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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첫 월간 이익 흑자 달성
창사 이래 첫 흑자 의미 있어
컬리멤버스 활약 눈에 띄어
고객 락인 효과 일부 있었지만
마케팅 비용 줄인 게 먹혀들어
‘쿠팡의 길’ 걸을지는 지켜봐야

컬리가 지난해 12월 사상 첫 월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컬리가 창업 이후 적자의 늪에서 단 한번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희소식임에 분명하다. 업계에선 컬리가 뒤늦게 도입한 ‘컬리멤버십 서비스’가 흑자를 일구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관건은 로켓와우멤버십을 발판으로 ‘흑자 시대’를 열어젖힌 쿠팡의 길을 걸을 수 있느냐다.

컬리는 회사 설립 이후 9년 만에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사진=연합뉴스]
컬리는 회사 설립 이후 9년 만에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사진=연합뉴스]

이커머스업체 컬리가 모처럼 ‘실적 희소식’을 알렸다. 2023년 12월 창사 이래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EBITDA는 이자ㆍ법인세ㆍ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뜻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순수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컬리 측은 흑자 규모가 얼마만큼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EBITDA가 100억원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호실적과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창업 후 단 한번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온 적이 없었다. 2022년엔 직전해 대비 7.2%나 늘어난 23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프리미엄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혁신스타트업으로 명성을 쌓았던 컬리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연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적자폭만 커지는 회사가 흑자로 전환할 수 있겠느냐”는 시장의 의문이 컬리의 기업가치를 깎아내렸다. 

역설적이지만 컬리를 지금의 컬리로 만든 ‘새벽배송’도 적자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신선식품을 보관ㆍ배송하기 위해 필요한 ‘콜드체인 시스템’은 구축하는 데만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새벽배송을 위해 필요한 인력에겐 ‘시간 외 수당’을 줘야 하고, 배송차량 운영비에도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2022년 롯데와 BGF리테일(CU편의점 운영업체) 등 유통대기업이 새벽배송사업을 포기한 것도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데믹(풍토병 전환ㆍendemic) 여파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도 컬리엔 악재였다.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쿠팡ㆍ신세계ㆍ롯데 등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컬리만의 경쟁력’이 약화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벼랑에 몰리던 컬리는 어떻게 ‘반전’에 성공했을까. 업계에선 ‘비용 절감’을 첫번째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2023년 컬리가 지출한 판관비는 5737억원(3분기 누적 기준)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9억원가량 감소한 수치였다. 마케팅 비용을 줄여 내실을 꾀한 게 ‘창사 첫 월간 흑자’로 이어졌다는 거다. 

그렇다고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만은 아니다. 매출도 2022년 1~3분기 1조5299억원에서 2023년 1~3분기 1조5462억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컬리는 지난해 8월 출시한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자평한다. 컬리멤버스 도입으로 ‘고객 락인(Lock-in) 효과’가 나타났다는 거다. 

실제로 컬리멤버스의 고객 평가는 수준급이다.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컬리멤버스는 로켓와우클럽(쿠팡)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네이버쇼핑)에 이어 이용자 평가가 세번째로 높았다. 가장 최근에 멤버십을 도입한 후발주자인데도 신세계유니버스(신세계)와 우주패스(11번가)를 앞질렀다. 

이용자는 컬리멤버스의 강점으로 ‘저렴한 요금’과 ‘배송 혜택’을 꼽았다. 컬리멤버스의 월 구독료는 1900원이다. 경쟁 서비스인 로켓와우클럽(4990원), 신세계유니버스(2500원), 네이버플러스(4900원)와 견줘 저렴하다. 배송 혜택도 제법 많다. 멤버스 가입자는 2만원 이상 구매 시 매월 무료 배송 쿠폰 1장을 받는다. 

아울러 현금적립식 프로모션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컬리는 유료 가입자에게 매달 2000원의 적립금을 주고 있는데, 1900원의 구독료를 감안하면 고객은 멤버십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매월 100원의 이득을 얻는 셈이다. 

금액대별 할인쿠폰을 통한 혜택도 있다. 컬리멤버스 가입자는 각각 3만원 이상, 6만원 이상 주문 금액에 따라 적립금이 달라진다. 이는 다음달에 ‘마이컬리’ 적립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적립률도 높은 수준인데, 컬리멤버스 회원은 최대 7%까지 적립률을 보장한다.[※참고: 멤버스 가입자가 아닌 일반 유저는 적립률이 정해져 있지 않고, 카드사 혜택 등으로 비율이 제각각이다.] 이외에도 매달 최대 2만4000원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여러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영화 관람권, 편의점 할인 등 다양한 혜택도 준다. 

결국 컬리가 선택한 풍부한 혜택이 ‘고객 락인 효과’로 이어진 셈인데,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컬리의 경쟁사인 쿠팡은 앞서 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쿠팡의 실적은 2019년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멤버십을 출시한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컬리와 마찬가지로 ‘적자길’만 걷던 쿠팡은 첫 영업이익 플러스(+)를 기록한 2022년 3분기를 기점으로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로켓와우멤버십을 통해 무제한 무료 배송,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쿠팡이츠 주문 할인 등 차별화한 혜택을 제공한 게 알찬 열매를 맺었던 거다. 

컬리의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가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김슬아 컬리 대표.[사진=뉴시스]
컬리의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가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김슬아 컬리 대표.[사진=뉴시스]

하지만 컬리의 실적이 쿠팡처럼 드라마틱하게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쿠팡은 첫 분기 흑자(2022년 3분기)를 달성했을 때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6.9%에 달했는데, 컬리는 다르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증가율은 1.0%에 그쳤고, 3분기 매출만 따로 떼놓고 봐도 5.2% 늘었을 뿐이다. 12월 월간 흑자 달성 기록이 포함된 컬리의 4분기 매출 증가율 역시 한자릿수에 그쳤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컬리의 월 흑자가 쿠팡과 달리 ‘점유율 확대’보단 ‘비용 절감’의 덕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구독경제의 효과를 제대로 가동하려면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아야 하는데, 컬리멤버스는 시장의 평가가 좋다곤 해도 아직 규모의 경제를 꾀할 만큼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보다 혜택 수를 더 늘리고 멤버십 서비스를 고도화하면 컬리가 흑자 경영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컬리는 과연 매출 증가로 흑자를 견인한 쿠팡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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