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통계의 함정: 알뜰폰 오류➋
알뜰폰 가입자 1585만명 오류
실제 가입자 800만여명에 불과
거품 걷어낸 알뜰폰 상황 심각해
알뜰폰 업체 제 역할 못하고
이통3사 자회사 시장 잠식 중
장기적으론 소비자에게 악영향

‘통계 오류’를 걷어내고 본 알뜰폰 시장의 현실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훨씬 더 혹독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통계 오류’를 걷어내고 본 알뜰폰 시장의 현실은 훨씬 더 혹독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우리는 視리즈 ‘통계의 함정: 알뜰폰 오류’ 1편에서 알뜰폰이 어떤 통계의 함정에 빠졌는지 분석했습니다. 최근 언론 매체가 앞다퉈 ‘알뜰폰 가입자가 1500만명을 넘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란 점을 꼬집었죠. 알뜰폰 가입자라고 보도된 1500만여명에 차량관제‧무선통신 등 알뜰폰이 아닌 항목을 포함한 탓에 숫자가 부풀려진 겁니다.

# 이같은 통계의 오류를 바로잡으면, 알뜰폰의 현주소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871만여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가입자 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알뜰폰 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계 통신비 인하’란 막중한 임무를 지닌 알뜰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서입니다. 지금 알뜰폰은 어떤 문제에 빠져 있을까요? 더스쿠프 視리즈 ‘통계의 함정: 알뜰폰 오류’ 두번째 편입니다.

요즘 ‘알뜰폰이 잘나간다’는 기사가 눈에 많이 띕니다. 이런 기사를 보도한 매체들은 하나같이 “알뜰폰 가입자 수가 15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그 근거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과기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MVNO) 회선 수는 1585만1473개에 이릅니다.[※참고: MVNO는 물리적인 이동통신망을 보유하지 않고, 이동통신망 사업자로부터 임차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MVNO가 곧 알뜰폰’은 아니란 점입니다. MVNO는 알뜰폰 말고도 웨어러블 기기‧차량관제‧무선통신 등 통신망을 빌려 쓰는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용어입니다. 그러므로 MVNO 가입자 수가 아닌 MVNO ‘휴대전화’ 가입자 수를 확인해야 정확한 알뜰폰 가입자 수가 나옵니다.

지난 1편에서 그 과정을 설명했으니, 결과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871만9267명으로 앞서 봤던 MVNO 회선 수(1585만1473개)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5년 전과 비교해 가입자 수는 170만명 늘었고, 총 증가율은 23.0%에 그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 모릅니다. “알뜰폰 통계가 잘못됐고, 가입자 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게 소비자와 무슨 상관인가요?” 물론 당장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알뜰폰 시장의 현실은 소비자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사진=연합뉴스]

■ 관점➊ 소비자 = 그럼 지금부터 알뜰폰의 위험한 현주소를 ‘소비자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알뜰폰이 왜 생겨났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2년 당시 정부는 알뜰폰을 통신 시장에 도입하면서 그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MVNO 시장 활성화의 의미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어 요금 경쟁을 유도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이용자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데 있다(국회입법조사처 현안보고서 ‘MVNO 활성화 현황과 향후 과제’·2012년).” 

쉽게 말해, 이통사들이 ‘저렴한 알뜰폰’을 의식해 요금 경쟁을 벌이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이익(가계통신비 인하)을 꾀하겠다는 게 알뜰폰 도입의 목적이었던 겁니다. 그럼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알뜰폰 시장에 안착한 사업자들이 저렴한 요금제를 끊임없이 선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이통3사가 지배하는 시장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 이 때문에 알뜰폰 가입자 수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건 위험한 시그널입니다. 알뜰폰 업체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알뜰폰 회선(871만9267개)이 전체 휴대전화 가입 회선(5616만3726개·2023년 12월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5%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이통3사가 쥐략펴락하는 시장에서 알뜰폰이 힘을 쓸 수 없습니다. 알뜰폰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통3사 입장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론칭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니, 통신요금을 올리든 말든 이통3사의 마음이니까요. 

이같은 조짐은 통계자료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통신비는 2019년 12만3006원에서 지난해 4분기 12만9000원으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는 알뜰폰이 소비자의 가계 통신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관점➋ 알뜰폰 업체 = 이번엔 관점을 ‘알뜰폰 업체’ 쪽으로 돌려볼까요? 업체 입장에서 살펴보면, 정체한 알뜰폰 시장의 현실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현재 알뜰폰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이통3사입니다. SK텔링크(SK텔레콤),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KT),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도 자회사를 차려 알뜰폰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김병욱(국민의힘)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이통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48.0%에 달합니다. 5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질적인 알뜰폰 가입자가 별로 늘지 않은 것도 문제인데, 그중 절반이 이통3사 손에 떨어졌으니, 이통3사 자회사와 경쟁하는 알뜰폰 업체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통3사 자회사 요금제든 중소 알뜰폰 요금제든 저렴하기만 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릅니다. 최근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들이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 자회사도 어디까지나 ‘이통사’일 뿐입니다. 이통3사가 알뜰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면, 언제 전략을 바꿀지 알 수 없습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알뜰폰을 도입했지만, 정작 이 시장마저 이통3사가 장악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위한 혜택을 늘리고, 금융이나 유통 등 자본금이 풍부한 사업자들의 진입을 돕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바뀐 법도 알뜰폰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14일부터 시행했습니다. 번호 이동 시 이통사가 최대 50만원까지 ‘전환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입니다. 이를 통해 이통3사 간의 번호 이동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론 소비자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이같은 개정안을 두고 알뜰폰 업체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습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8일 전환지원금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공개했습니다. 이용자의 전환비용을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50만원은 과하다는 게 협회의 입장입니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개정안으로 이통3사의 과점 구조가 더 강화할 것”이라면서 “통신비 부담 경감에 힘썼던 알뜰폰 사업자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알뜰폰 사업도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도 알뜰폰 시장이 쪼그라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리점 업체의 한 사장은 “기종마다 다르긴 하지만, 번호 이동 시 10만~20만원 사이의 지원금이 나오는 요금제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지원금이 50만원으로 확대하면 적어도 번호 이동 가입자들은 알뜰폰보다 이통3사 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전환지원금이 시행되면 중소 알뜰폰이 고사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사진=뉴시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전환지원금이 시행되면 중소 알뜰폰이 고사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사진=뉴시스]

여기까지가 다시 살펴본 알뜰폰 산업의 ‘진짜 현주소’입니다. 1500만명이란 거품 가득한 숫자를 걷어내자, 만개한 것처럼 보였던 알뜰폰은 정체된 가입자 수와 과점한 이통3사와의 경쟁 등의 문제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이통3사에 밀려나고 있는 알뜰폰 업체들의 신음소리도 한층 더 크게 들려옵니다. 

이런 현실은 소비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통신비 인하’의 첨병인 알뜰폰 업체들이 힘을 잃을수록 시장은 이통3사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그러면 소비자를 위한다던 알뜰폰의 취지도 무색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냉철한 시선으로 알뜰폰을 봐야 할 때입니다. 1500만 알뜰폰 시대는 ‘허구’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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