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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적자전환 펄어비스
간판작 ‘검은사막’ 매출 감소
경쟁사 실적 개선 예고했지만
펄어비스는 반등 포인트 없어
수년째 신작 못 내놓는 게 문제
기대작 ‘붉은사막’ 연내 출시 불투명

신작은 게임사의 실적을 가른다. 신작이 흥행에 성공하면 실적이 몰라보게 달라진다. 반대로 ‘신작 공백기’가 길어지면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년째 신작을 내놓지 못한 펄어비스의 실적 악화는 당연한 결과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마땅한 신작을 내놓지 못할 수 있다는 거다. 

펄어비스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펄어비스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게임업체 펄어비스의 지난해 실적은 나빴다. 매출 3335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가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낸 건 2017년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넥슨을 뺀 한국 게임사 대부분이 경기침체와 게임 이용률 하락으로 예년만 못한 성적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펄어비스의 부진이 더 뼈아픈 덴 이유가 있다. 경쟁사들은 올해 대형 인수ㆍ합병(M&A)이나 다양한 신작 출시를 발판으로 실적 개선을 예고했지만, 펄어비스는 마땅한 반등 요소가 보이지 않아서다. 

펄어비스는 매출의 대부분을 간판작 ‘검은사막’에 의존하고 있다. 검은사막 IP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2%(2023년 4분기 기준). 사실상 회사를 먹여 살리는 수준이다. 문제는 검은사막을 받쳐줄 다른 게임이 없는 상황에서 검은사막의 매출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거다(2023년 3분기 684억원→4분기 601억원). 

검은사막의 높은 의존도를 해소하려면 신작을 내야 하는데, 펄어비스는 벌써 몇년째 신작 소식이 없다. 이 회사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신작은 2018년 검은사막의 모바일 버전이다. 햇수로 따지면 6년째 신작을 발표하지 못했다. 

현재 펄어비스가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게임은 총 3종이다. ‘붉은사막’과 ‘도깨비’, 그리고 ‘플랜8’이다. 이중 출시일이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작품은 붉은사막이다. 콘솔(비디오게임) 시장을 목표로 회사 자체엔진 ‘블랙 스페이스’로 개발 중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글로벌 유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지만, 출시일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2021년 하반기에 공개할 거라더니, 지금은 언제 모습을 드러낼지 윤곽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펄어비스 측은 콘퍼런스콜에서 “연중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제공하겠다”라고 전했지만, 업계에선 연내 출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펄어비스 측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지만, 그사이 실적 보릿고개를 견뎌야 하는 게 문제다. 붉은사막의 출시일이 밀리면 다음 신작 공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점도 리스크다. 펄어비스는 자회사인 아이슬란드 게임사 CCP를 통해 게임 ‘이브’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여러 게임을 올해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회사 실적을 좌우할 만한 대형 신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펄어비스는 간판작 검은사막의 매출 의존도가 높다.[사진=뉴시스]
펄어비스는 간판작 검은사막의 매출 의존도가 높다.[사진=뉴시스]

실제로 게임사가 ‘신작 부재’란 수렁에 빠지자,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펄어비스의 주가는 7.61%(2월 15일 기준)나 하락했다. 팬데믹 특수를 누리던 2022년 1월엔 13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지금은 3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도 신작 소식이 없는 펄어비스 투자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KB증권은 펄어비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붉은사막의 출시가 밀리면서 차기작 출시도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올해는 신작 없이 검은사막의 매출 감소와 붉은사막의 마케팅 비용을 견뎌야 하는 시기로, 신작 출시 모멘텀은 없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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