍ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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