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Seek한 종목 분석
M&A 부메랑 맞은 오리온
레고켐바이오 인수 발표 후
급락세 기록한 오리온 주가
일주일 새 시총 1조원 증발
주주 이익 무시한 M&A였나

기업의 인수·합병(M&A) 이슈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M&A가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여겨져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제약·바이오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오리온의 주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이를 두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M&A 때문에 부메랑을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 

오리온이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오리온이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시가총액 1조원이 6거래일 만에 증발했다. 업계 시총 순위 1위 자리까지 내줬다. 지난 15일 인수·합병(M&A)을 발표한 제과기업 오리온의 이야기다. 오리온은 이날 해외종속회사 ‘팬오리온’을 통해 제약·바이오업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코켐바이오)의 주식 25.73%를 취득,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공시했다.

지분 취득에 사용한 돈은 5485억원에 이른다. 팬오리온은 오리온이 지분 95.15%를 보유한 해외 자회사다. 식품과 제약·바이오란 이종異種간 결합에 시장은 큰 관심을 보였다. 


문제는 오리온의 주주들이 이를 호재가 아닌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온의 주가는 레고켐바이오의 인수를 발표한 다음날인 16일 17.51%(11만7100원→9만6600원) 떨어졌다. 이 회사의 주가가 10만원을 밑돈 건 2022년 11월 9일(9만8100원) 이후 1년 2개월 만이었는데, 하락세는 이어졌다. 지난 17일에도 7.04% 떨어진 끝에 ‘9만원선(8만9800원)’도 무너졌다. 지난 24일 오리온의 주가는 9만2400원을 기록했다.

식품회사의 갑작스러운 바이오기업 인수가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친 걸까. 그렇게 보기엔 어색한 게 없지 않다. 오리온은 2020년부터 바이오산업으로 진출을 모색해왔다. 중국 제약·바이오는 물론 국내 회사와의 협업 체계를 강화했고, 지난해 11월엔 국내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 벤처회사 하이센스바이오와 손잡고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레고켐바이오의 성장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이 회사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각광받는 치료제 기술인 ADC(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s Conjugated)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ADC는 특정 암세포만 타깃으로 삼는 약물 치료제다. 기존의 항암 치료제가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의 계열사 얀센과 2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영업적자가 발생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약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오리온의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오리온의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오리온의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진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두 기업의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본업인 제과사업과 바이오사업은 단기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며 “제과사업의 안정성을 보고 투자했던 투자자의 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레고켐바이오의 실적이 오리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레고켐바이오의 실적이 연결회계가 아닌 지분법 회계로 반영될 공산이 커서다.

[※참고: 지분법 회계는 투자회사가 갖고 있는 지분율만큼만 피투자회사의 실적을 투자회사의 실적에 반영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피투자회사의 지분 20~50%를 갖고 있으면 지분법 회계를 사용할 수 있다.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로 인정돼 연결회계를 적용한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레고켐바이오의 실적이 지분법 회계로 처리된다면 오리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손익 측면의 영향은 최소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인지 오리온의 주가가 떨어진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투자자별 거래 실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 16~M&A23일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는 오리온 주식을 각각 47억원, 1561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투자자는 16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를 두고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에서 주주의 이익을 무시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오산업 진출’이란 대주주의 결정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건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거버넌스에 예민한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투자자들은 우량 제과회사에 투자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기업이) 주주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바이오 회사에 베팅한 격”이라면서 “바이오 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67%인 오리온홀딩스를 통해 투자하는 게 옳았다”고 꼬집었다. M&A를 진행하면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게 주가 하락의 진짜 원인이란 일침이다. 과연 오리온은 주주의 비판을 누그러뜨리면서 ‘M&A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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