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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여당 “플라스틱 빨대 확대” 발언
빨대 사용 규제 완화한 환경부
종이빨대 업체들 고사 위기 처하자
종이빨대 사용 확대 넛지 캠페인
현장선 플라스틱 빨대 숨기기 논란
오락가락 환경정책 이대로 괜찮나

커피전문점 ‧ 패스트푸드전문점 등 24곳은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에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기’로 했다.[사진=뉴시스]
커피전문점 ‧ 패스트푸드전문점 등 24곳은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에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기’로 했다.[사진=뉴시스]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완화했는데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건 스타벅스 같은 업계 1위가 플라스틱 빨대를 도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5일 박은식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박 비대위원은 플라스틱 빨대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환경부의 적극적인 행정과 스타벅스와 같은 업계 1위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표➊). 플라스틱 폐기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여당 정치인이 종이빨대를 이미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커피전문점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독려하고 나선 셈이다(표➋). 

논란의 플라스틱 빨대를 이젠 어찌해야 할까. 같은 날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정책이 하나 더 나왔다. 환경부는 1월 25일 프랜차이즈 업계 등과 ‘일회용품 감축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 주도로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이디야·할리스 등 커피전문점 17곳,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점 5곳, 제과전문점(파리바게뜨·뚜레쥬르) 2곳이 참여했다. 2018년 체결한 자율협약을 갱신한 것으로 내용은 기존 협약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자율협약에 참여한 업체들은 ▲일회용품 줄이기 문화 확산,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사용 활성화, ▲매장 내 다회용컵 우선 사용, ▲다회용컵 사용 고객에게 인센티브 제공 등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중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사용 활성화’ 부분이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 등 대체품 사용을 활성화하자는 건데, 모호한 규정 때문에 현장에서 혼란만 불러올 거란 비판이 많다.

커피전문점 업계 관계자는 “협약에 따라 종이빨대를 제공하고, 플라스틱 빨대는 숨겨뒀다가 소비자가 원할 경우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플라스틱 빨대 숨기기 약속’이란 꼬리표가 붙은 이유다(표➌). 

한쪽에선 “플라스틱 빨대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한편에선 “플라스틱 빨대를 숨기자”고 약속하는 아리송한 상황이 펼쳐지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갑작스레 바꿔놓은 정책 때문이다. 

종이빨대 제조사들은 ‘종이빨대 생존대책협의회’를 꾸려 항의했지만 정부에서 내놓은 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책뿐이었다.[사진=뉴시스]
종이빨대 제조사들은 ‘종이빨대 생존대책협의회’를 꾸려 항의했지만 정부에서 내놓은 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책뿐이었다.[사진=뉴시스]

당초 환경부는 2022년 11월부터 커피전문점·음식점 등에서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년간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24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시행 17일을 앞두고 환경부가 돌연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이 제도는 사실상 폐지됐다(표➍).

커피전문점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달라지는 제도에 맞춰 준비해왔던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특히 종이빨대 제조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를 믿고 대출을 끌어다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재고를 확보해온 종이빨대 제조사들은 하루아침에 판로를 잃고 고사위기에 처했다.

종이빨대 제조사들은 ‘종이빨대 생존대책협의회’를 꾸려 항의했지만 정부에서 내놓은 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책뿐이었다.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주겠다는 건데 이마저도 발표한 지 두달이 훌쩍 흐른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종이빨대 제조사들은 “무기한 연장한 계도기간의 종료 시점이라도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환경부가 부랴부랴 프랜차이즈 업계와 ‘플라스틱 빨대 숨기기 약속’이란 자유협약을 체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라스틱 빨대를 숨기도록 함으로써 종이빨대 사용을 유도해 종이빨대 제조사들의 판로라도 열어주겠다는 거다. 이른바 ‘넛지(Nudge·행동유도)’ 캠페인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자율협약은 말 그대로 자율협약이라서다. 점주가 플라스틱 빨대를 숨기지 않고 전면에 배치해도 규제할 방법은 없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제도에 발맞춰 이미 종이빨대나 빨대 없는 리드를 도입한 업체들이 적지 않고 소비자도 여기에 익숙해지고 있다”면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폐지해버리면서 현장에서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업체 간 자율협약을 체결했지만 강제성 없는 자율협약으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런 혼란을 자초하면서 환경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걸까.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대비 종이빨대 가격이 비싸다”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주장처럼 종이빨대는 도입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걸까.

그렇지 않다. 국내 종이빨대 제조사가 증가하고 업체 간 가격경쟁이 벌어지면서 종이빨대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종이빨대 한개 가격은 12원 안팎, 플라스틱 빨대는 6원대로 한달에 1000~2000개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6000~1만2000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한다’는 보여주기식 정책을 펼치기 위해 환경을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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