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언더라인
티빙 모처럼 적자폭 축소
CJ ENM 3분기 호실적 견인
티빙 손익분기점 도달 기대
OTT 업황 낙관적이진 않아
웨이브 합병 성사돼도 마찬가지
웨이브 역시 적자 규모 상당해
글로벌 진출 외엔 방법 없어

#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두 OTT 플랫폼 기업의 최대주주가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둘 모두 적자기업이란 점은 문제다.

# 그나마 합병법인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티빙이 최근 수익성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다만,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것만으론 중장기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더스쿠프가 티빙의 적자 탈출 시도를 분석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2024년 하반기쯤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최주희 티빙 대표는 “2024년 하반기쯤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CJ ENM은 올 3분기 매출 1조1109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71.0% 감소한 수치였지만 CJ ENM으로선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손에 넣은 셈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적자의 늪(-807억원)에 빠져있었는데, 3분기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3분기 흑자의 일등공신은 계열사인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시즌과 OTT 플랫폼 티빙이다. CJ ENM 측은 “피프스시즌과 티빙의 손익 개선을 통해 턴어라운드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피프스시즌의 실적 개선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발목을 잡던 미국 미디어 산업의 파업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의외의 실적을 기록한 건 티빙이었다. 티빙의 3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780억원과 312억원이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증가했고, 적자 폭은 줄었다(2분기 매출 767억원, 영업손실 479억원). 비결은 유료 가입자의 증가에 있었다. 줄곧 적자 폭이 커져 왔던 티빙이 수익성을 개선하자 CJ ENM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만 해도 콘텐츠 산업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며 목표주가를 끌어내린 것과 달리, 이번엔 상향 리포트도 여럿 나왔다. 실적 발표 이후 11월 한달간 증권가는 12건의 기업 리포트를 발행했는데, 이중 5건이 목표주가를 올렸다. 

목표주가를 올린 배경엔 티빙의 흑자 전환 기대감이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르면 내년 말쯤 티빙도 ‘돈 버는 회사’가 될 수 있을 거란 거다. 마침 티빙은 턴어라운드를 위해 요금제 개편이란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구독료 인상과 토종 플랫폼 최초의 광고형 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신증권은 “가입자 500만명 수준부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데 내년쯤 이를 달성할 전망”이라면서 “2025년엔 티빙이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하반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요금 인상, 광고요금제 도입을 통한 수익 확대로 적자 확대 가능성은 낮다(DB금융투자)” “티빙은 장기적으로 미디어 생태계를 새롭게 바꿀 것이고 생태계를 점점 장악하고 있다(KB증권)” 등 티빙의 실적 반전과 전략을 호평한 증권사가 많았다. 

회사 역시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여러 가지 사업적인 성장을 통해서 내년 하반기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몇몇 콘텐츠 관계자는 ‘티빙이 과연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내비친다. 콘텐츠 제작업계 관계자는 “광고형 요금제를 통한 가입자 수 증가는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맹점이 있고 기본 요금제 가격 인상에 따른 기존 가입자 이탈 가능성도 계산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티빙 가입자 그래프의 우상향을 낙관하기엔 한국 OTT 플랫폼을 둘러싼 업황이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OTT 산업은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가운데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토종 플랫폼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 이 점유율 구도는 수년째 고착했고 티빙은 이를 뒤집을 만한 ‘한방’ 있는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년이라고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좋은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한 핵심은 ‘자본력’인데, 티빙 측이 콘텐츠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릴 계획이 없어서다. 최주희 대표는 “올해 콘텐츠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고 내년에도 유사하거나 약간 늘어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튜디오들이 토종 플랫폼을 위한 작업보단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에 배급할 작품 제작에 치중하는 분위기”라면서 “티빙 역시 CJ ENM을 등에 업고 여러 제작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곤 있지만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장악할 만한 파워를 보유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티빙이 웨이브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티빙이 웨이브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물론 증권가의 시각처럼 티빙의 적극적인 요금제 개편이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순 있다. 다만 겨우 손해를 면하는 수준에 그치는 일에 만족한다면 중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티빙이 최근 또다른 토종 플랫폼인 웨이브와의 합병 작업을 위한 첫발을 뗐지만, 이 역시 확실한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보긴 어렵다. 합병 형태와 지분율 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설사 합병에 성공해도 넷플릭스와 대등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보장이 없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는 “합병을 하더라도 내수 시장에서 가입자를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다 보면 이익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OTT 플랫폼 특성상 글로벌 진출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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