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금융위 “태영건설 특별한 상황”
다른 건설사 부실 위험 높지 않아
하지만 우려 부추기는 시장 지표
분양률 하락은 살펴봐야 할 변수
미청구 공사금액도 증가세에 놓여
‘건설사 위험’ 여기서 멈춰설까

태영건설이 구조 신호를 띄웠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자 채권단에 ‘워크아웃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태영건설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 있다면서도 자체 사업 비중이 높은 태영건설만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의 말대로 정말 다른 건설사는 괜찮은 걸까.

태영건설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건설사의 돈 흐름도 원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사진=뉴시스]
태영건설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건설사의 돈 흐름도 원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사진=뉴시스]

시공평가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이 2023년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놓고 “윈윈할수 있는 결정”이라면서도 “금융시장과 건설업 전반으로 태영건설의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나름의 근거도 제시했다. “태영건설의 높은 자체 시행 사업 비중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자 그 영향을 직격으로 받았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금융위의 말대로 정말 태영건설만의 특수한 문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건설사들이 태영건설처럼 워크아웃의 위기에 처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태영건설만의 특수한 일로 한정하는 것도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자금 흐름이 막힐 수 있는 위험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다. 하나씩 살펴보자. 

■ 체크포인트➊분양률 = 건설업계의 위험 요소가 크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건설사의 매출 비중에 있다. 포스코이앤씨나 SK에코플랜트처럼 플랜트 비중이 높은 건설사를 제외하면 건설사 대부분의 매출 중 절반(2023년 3분기 기준)은 주택이나 건축 부문에서 나왔다. 다만 건설사들이 브리지론이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기댄 정도가 미미하다면 태영건설만큼의 위기를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택시장 자체가 위태롭다는 건 주목해야 할 이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민간아파트의 초기 분양률(분양 후 3~6개월)은 2023년 3분기 기준 83.5%였다. 100호 중 83.5호가 주인을 찾았다는 거다. 20 22년 3분기에 기록했던 82.3%보다는 높지만 2021년 3분기 97.9%와 비교하면 아파트 분양이 얼마나 위축됐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제는 집을 만들어도 다 팔리지도 않는다는 거다.

초점을 수도권에 국한하면 장래는 더 어둡다. 수도권의 2022년 3분기 초기 분양률은 93.1%였지만 2023년 3분기엔 88.7%까지 떨어졌다. 대부분의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보다 수도권 분양 시장이 그나마 괜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에서의 분양률 하락은 함의가 더 크다.

우리나라는 먼저 집을 팔고 나중에 공사를 완료하는 선분양 체제인데 분양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공사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분양률은 곧 공사비 확보의 바로미터다. 이 지표가 수도권에서는 1년 새 더 떨어졌다는 건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 체크포인트➋미청구 공사 =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분양률이 떨어진다고 부동산 사업자가 공사를 멈출 순 없다. 수분양자들과의 계약 조건을 지키기 위해선 공사를 해야 한다. 돈이 없어도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거다. 자체 시행 비중이 높았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때문이다. 이럴 때 또 하나의 위험한 변수는 ‘미청구 공사금액’이다.

미청구 공사금액이란 건설사가 공사를 수행했음에도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비를 말한다. 다시 태영건설의 예를 들면, 이 회사의 미청구 공사 금액은 2023년 3분기 기준 4286억원으로 2022년 3분기(2989억원)에 비해 43.4% 늘었다.

비슷하게 미청구 공사 금액이 늘어난 건설사는 적지 않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미청구 공사 금액은 같은 기간 50% 이상 늘었다. DL이앤씨 역시 14.4% 증가했다. 분양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돈이 마를 수밖에 없다. 

■ 체크포인트➌현금과 빚 =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현금이 많은 건설사는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현금성 자산 대비 유동부채 비율이다. 이는 현금 대비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 금액의 비중을 뜻한다. 태영건설의 2023년 3분기 기준 유동부채는 2조1804억원, 현금성 자산은 5011억원으로, 유동부채 비율은 435.1%에 달한다.

비교적 현금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건설 역시 같은 시점 유동부채 비율은 294.0%다. 기업 곳간에 쟁여둔 현금만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곳이 태영건설만이 아니란 얘기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분양률은 하락하고, 미청구 공사금액은 증가세다. 현금 유동성이 탄탄한 건설사도 드물다. 이런 상황은 결코 태영건설만 위험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그렇다고 긍정적 지표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23년에 비해 2024년 계획한 아파트 분양 물량이 소폭 늘었다는 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계획됐던 민간아파트 분양 물량은 25만8033호, 2024년 계획된 물량은 이보다 7406호 많은 26만5439호다. 

[자료 | 각사 종합, 참고 | 2023년 3분기 기준]
[자료 | 각사 종합, 참고 | 2023년 3분기 기준]

하지만 이는 계획일 뿐이다. 2022년에도 계획된 분양 물량은 41만6142호에 달했지만 실제 분양 실적은 계획의 68.3% 수준인 28만4605호에 불과했다. 2023년에도 18만2561호를 분양해 계획치의 70.7%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2024년에도 이 비중이 유지될 경우 부동산 사업자와 건설사들이 벌어들일 수 있는 주택 시장 매출도 그 정도 선에서 끝난다는 거다.

금융위는 “태영건설과 다른 건설사의 사정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장 상황은 앞서 말했듯 녹록지 않다. 태영건설이 아닌 다른 건설사의 신용등급도 이미 떨어진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GS건설ㆍ동부건설ㆍ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주택가격이 올라도 원가 수준이 여전히 높은 데다 PF 위험이 계속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이 PF에서 손을 떼면서 이 부담은 건설사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의 말대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한 건설사의 사정’으로 축소해서 봐도 괜찮은 상황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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