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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끝에 선정된 제4이통사
자금 조달에는 성공했지만
한동안 이통3사 망 빌려 써야
난이도 높은 28㎓ 운영 문제
진짜 5G 구현할 수 있을까

제4이동통신사로 스테이지엑스가 최종 선정됐다. 사진은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사진=연합뉴스]
제4이동통신사로 스테이지엑스가 최종 선정됐다. 사진은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이 어 네번째 이동통신사가 탄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월 31일 진행한 5G용 28㎓ 주파수 대역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최종 낙찰됐다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분사한 알뜰폰 기업 ‘스테이지파이브’가 신한투자증권‧연세의료원·한국과학기술원 등과 함께 만든 법인 컨소시엄이다. 28㎓ 주파수는 LTE보다 20배 빠른 5G를 구현하기 위해 쓰이는 대역폭이다. 이통3사가 2018년 낙찰받았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정부가 지난해 권한을 박탈했다.

눈여겨볼 건 28㎓ 주파수의 낙찰가다. 스테이지엑스는 경쟁상대였던 마이모바일을 제치기 위해 4301억원을 적어냈다. 이는 최저 경쟁가격이었던 742억원보다 5.7배 더 큰 액수인 데다, 지금은 28㎓ 주파수를 포기한 이통3사가 2018년 낙찰받을 당시 낸 가격(2072억~2078억원)보다도 2배가량 더 많다. 당초 통신업계에선 1000억원 안팎으로 최종 낙찰자가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낙찰가가 크게 뛰었다.

이 때문인지 제4이동통신사의 탄생을 두고 축하하기보다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주파수를 낙찰받은 스테이지엑스는 정부가 정한 망 구축 의무에 따라 할당받은 날로부터 3년 안에 총 6000대의 28㎓ 기지국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기지국 1대당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지국 설치 비용만 1200억~18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업계에선 여기에 유지·보수까지 감안해 최소 비용을 3000억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미 제4이통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우려한 바 있다. 모정훈 연세대(산업공학) 교수는 1월 16일 열린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전문가 좌담회’에서 “28㎓ 신규 사업자가 알뜰폰 대비 경쟁력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 교수는 28㎓ 주파수로 신규 사업을 벌이기 위해 ▲주파수 할당 대가 최소 742억원, ▲기지국 관련 비용 1800억원 ▲교환 설비와 과금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정부가 낙찰 최저가 742억원으로 정한 건데, 낙찰가가 6배 가까이 뛰었으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물론 이번 낙찰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만 있는 건 아니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정부가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 최대 4000억원의 정책금융 지원, 분할 납부를 약속한 바 있다”면서 “스테이지엑스도 자금 조달 방법을 충분히 계산해 합리적인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사란 타이틀만 보고 대책 없는 판단을 내린 건 아니란 얘기다.

실제로 운영사 스테이지파이브는 경매를 위해 지난 1월 초 같은 컨소시엄 멤버인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8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주파수 낙찰가는 물론 기지국 설치 비용까지 내부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액수다. 스테이지엑스가 28㎓ 주파수로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란 거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문제는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사를 통해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를 바라는 정부의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느냐다. 5G 관련 인프라가 없는 스테이지엑스가 전국 단위로 5G 서비스를 전개하려면 현재로선 이통3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로밍’을 이용해야 하는데, 로밍은 한 통신사의 가입자가 망 외의 지역으로 벗어날 경우 다른 통신사의 망을 이용해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신민수 교수는 “제4이통사는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기 전까지는 한동안 로밍을 통해 이통3사의 5G 기지국을 빌려 써야 한다”면서 “이통3사의 그늘에 있는 제4이통사가 통신비 인하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통3사마저 포기한 전국 단위의 28㎓ 5G를 스테이지엑스가 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파수 도달거리가 짧은 28㎓의 특성상 LTE보다 훨씬 더 촘촘히 기지국을 깔아야 해서다.

이점에 관해 스테이지엑스는 지난해 말 입찰 신청 당시 기자회견에서 “제4이통사가 되면 혁신적인 요금제와 서비스를 설계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면서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 가능한 5G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28㎓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보급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이통3사가 해내지 못한 ‘진짜 5G’ 대업을 달성하겠다는 거다. 스테이지엑스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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