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대통령 몸살감기인데 장관들은 뭐하나
[양재찬의 프리즘] 대통령 몸살감기인데 장관들은 뭐하나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95
  • 승인 2018.07.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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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짜 맞은 부처의 규제개혁안
규제를 혁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장관이 직접 나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할 만한 규제개혁안을 만들 수 없다.[사진=뉴시스]
규제를 혁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장관이 직접 나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할 만한 규제개혁안을 만들 수 없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려던 회의를 “답답하다”며 연기했다. 회의 시작 3시간 전 급작스레 결정된 연기 대상은 10여개 부처가 5개월여 준비했다는 현 정부 두 번째 규제혁신점검회의. “민간의 눈높이에서 볼 때 미흡하다”는 이낙연 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청와대는 ‘연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함께 전한 대통령 발언으로 볼 때 ‘퇴짜’ 놓은 것이다. 대통령이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에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 도입에 더욱 속도를 내달라” “이해 당사자를 10번이든, 20번이든 찾아가서라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전한 메시지

더욱 과감하고, 실질적이며, 속도감 있는 규제혁신에 나서달라는 주문으로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과 산업구조, 4차 산업혁명 등 나아가야 할 방향에 비춰볼 때 옳은 인식이다.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관들이 답답하겠지만, 일련의 규제혁신 추진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도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진다.

 

4년여 전 박근혜 정부 시절의 데자뷔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몇번째인지와 그 점검 대상이 규제 ‘개혁’과 규제 ‘혁신’이란 점에 차이가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회의를 마친 뒤 해외순방길에 몸살감기를 앓고, 문 대통령은 회의 개최 이전 러시아 방문 등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몸살감기를 앓은 점도 다른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3월 20일 오후 2시부터 밤 9시 넘어까지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민간인 참석자의 질문에 장관들이 답변하는 중간 중간 ‘잠깐만요’하며 끼어들어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당시 규제개혁점검회의도 원래 3월 17일 하려던 것을 대통령에게 퇴짜 맞고 사흘 연기한 것이었다.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며 7시간 넘게 끝장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됐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규제완화 실적은 고작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한 정도다. 

4년 전 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와 이번에 문 대통령이 ‘거부’한 회의는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역대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지만 정부의 규제개혁안은 그 나물에 그 밥이고, 그나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4년간 정부에 거의 40차례나 규제개선을 건의했지만 잘 해결되지 않아 기업이 체감을 못하고 있다”고 했을까. 

규제는 속성상 규제 권한을 쥔 관료조직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이해관계인 간에 어지럽게 얽혀 있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이 없어지거나 조직원 수가 줄어드는 것에 민감한 ‘늘공(늘 공무원)’에게만 맡겨선 규제개혁은 부지하세월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대다수인 장관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해당부처 입장이 아닌 정책소비자, 기업과 국민 입장에서 결단해야 가능하다. 특히 기업하는 이들을 자식이나 친지로 여기면서.

 

그런데 현실을 보자. 대통령보다 열심인 장관이 있는가. 규제개혁안 입법에 여당이라고 열심인가. 역대 정부 내각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몸살감기를 앓았다는 장관 소식은 듣지 못했다. 

기업과 국민 입장에서 결단해야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격파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태극전사들이 경기장에서 뛴 거리가 118㎞로 독일보다 3㎞ 많았다. 1만m 이상을 뛴 우리 선수는 조별 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2명,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선 1명이었다. 독일과의 3차전에선 6명이 1만m 이상 뛰며 똘똘 뭉친 결과 ‘한국이 2대0으로 승리할 확률보다 독일이 7대0으로 이길 확률이 더 높다’는 국제적 조롱을 이겨낸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장관들은 태극전사처럼 부지런히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국민이 체감할 만한 규제개혁안을 마련하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알아서 경기장에서 퇴장하라. 대통령과 국민에게 레드카드를 받기 이전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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