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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끝난 제4이동통신사
가계통신비 인하하려는 정부
“실현 가능할까” 가능성 반반
이통사 독과점 부추길 수 있어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사진=뉴시스]

2023년 12월 19일, 정부의 제4이동통신사 모집이 끝났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포기한 28㎓ 대역폭 주파수를 거둬 새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게 ‘제4이통사 공고’의 골자였다. 경쟁에 뛰어든 건 세종텔레콤·스테이지엑스·마이모바일 등 3곳으로, 모두 알뜰폰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운 업체들이었다.

신청서를 내긴 했지만, 모두가 제4이통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28㎓를 갖고 이동통신사업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28㎓의 주파수 도달거리가 짧아 이통3사가 사용하는 3.5㎓보다 훨씬 더 많은 기지국을 구축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지국 1대당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정부는 3년 안에 6000대를 설치하는 걸 의무로 제시했다. 기지국 설치 비용만 1200억~1800억원이 드는 셈이다.

신청 기업들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지만,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3개 기업 모두 알뜰폰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어느 기업이 되더라도 이통3사처럼 이동통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제4이통사로서 ‘최소한의 구색’은 갖춘 셈이다.

정부는 제4이통사가 등장하면 기업 간 경쟁이 활성화해 가계통신비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곱차례나 제4이통사 유치에 실패했는데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정말 가계통신비가 줄어들까. 여기 흥미로운 보고서가 있다. 2023년 12월 3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해외 이동통신시장 구조 변화와 MVNO(알뜰폰)’ 보고서에 따르면, 이통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이통사가 4개인 국가(11개국·평균 9.2%)가 3개(13개국·7.2%)인 국가보다 2.0%포인트 더 높았다. 이는 기존 이통사들이 신규 이통사를 견제하기 위해 알뜰폰 사업에 힘을 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알뜰폰이 이통사보다 요금이 저렴한 만큼, 알뜰폰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소비자의 가계통신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 간의 경쟁이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진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자료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참고 | 2023년 기준, 사진 | 뉴시스]
[자료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참고 | 2023년 기준, 사진 | 뉴시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속해 있는 ‘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반대로 이통사가 4개인 국가(6.7%)가 3개인 국가(8.7%)보다 2.0%포인트 낮았다. 이는 이통사 간의 알뜰폰 경쟁에 휘말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입지가 쪼그라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 거대 통신사의 알뜰폰 시장의 독과점을 사실상 부추기는 꼴이 된다.

KISDI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그렇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들 사업자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중소 사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4이통사가 들어서면 최종적으로 웃는 건 누가 될까. 소비자일까, 아니면 기업일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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