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일자리와 민생, 제대로 챙기라는 민심 
[양재찬의 프리즘] 일자리와 민생, 제대로 챙기라는 민심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98
  • 승인 2018.07.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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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후폭풍 속 급락한 국정지지율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주 연속 미끄럼을 탔다. 리얼미터의 6월 셋째주 조사에서 둘째주보다 6.4%포인트 낮은 61.7%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직군별로 볼 때 특히 자영업에서 가장 크게 12.2%포인트 하락했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며 승승장구하던 게 한달여 전인데 여론이 급변한 것이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 잘함’ ‘북한과의 대화 재개’ ‘대북ㆍ안보 정책’ 등이 꼽혔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 ‘최저임금 인상’ 등이 거론됐다. 

두 기관의 조사 모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국갤럽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자 45대31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진행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선 45대28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던 것과 정반대다.  

 

남북관계 개선 등 외교안보 정책이 후한 점수를 받으며 달아올랐던 국정 지지율이 성장률과 취업자 증가폭 등 경제지표가 가라앉으면서 냉각된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표방하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소상공인들과 편의점 주인들의 불복 선언까지 야기한 최저임금 사태는 예고된 정책판단 착오의 산물이다. ‘2020년까지 1만원 달성’이란 대선 공약에 맞춰 두자릿수 인상을 밀어붙이기 이전에 소상공인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현장부터 살펴야 했다. 영세 자영업이 다수인 소상공인들의 손익 구조-건물 임차료,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인건비 등-를 사전에 파악해야 했다.

이를 소홀히 한 채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리고선 일자리안정기금을 3조원 배정했으나 근로자에 대한 4대 보험 가입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외면당했다. 이번에도 내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난 뒤에야 대기업의 중소 하청업체 납품단가 인상,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 가입비 인하, 상가 임대차 보호를 촉구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후폭풍을 차단할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덜컥 인상했다가 편의점 주인과 알바 직원 등 ‘을乙끼리의 갈등’으로 치닫자 당황하는 형국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목표는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 확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선 영세 자영업체와 중소기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시간제 알바와 비정규직 등 지금의 일자리라도 지키고 싶은 취약 근로계층이 취업 일선에서 밀려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2년 뒤 1만원이 되려면 내년 인상률이 15%는 돼야 하는데 10.9%의 인상률로 공약을 못 지키게 됐다는 것이다. 달포 전 참모진의 꿰맞춘 통계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조하던 때와 사뭇 다른 톤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국정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솔직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의 조절 필요성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물론 편의점ㆍ음식점 주인, 경비원, 미화원, 시간제 알바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불러 국민대토론회를 열자.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도 손질이 필요하다. 현행 단일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다른 생산성과 영업이익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의 업종별ㆍ지역별 차등화를 검토해야 할 이유다. 최저임금을 대선 공약 등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두지 말고 노사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하고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를 산정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3개월째다. 성장률과 실업률 등 경제성적표를 두고 전 정권 탓을 하기는 염치없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현 정부의 실적 그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평양냉면도 이제 다 소화되고 배도 꺼졌다. 이제 민생을 돌보는 일도 좀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야당의 쓴소리도 경청해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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