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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노동시간으로 실업급여 책정
월급과 실업급여 간 괴리 해소
저임금 취약층 외면했단 지적도

고용노동부가 실제 노동시간을 고려해 실업급여를 책정하도록 규정을 바꿨다.[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실제 노동시간을 고려해 실업급여를 책정하도록 규정을 바꿨다.[사진=뉴시스]

12월부터 ‘하루 3시간 이하’로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의 실업급여가 확 줄어든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일 ‘급여기초임금일액(기초일액) 산정규정’과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시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한 데 따른 조치다.

기존엔 하루 2시간만 일해도 4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해 실업급여를 산출했다.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일 때는 4시간, 8시간 이상일 때는 8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한다’는 규정에 근거한 계산이었다.

그러다 보니 간혹 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일할 때 받는 월급보다 실직한 뒤 받는 실업급여가 더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일한 시간만큼만 실업급여가 적용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이를 실업급여 계산을 통해 좀 더 쉽게 풀어보자. 현행 규정상 실업급여 상한액은 ‘기초일액’이라는 걸 토대로 산정한다. 1일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할 때 기초일액 상한선은 11만원이고, 이 금액의 60%인 6만6000원이 1일 실업급여 상한액이다.

반면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정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이니까 1일 실업급여 하한액은 6만1568원(9620원×8시간×0.8)이다. 따라서 노동시간 4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1일 실업급여 하한액은 그 절반인 3만784원이다. 여기에 30일을 곱하면 월 실업급여 하한액은 92만3520원이 된다. 

그런데 하루 2시간씩 주5일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월급(4.345주 적용)으로 41만7989원(9620원×2시간×5일×4.345주)을 받는다. 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4시간으로 간주해 실업급여 하한액을 책정하면 92만3520원을 받으니까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많은 상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는 단시간 노동자의 실제 노동시간을 산정해 실업급여를 책정하기로 했다. 그러면 언급했듯 단시간 노동자의 실업급여는 대폭 줄어든다. 하루 2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1일 실업급여 하한액은 1만5392원으로, 월 실업급여 하한액도 92만3520원에서 46만1760원으로 줄어든다.

개정된 규정은 12월 1일 이후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부터 적용한다. 다만 이미 4시간을 적용해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단시간 노동자는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예전엔 단시간 노동자가 많지 않았고, 최저임금 수준도 낮아서 그런 규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이번 개정은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하고 정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 규정 개정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실업급여 규정 개정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번 개정을 두고 노동계의 반발도 적지 않다. 실업급여는 단시간 노동자가 좀 더 나은 노동조건을 찾는 과정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인데, 정부가 저임금 취약계층의 실업급여를 줄여 생계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가 단시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보호해주기보다는 최소한의 급여 수준마저 낮춰 고용보험기금을 메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원한 학자도 “단시간 노동자들이 워낙 적은 급여를 받고 일하다 보니 저임금 노동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생겨난 규정인데, 이를 개정하는 게 옳은 방향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실업급여 제도의 손질은 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가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방법(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으로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업급여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윤 정부로선 손쉬운 방법이지만, 민의를 대변한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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