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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넥슨 가처분 신청 기각
누그러진 다크앤다커 표절 논란
소비자도 한결 관대해진 분위기
세계시장서 흥행한 펠월드 사례
두 게임 엄연히 다르다는 반론도
표절 논란에 얽히면 흥행 어려워
다크앤다커 논란 잠재울 수 있나

표절 논란으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게임 ‘다크앤다커’가 최근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27일 법원이 “우리 소스를 가져다 만들었다”면서 다크앤다커 제작사를 상대로 제기한 넥슨코리아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넥슨 측은 “표절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게임업계 사람들은 ‘표절 논란에 관대한 입장을 취한 법원의 태도’를 주목하고 있다. 이 표절 논란의 결과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법원이 넥슨의 다크앤다커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법원이 넥슨의 다크앤다커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2023년 촉발한 게임사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저작권 소송전’이 뜻밖의 전환점을 맞았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지난 1월 25일 넥슨의 한국 법인 넥슨코리아가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저작권 침해금지에 따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동시에 아이언메이스가 “영업방해를 금지해 달라”며 넥슨코리아에 신청한 가처분도 기각했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4월 “넥슨코리아 직원이었던 아이언메이스 개발진이 넥슨이 개발 중이었던 게임 ‘P3(가칭)’의 소스를 무단도용해 게임을 만들었다”며 소송과 함께 아이언메이스의 첫 신작인 ‘다크앤다커’의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를테면 다크앤다커는 넥슨코리아의 소스를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해 만든 게임이란 거다.

주목할 점은 법원이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걸 일부 인정하면서도 ‘기각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법원은 ▲P3 개발을 중단한 넥슨코리아에 표절과 관련해 눈에 띄는 피해가 없다는 점, ▲넥슨코리아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아이언메이스가 소송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도 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기각 이유로 들었다.

법원이 표절 의혹이 있는 게임사의 처우에 관대한 입장을 내세운 셈이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가처분이 기각됐다고 표절 시비가 가려진 건 아니다”면서 “앞으로는 본안소송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판결은 중견 게임사인 크래프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이언메이스로부터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를 받아 ‘다크앤다커 모바일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자체 개발한 소스를 활용했기 때문에 표절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낮았지만, “표절 의혹이 있는 게임의 IP를 사용한 것만으로도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업계의 눈총을 받아왔다. 이번 법원 판결로 크래프톤도 표절이란 그림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럼 소비자는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게이머들은 다크앤다커에 냉혹한 시선을 보냈다. 2023년 초 다크앤다커는 게임플랫폼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수 10만명을 달성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지만, 표절 논란 이후 스팀에서 퇴출당한 그해 3월 이후 인기가 급속도로 하락했다.

다크앤다커에 푹 빠졌던 인기 인터넷 방송인들은 게임 플레이를 중단했고, 국내 게이머들도 쓴소리를 내뱉으면서 등을 돌렸다. 이 때문인지 아이언메이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게임을 판매하며 해외 이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표절에 냉정했던 소비자의 태도가 최근 달라진 듯한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잠깐 다른 게임으로 눈을 돌려보자. 1월 19일 스팀에 출시된 게임 ‘팰월드(Palworld)’는 다크앤다커처럼 출시 이후 지금까지 ‘표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게임 디자인은 일본 제작사 닌텐도의 인기작인 ‘포켓몬스터’의 캐릭터와 흡사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젤다의 전설’을 빼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제작 시스템이 스팀 인기작 ‘아크’와 비슷하다는 논란도 사고 있다. 팰월드의 팰(PAL)이 포켓몬스터·아크·젤다의 전설에서 따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팰월드는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한 지 6일 만에 800만장을 판매하고 최고 동시 접속자 수 200만명을 돌파해 스팀 역대 최고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800만장에 게임 가격(할인가 2만8000원)을 대입하면 일주일 사이에만 224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제작사인 ‘포켓페어’가 눈에 띄는 흥행작이 없었던 중소 게임사란 점, 특별한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이같은 성적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팰월드의 흥행은 더 눈부시다.

오히려 게이머들은 팰월드를 두둔하는 모양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부 누리꾼은 “팰월드가 표절이면 포켓몬스터도 표절”이라면서 포켓몬스터를 그보다 이전에 출시된 게임과 비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게임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들이 표절 논란에 이전보다 너그러워졌음을 팰월드의 흥행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어서다. 김정태 동양대(게임학) 교수는 “팰월드 캐릭터 디자인이 포켓몬스터와 흡사한 부분이 많음에도 게이머들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팰월드 게이머들이 표절 여부보다는 게임의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시 다크앤다커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표절 논란’이 조금은 수그러든 분위기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에서도 감지됐다. 당시 크래프톤은 홍보 부스의 절반을 할애해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우려와 달리 관람객들이 게임을 체험하기 위해 2시간 이상 대기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관람객 상당수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 ‘긴장감과 몰입감이 뛰어났다’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고 밝혔다.

그럼 크래프톤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도 팰월드처럼 표절 여부와 상관없이 흥행할 수 있을까. 김정태 교수는 “다크앤다커를 팰월드의 사례와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다크앤다커 논란은 넥슨코리아의 게임 소스를 그대로 썼느냐가 쟁점인데 반해, 팰월드의 사례는 과거 인기작의 시스템·디자인과 얼마나 닮았는지를 따지는 수준에 불과하다. 관련 소송이 제기된 적도 없다. 표절의 심각성 정도가 다르단 건데, 중요한 건 이 사실을 게이머들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게이머는 자신의 게임이 부도덕하다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송전에서 승소하지 않는 한 다크앤다커가 국내에서 흥행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과연 다크앤다커는 ‘표절 논란’이란 도마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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