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양재찬의 프리즘
총선 앞두고 쏟아지는 감세정책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2025년 도입 예정이던 금투세 폐지
세수 감소 부작용 대책은 ‘글쎄’
올해 재정적자 92조원 전망 나와
정책 발표 전 세수 결손 대책 세워야

선거만 생각하고 ‘감세정책’을 시리즈로 내놓아선 곤란하다. 어떤 세금을 폐지하거나 감면 혜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기 전에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선거만 생각하고 ‘감세정책’을 시리즈로 내놓아선 곤란하다. 어떤 세금을 폐지하거나 감면 혜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기 전에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총선의 해 벽두부터 대통령실과 정부가 각종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민생 회복을 위해 필요한 대책임을 내세우지만, 상당수가 감세 중심이라서 세금징수와 재정수입 감소를 초래하고, 세수 부족으로 나라살림에 주름을 지울까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한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20여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가 거의 사흘에 한번꼴이다. 상당수 대책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민생토론회’나 고위급 당정협의를 통해 나왔다.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선 주식 세제 개편이 중점 거론됐다. 2025년 도입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금투세 폐지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일 새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붉은색 넥타이도 맸다.

윤 대통령은 보름 뒤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를 주재했고, 금융위원회는 금투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인하해온 증권거래세는 금투세 폐지의 관계없이 예정대로 내년까지 0.15%로 낮추기로 했다. 

또한 예금·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데 담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 한도와 비과세 혜택을 두배 이상 올리기로 했다. 상장기업의 가업 승계를 용이하게 하겠다며 상속세 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 증시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세제를 지목하고, 이를 개편해 증시를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다.


윤 대통령은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정치적으로 어떤 불이익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투자자는 1400만명으로 대중화돼 있다.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국내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민에게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이해된다. 하지만 주식 세제 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면밀히 마련했는가.

금투세 폐지로 1조5000억원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ISA 비과세 납입 한도를 늘리면 투자자 1인당 104만~152만원 혜택을 보는데, 정부로선 연 2000억~3000억원 세수 감소를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인하되고 있는 증권거래세로 덜 걷히는 세금은 연평균 2조원 규모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곳간이 비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정부 재정적자는 지난해 58조원에서 올해 92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채무가 1134조원에서 1196조원으로 불어나고,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저성장 기조 속 새로운 세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판에 총선이 다가오자 기존의 건전재정 기조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은 무책임하다. 어떤 세금을 폐지하거나 감면 혜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기 이전에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지를 먼저 고민해야 마땅하다. 

세제 개편은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해야 이뤄진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상당수 정책을 대통령실이 주도하면서 관가에 ‘부처 패싱(건너뛰기)’이란 말도 나돈다. 

윤 대통령이 2일 직접 밝힌 금투세 폐지의 경우 같은 날 기획재정부가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걸어 배포한 경제정책방향에 한 글자도 없었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 조치도 대통령실이 주도해 주말에 비공개 고위 당정회의를 한 뒤 월요일 금융위가 발표하는 식이었다.

세제 개편안 중에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과 증시 선진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의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는커녕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완화했다. 그로부터 한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20여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해 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완화했다. 그로부터 한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20여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새해 들어 한국 증시 성적은 주요 20개국(G20) 중 바닥권이다. 일본 증시가 상승 행진하며 1990년 거품 붕괴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내놓은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금투세 폐지 방침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책들은 별 효과가 없었다. 한국거래소 민생토론회에서 주식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17일에도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며 감세 정책을 시리즈로 내놓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국가 재정의 근간인 조세 제도를 흔들었다가 총선이 끝난 뒤 어찌 감당할 텐가. 선심성 임시방편 대책으로 주식·외환시장 급락을 막지 못한다. 규제개혁과 산업대전환 등으로 기업 활력을 높이는 정공법과 남북간 긴장 완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정치외교 해법이 절실하다. ​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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