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지위 격상된 아디다스코리아
“韓 단독 마켓 됐다” 홍보 전념
점주와의 갈등엔 여전히 침묵
아디다스 운영해온 점주들
일방적 계약 종료 앞두고 ‘막막’
히트상품 점주에게 공급 안해
아디다스 갈등 해결점 찾을까

# 최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켓에 속해 있던 한국 시장을 올해부터 ‘단독 마켓’으로 전환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거다. 

# 하지만 정작 아디다스코리아의 경영전략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십년간 함께해온 점주와의 거래관계를 일방적으로 정리한 후 대화마저 하고 있지 않아서다. 2년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아디다스코리아와 점주의 갈등을 취재했다.

아디다스코리아의 경영전략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아디다스코리아의 경영전략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아디다스가 한국 시장을 단독 마켓으로 격상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3일 그동안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켓에 속해 있던 한국을 올해부터 단독 마켓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는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국내 고객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제품·유통채널을 구축하고, 고객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이전보다 독일 본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국내 시장에 맞는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생긴 셈이다.

그런데 아디다스가 한국 시장을 단독 마켓으로 운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아디다스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일본·동남아시아를 한데 묶은 ‘원 아시아(One Asia)’ 전략을 펼치기 전까지 한국은 단독 마켓이었다. 이후 5년 만에 아디다스가 글로벌 정책을 바꾸면서 한국과 일본을 다시 단독 마켓으로 전환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한편에선 “아디다스코리아가 단독 마켓 격상을 홍보할 게 아니라, 2년여째 갈등을 빚고 있는 점주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22년 1월 온라인과 직영점 위주로 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직영점을 제외한 점포를 구조조정하겠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아디다스코리아와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해온 점주 100여명 중 80여명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아디다스코리아의 통보대로라면 80여명의 점주들은 올해까지만 아디다스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재고가 남아있더라도 2025년 6월 이후엔 장사를 접어야 한다. 10~30여년간 매장을 운영해온 점주들로선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점주들의 반발에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글로벌 정책의 일환”이란 답만 되풀이해왔다. 아디다스 본사가 2025년까지 ‘소비자 직접 판매(DTC·Direct To Consumer)’ 매출 비중을 50%로 끌어올리는 ‘온 더 게임 2025(Own the game 2025)’ 전략을 추진하는 만큼, 점포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아디다스코리아가 단일 마켓으로 격상된 지금, 한국시장에 맞는 점포 전략을 펼칠 수는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점주들과 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점포 구조조정 계획이 나온 2022년 1월부터 점주들은 아디다스코리아에 수차례 협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점주들이 2023년 1월 경기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을 때에도 아디다스코리아는 출석하지 않았다. 

점주들이 문제를 공론화한 끝에 지난해 10월 피터 곽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에 불려 나왔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점포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질타에 곽 대표는 “아디다스의 방향성을 점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3년 이상의 시간을 주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거듭했다. 

문제는 아디다스코리아가 대화에 나서지 않는 이상 점주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디다스 점주들은 현재 ‘가맹점주’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아디다스 점주협의회가 지난해 5월 아디다스코리아를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을 때, 심사를 맡은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심사불개시(7월)’를 결정했다.

“가맹사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자에게 영업표지 사용을 허락할 것, ▲가맹사업자는 일정한 품질 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을 판매할 것, ▲가맹본부가 경영 및 영업활동 등을 지원하고, 교육·통제를 수행할 것, ▲영업표지 사용과 경영·영업활동 등에 지원·교육 대가로 가맹금 지급할 것, ▲계속적인 거래 관계일 것 등 5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중 아디다스코리아가 점주의 경영 및 영업활동 등을 통제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자 점주협의회 측은 “아디다스코리아가 표준화한 영업방식을 마련하기 위한 각종 의무를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며 “매장 운영상황을 평가하고, 일일 판매량이나 재고 정보를 받아보는 등 상당한 수준의 통제를 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지난해 9월 공정위에 재신고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심사불개시 통보(2023년 12월)를 받았다. 

아디다스 점주들이 ‘가맹점주’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본사를 상대로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한다. 가맹점이어야만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이 법에 따르면, 본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나 상품 공급 중단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한다. 가맹점은 본사에 최대 10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점주들이 할 수 있는 건 ‘공정위가 납득 못할 사유로 심사불개시를 통보해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걸 근거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일뿐이다. 매장을 운영할 시간이 사실상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점주들의 마음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8~2019년 아디다스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점포를 확장·리뉴얼한 점주들은 손해를 만회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중엔 아디다스란 글로벌 브랜드를 믿고 대출까지 끌어온 점주들도 있다. 

아디다스 점주들은 가맹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아디다스 점주들은 가맹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아디다스코리아는 점주들과 대화 창구를 열기는커녕 경영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히트를 친 스니커즈 모델 ‘삼바’를 직영점과 온라인, 재계약한 일부 점주에게만 판매하도록 한 건 단적인 예다. 계약 종료를 앞둔 점주들에겐 인기 모델을 공급하지 않았다는 거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점주의 기회를 뺏은 건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점주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던 2021년에는 온라인 매출을 독점했다. 점주와 본사가 공유하던 온라인 판매권을 박탈함을 통해서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아디다스코리아의 운영 방식은 명백한 가맹사업에 해당한다”면서 “공정위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헌법소원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사이 적자를 버티지 못하는 점주들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Impossible is Nothing(불가능은 없다)’이란 슬로건을 내세워온 아디다스, 이들에게 점주들과의 상생은 불가능한 걸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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