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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소비 20년 만에 최대 감소
분기별 해외소비 증가폭 80%
설 명절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
국내 기업 가격인상 부메랑 맞나

내수 경기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내국인의 해외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내수 경기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내국인의 해외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23년 내수소비가 20년 만에 가장 큰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23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는 0.2% 증가했지만, 음식료 등 비내구재와 의복을 포함한 준내구재 판매가 각각 1.8%, 2.6%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 


내수소비가 쪼그라든 덴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 엔데믹(endemic‧풍토병) 전환으로 해외 소비가 증가한 데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중국 직구 등을 통해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내수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2021년 122만2000명(한국관광공사)으로 줄었던 해외여행객 수는 지난해 2030만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2871만4000명)의 70%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 수도 지난 1월 14일 20만2554명으로 20만명대를 회복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이 때문인지 국내에선 닫혀있던 지갑이 해외에서 열렸다. 국내 거주자의 국외소비지출은 2022년 4분기 이후 매분기 80%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외소비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0.8%를 기록했다.

여기에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직구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해외 직구 금액은 1조6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늘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물가가 치솟으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번 설 연휴에도 해외 여행객이 큰폭으로 늘었다. 여행 전문 플랫폼 인터파크트리플에 따르면 2월 9~12일 해외 항공권 예약은 지난해 설 연휴 대비 29%가량 증가했다. 

여기엔 국내 관광지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의 경우 비싼 숙박비, 바가지 요금 등으로 관광객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의 방문관광객 실태조사(2022년) 결과, 내국인이 제주 여행 시 가장 큰 불만족하는 점으로 ‘비싼 물가(53.4%)’가 꼽혔다. 반면 엔저현상 등으로 ‘일본’이 상대적으로 가성비 높은 여행지로 떠올랐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국내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앞다퉈 가격을 인상하면서 가뜩이나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에겐 국내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면서 “소비자가 국내에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만 하고 해외 소비를 늘리면서 결국 그 부메랑은 가격을 끌어올린 기업들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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