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뻔한 고질병이 불씨 키웠다
[김필수의 Clean Car Talk] 뻔한 고질병이 불씨 키웠다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03
  • 승인 2018.08.2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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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해저드ㆍ부실 대응ㆍ허술한 제도, 삼중고

BMW 차량 화재사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도 사고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BMW 사태를 A부터 Z까지 살펴본 이유다. 단초는 BMW의 모럴해저드였고, 환경부와 국토부의 부실 대응이 불씨를 키웠다.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
 

BMW본사는 화재사고의 원인이 부품의 기계적 결함에 있다고 주장했다.[사진=뉴시스]
BMW본사는 화재사고의 원인이 부품의 기계적 결함에 있다고 주장했다.[사진=뉴시스]

2000년대 중반, 독일 BMW본사 엔진 연구소에서 520d의 양산형 모델을 제작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프리미엄 베스트셀링 모델을 목표로 하는 만큼 다양한 기능과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 크기를 줄이고, 성능과 연비를 높인 2000㏄급 디젤엔진을 만들자는 거였다.

환경규제에 맞춰 매연저감장치(DPF)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도 더했다. 2000㏄급 엔진이지만 충분한 동력을 끌어내면서 동시에 두 장치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설계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일부에서 “엔진에 무리가 가는 것 아니냐” “여유설계가 약해 작은 변수에도 EG R이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이견이 있었지만 다수의 의견에 묻혔다. 소형화한 엔진의 협소한 공간 탓에 다른 브랜드 차종보다 유입되는 냉각수의 양이 적었지만 작동엔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2014년 여름, 유럽을 중심으로 BMW를 비롯한 프리미엄 디젤승용차가 위세를 떨쳤다. 한국에서도 독일 4사(BMWㆍ벤츠ㆍ폭스바겐ㆍ아우디)가 수입차 시장에 활력소를 더했다. 그중에서도 BMW는 10여년간 아성을 견고히 쌓았다.

BMW코리아는 높은 점유율과 판매량으로 BMW본사의 해외 지부 중 가장 중요한 곳으로 발돋움했고, 국내엔 각종 공익사업과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세계 수준의 드라이빙 센터와 물류센터를 세우고 국내 부품업체와 협력하면서 타의 모범이 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우뚝 올라섰다.

 

그러던 중 2015년 9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졌다. 시장에선 디젤승용차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부는 차량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ㆍ엔진, 자동변속기 등 상태를 전자제어하는 장치)와 EGR의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환경부는 국내외 차종의 EGR 기능과 배출가스를 본격 조사했고, 업체들의 EG R 기능 강화는 불가항력이었다. 당시 BM W 520d는 국내외 차종 가운데 EGR을 통한 질소산화물 저감 시험에서 유일하게 허용기준을 통과했다.

2016년 여름, 한국의 연간 자동차 화재건수는 5000건 내외. 자동차 화재는 흔했다. 화재 원인은 주로 운전자의 관리 문제였다. BMW 차종에서도 간혹 화재가 발생했지만 일반적인 화재로 치부됐다. 이맘때 유럽에서도 520d 등 여러 디젤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EGR과 관련한 부실 신호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이때 BM W본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원인 파악과 대책을 논의했다.

그 때문인지 이듬해인 2017년 3월, BMW코리아는 환경부에 EGR 문제로 리콜을 하겠다고 자진 신고했다. 이후 2018년 3월까지 환경부가 받은 리콜 계획서는 3건. EGR 쿨러의 관로 막힘, 밸브의 이상동작, 쿨러의 과열로 인한 냉각수 유출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환경 관련 문제만 확인하는 환경부는 EGR이 주는 시그널을 알아채지 못했다.

초기 엔진 설계엔 문제 없었나

2017년 12월부터 2018년 7월 중순까지 BMW 520d 모델의 화재가 급격히 증가했다. 다른 브랜드의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지만 BMW 차량의 화재 건수가 월등히 높았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또다시 운전자의 잘못된 관리, 불법 장치 장착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에도 BMW코리아와 국토부는 일반적인 화재로 간주했다.

7월 하순이 되자, 520d 모델이 전소되는 사건이 3일간 5차례나 발생했다. 결정적이었다. 시장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고, BMW 520d 소유주들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BMW코리아는 2012~2015년 생산된 42개 디젤 차종 10만여대의 리콜을 발표하고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긴급점검을 받지 않은 리콜 대상 BMW 차량의 운행정지를 명령했다. 일부에선 BMW 차량의 주차를 금지할 정도로 불안감은 커졌다. 급기야 BMW본사가 나섰다. 기자회견을 통해 “EGR 쿨러의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원인이었고, 찌꺼기와 오일이 섞이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부품만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거였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이 맞는지 의혹을 품는 목소리가 많다. 불합리한 리콜 처리로 불신이 쌓인 데다, 진행 과정도 허점이 많아서다. 특히 같은 공장에서 만든 EGR 쿨러가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로 이어질 이유가 없다. 기계적 결함보다 ECU의 명령에 따른 EGR의 과부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차종이 당시 환경부의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무리수로 변경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초기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EGR 쿨러에 유입되는 냉각수 양이 다른 브랜드 차종의 절반에 불과해 약간의 과부하에도 EGR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여유설계가 부족해 엔진에 가해지는 부담도 클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BMW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현재 BMW본사가 EGR 밸브 공급사와 소송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는 국내 부품사의 EGR 쿨러를 원인으로 삼고 있다.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부품사를 희생양 삼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의 기자회견에서는 어느 BMW 임원이 한 말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 내용은 이랬다. “유독 한국에서 BMW 화재가 많이 발생한 건 잘못된 운전 습관과 과도한 장거리 운행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는 BMW의 리콜에 따른 각종 의구심을 해결할 민관民官 조사단을 꾸렸다. 올해 말까지 화재의 원인과 대안을 찾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소프트웨어의 결함이 맞다면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로 인한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결함 은폐로 인한 자동차 관리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재발 막으려면 제도 개선해야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2ㆍ3차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이 제품의 결함을 은폐하거나 고의적으로 누락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책임 소재도 기업에 물어야 한다. 또한, 문제 발생 시 정부가 한발 앞서 개입하는 적극적인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소비자 보호의 첨병 역할을 하는 집단 소송제 도입 등 손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BMW 차량 화재사건의 1차전이 끝나고 본격적인 2차전이 예고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정은 험난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신뢰할 만한 원인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 BMW코리아의 20년간 노력이 BMW본사의 차량 결함으로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 믿을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BMW도 책임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국토부도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 국민들은 신속, 정확하고 신뢰성 높은 결과를 바라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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