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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生 스몰캡 케이엔제이
실리콘카본 기술력도 탄탄
실적 개선하는데 주가는 하락
업황 회복 시 수혜 누릴 가능성

식각蝕刻. 둥근 웨이퍼를 반도체 크기에 맞춰 깎아내는 과정을 말한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식각 자체가 기술력이다. 여기 반도체 식각 공정에 웨이퍼를 고정해주는 링 형태의 부품 ‘실리콘카본(SIC) 포커스링’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 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케이엔제이인데,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숨은 강점은 무엇일까.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요즘 국내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불확실성 그 자체다. 코스피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9월 12포인트대였지만, 10월부터 급격히 오르더니 10월 30일에는 21포인트를 넘기기도 했다. 그만큼 변동성이 심했다는 얘기다. 

11월 들어 지수는 조금 내려와 11월 20일 현재 16.68포인트지만, 여전히 상반기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국지적 전쟁 상황, 미국의 통화긴축정책, 그에 따른 고금리와 투자 위축, 생산과 소비 감소, 고물가 등 대내외 악재들이 겹겹이 쌓인 탓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그릇’으로 비유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선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큰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작은 수익이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믿을 건 실적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기준을 충족하는 종목이 여기 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케이엔제이다. 2005년 4월에 설립해 2019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한 이 기업은 디스플레이 가공용 장비와 반도체 웨이퍼 공정용 소모품을 제조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대목은 실적이다. 2020년 426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465억원으로 9.2% 늘어났고, 2022년엔 623억원으로 다시 34.0% 증가했다. 몸집을 안정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영업이익 증가폭은 매출이 늘어난 정도를 압도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영업이익은 26억원에서 44억원(69.2%)으로, 다시 133억원(202.3%)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도 6.1%, 9.4%, 21.3%로 상승세를 탔다. 단순히 시장을 넓히는 게 아니라 질 좋은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미ㆍ중 갈등도 케이엔제이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미ㆍ중 갈등도 케이엔제이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반면 주가는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7월엔 공모가(1만1000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 상승하는가 싶더니 지난 7월 4일 고점(2만6900원ㆍ종가 기준)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주가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긴 하지만, 6일 현재 주가는 1만7100원에 머물고 있다. 2021년 영업이익이 2022년에 3배로 늘어나는 동안, 주가는 1만원 초중반대에서 고작 1만원 중후반대로 오르는 데 그쳤다는 걸 감안하면 실적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 

케이엔제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이 본격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초부터 시작한 감산 전략은 수출 단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 회복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량이 늘고,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업황 개선 전망에 힘을 싣는다. 증권업계에선 이번에 반도체 업황이 상승 사이클을 탄다면 2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엔제이의 고대역폭메모리(HBMㆍ인공지능 서버에서 대용량 데이터의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메모리) 관련 수주와 투자가 동시에 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혜를 직간접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을 다시 늘릴 때 소재ㆍ부품ㆍ장비 관련 투자가 늘어나면 더할 나위 없다.

케이엔제이의 반도체 소재 부품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케이엔제이 전체 매출의 절반(2022년 기준)을 차지하는 제품은 반도체 식각 공정에 웨이퍼를 고정해주는 링 형태의 부품 ‘실리콘카본(SIC) 포커스링’이다. 식각은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과정을 말한다. 2010년 이 분야에 진출한 이 회사는 끊임없는 기술개발(R&D)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ㆍ중 무역갈등이 이 회사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통제 탓에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공정용 소재와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자, 케이엔제이가 자연스럽게 중국 수요를 대체하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엔제이는 지난 7월 반도체 공정용 소재ㆍ부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증설에 200억원(자기자본 대비 39.2%)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기간은 내년 12월 말까지다. 수요 증가에 따른 대비까지 해놓은 셈이다. 

물론 매출의 또다른 축인 디스플레이 장비 부문의 실적이 얼마나 받쳐줄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반도체 관련 부문의 매출 성장이 이어질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분명 저평가돼 있다.

만약 주가가 더 하락한다면 주가수익비율(RER)은 낮아질 수 있어 해당 종목의 가격 매력도는 더 올라갈 것이다. 장기 목표가는 7월 고점인 2만7000원으로 제시한다. 

손창현 K투자리서치 팀장 | 더스쿠프
fates79@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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