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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기대인플레이션율 3.0%
22개월 만에 최처지 기록
경제에 영향 주는 기대인플레
중앙은행 방향성도 연관돼 있어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 현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사진=뉴시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 현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국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3.0%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1년 후 물가를 지금보다 ‘낮게 점쳤다’는 건데,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대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더스쿠프가 임금·상품가격·물가·중앙은행장의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1년 후 물가 전망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소비자들은 금리도 6개월 후에 지금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현재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하는 1년 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진 3.0%를 기록했다. 2022년 3월 2.9%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22년 7월 4.7%로 최고치를 찍었고, 지난해 11월 3.4%, 12월 3.2%로 점차 내려왔다. 

■ 기대인플레의 영향➊=기대인플레이션은 거의 모든 경제 현상에 변수로 작용한다. 기업과 근로자의 임금 협상, 상품의 가격 책정, 기업의 투자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임금-가격 나선효과’ 가설이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제품 가격의 인상으로 구매력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명목임금의 인상을 요구한다. 이는 생산비용의 증가를 부추기고, 실제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 논문에서는 이를 “임금 근로자들은 물가 상승을 따라잡으려 하고, 기업(가격 책정자)은 임금 상승을 따라잡으려고 서로 경쟁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임금-물가 나선효과’의 경로는 실물 경제에서나 통용하는 말이다. 이를 설명한 특정한 경제 이론이 있는 건 아니다. IMF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이 ‘임금-물가 나선효과: 역사적 증거’란 논문에서 1960년대 자료를 활용해 3개 분기에서 수십개 정도의 사례를 찾아낸 것도 불과 1년 2개월 전이다.

이는 ‘임금-물가 나선효과’를 입증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방증이고, 임금의 상승이 먼저인지 아니면 가격 상승이 먼저인지 확언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인 3.0%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인 3.0%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에 이사벨라 베버 매사추세츠대학 교수가 주창한 ‘이익(profit)-물가 나선효과’도 물가에 영향을 주려는 요인을 파악하려는 시도였다. ‘이익(profit)-물가 나선효과’는 기업이 원재료 상승분보다 제품가격을 더 끌어올린 게 물가를 자극했다는 이론이다. 

■ 기대인플레 영향➋=기대인플레이션은 또 중앙은행의 방향성(포워드 가이던스)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실질금리 결정에 관여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물가뿐만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변하고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물가상승 기대를 낮추기 위해 긴축을 하는데, 물가상승률이 변하는 동안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별로 안 올랐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앙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을 근거로 미래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예고하거나 언론 등과 소통한다. 이를 포워드 가이던스라고 하는데, 소비자의 물가 전망을 자신들의 목표치에 맞게 조종하려는 시도다. 과거 중앙은행은 가능한 한 모호하게 미래를 전망했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서에나 간략하게 적혀 있지 이를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 최근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실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혼란을 주지 않으려면 이 방법이 더 낫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금리 조기 인하설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부동산 시장에도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으로 자산 매입)에게 경고한 것도 선명한 포워드 가이던스에 속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월 “금통위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좀 더 투명성 있게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포워드 가이던스의) 목적”이라며 “금통위원의 의견은 항상 그 시점에서의 (의견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고, 그 조건이 바뀌면 당연히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선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만큼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가까워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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