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댓글에 답하다
새 실업급여 기준과 함정 1편
기존 소정근로시간 산정 규정
3시간 이하는 4시간으로 인정
산정 방식에 문제 제기한 정부
결국 규정 바꿨는데 타당할까

실업급여 규정 개정으로 단시간 노동자의 삶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실업급여 규정 개정으로 단시간 노동자의 삶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전엔 2시간만 일해도 생활이 어렵지 않다가, 실업급여를 적게 받게 된다니까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하는 게 과연 말이 되는가.” 지난해 12월부터 실업급여 산정 기준이 변경됐습니다. 단시간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줄이는 게 골자입니다. 더스쿠프는 그로 인해 단시간 노동자의 삶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앞에 언급한 건 그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 댓글엔 이런 전제와 논리가 담겨 있습니다. ‘하루 2시간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의 실업급여는 2시간이 아닌 4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따라서 단시간 노동자로 잠깐 일한 뒤 퇴직해서 월급보다 훨씬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이 많고, 이건 불합리하다. 정부가 이를 바로잡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런데 이 지적, 과연 타당할까요? 더스쿠프가 그 댓글에 답해봤습니다. 

지난해 12월 실업급여 책정을 위한 급여기초임금일액 산정규정이 개정됐다.[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실업급여 책정을 위한 급여기초임금일액 산정규정이 개정됐다.[사진=뉴시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실업급여(구직급여) 산정 기준이 바뀐 것부터 잠깐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댓글에 답하다’의 핵심 전제이기 때문이죠.[※참고: 고용보험법에서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으로 나뉩니다. 이중 기준이 바뀐 건 구직급여입니다. 다만, 편의상 구직급여가 아닌 실업급여로 통칭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일 고용노동부는 새로운 ‘급여기초임금일액(기초일액) 산정규정’을 공포·시행했습니다. 이 규정은 노동자의 실업급여 일당을 계산하기 위한 방법을 정리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초일액이란 일종의 ‘하루 노동값’입니다. 

바뀐 내용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기초일액을 계산할 때 실제 일한 시간만큼만 반영하겠다는 겁니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는 실제 일한 시간만큼만 반영한 게 아니라는 건가’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타당한 의문입니다. 실제로 규정이 바뀌기 전에는 그랬으니까요.

하루에 3시간 이하로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실업급여를 산정할 때에는 ‘4시간으로 간주’해서 계산을 해줬습니다(표➊ 참조).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일 때는 4시간(하한), 8시간 이상일 때는 8시간(상한)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한다’는 기초일액 산정규정에 따른 거였습니다.

여기서 ‘단시간 노동자’는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이거나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를, ‘소정근로시간’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정한 노동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고용노동부가 규정을 바꿔서 하한선을 없앴습니다. 해당 규정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소정근로시간을 더 늘려서 실업급여를 산정해주면 당연히 3시간 이하 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일할 때 받는 월급보다 실직한 뒤 받는 실업급여가 훨씬 더 많아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계산을 통해 좀 더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일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할 때 기초일액 상한선은 11만원입니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이 금액의 60%인 6만6000원입니다. 그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반면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이고, 그 80%는 7696원이니까 1일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한 실업급여 하한액은 6만1568원입니다. 노동시간 4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그 절반인 3만784원이고, 여기에다 30일을 곱하면 월 실업급여 하한액은 92만3520원입니다(표➋ 참조).

그럼 이제 월급을 계산해볼까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1일 2시간, 주5일 일하는 노동자의 월급(계산 시 4.345주 적용)은 41만7989원입니다(표➌ 참조).[※참고: 보다시피 월 실업급여는 1일 노동시간에 30일을 곱하지만, 월급은 주당 노동일수에 4.345주를 곱해 계산합니다.] 

이 노동자의 실제 노동시간을 적용한 월 실업급여는 46만1760원입니다(표➍ 참조).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간주해주면 그 두배인 92만3520원을 받게 됩니다. 

이러니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일 때 4시간으로 간주해주는 게 불합리하다는 말이 충분히 나올 법합니다. 고용노동부의 기초일액 산정규정 개정도 당연해 보입니다. ‘실업급여가 줄어 단시간 노동자의 삶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 보이죠. 

하지만 여기서 고용노동부가 숫자놀음에 매몰돼 간과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현실이라는 변수입니다. 단시간 노동자의 현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통계나 조사연구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약간의 추정이 필요한데요. 하나씩 풀어가 보겠습니다. 

자, 사람들이 단시간 노동자로 일하는 이유는 뭘까요? 누군가에겐 학비를 벌기 위해 혹은 기타의 다양한 목적으로 용돈 정도를 벌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것도 아니라면, 삶을 위한 수단이라면 어떨까요?

그럴 때 단시간 노동자가 되고 싶어서 선택한 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은 취업경쟁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선택했거나 육아·간병 등의 이유로 단시간 노동자가 됐겠죠. 그렇다고 단시간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조차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 1일 3시간, 주5일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일자리를 ‘A’라고 해보죠. 물론 생계를 위한 직업입니다. 그럼 월급은 62만6984원입니다(표➎ 참조).

이 돈으로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어림도 없습니다. 당연히 수익원이 더 필요하고, 제대로 된 취업은 여의치 않으니 단시간 일자리 하나를 추가합니다. 이렇게 보면 단시간 노동자는 다중취업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10월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아 발표한 ‘최근 10년 산재보험 복수가입자(다중취업자) 현황’을 통해서도 이런 현실이 드러납니다.

이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산재보험 복수가입자 중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임금노동자)는 26만5000여명 줄었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노동자 등 노무제공자(비임금노동자)는 38만5000여명 늘었습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유롭게 부업을 갖는 게 아니라 단시간 노동을 주업으로 삼은 이들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현실에 맞춰 1일 2시간, 주5일 일하는 단시간 노동을 하나 더 합니다. 이 일자리를 ‘B’라고 하겠습니다. 월 41만7989원을 더 벌어 총 104만4973원을 벌게 됩니다(표➎ 참조). 여전히 1일 8시간 기준 최저임금 노동자의 월급(167만1956원)보단 낮지만 말이죠. 

실업급여 산정 기준 변경에 따른 허점은 바로 이처럼 단시간 노동자가 다중취업자인 현실을 가정하면 여실하게 드러납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댓글에 답하다 : 새 실업급여 기준과 함정’ 2편에서 그 얘길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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