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친기업 정책도 고용 못 늘렸다
MB 친기업 정책도 고용 못 늘렸다
  • 임종찬 기자
  • 호수 306
  • 승인 2018.09.20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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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도 성장은 답일까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이다. 따라서 기업을 키우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이 논리에서 출발한 게 이윤주도 성장론이다. 문재인 정부가 고용 낙제점을 받으면서 이윤주도 성장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윤주도 성장론은 고용에 유효한 전략일까.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주창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고용 성적표는 어땠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윤주도 성장의 결과물을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꺼냈다.[사진=뉴시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꺼냈다.[사진=뉴시스]

최근 ‘고용쇼크’를 겪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 투자로 전략을 바꿔야한다”는 의견도 거세지고 있다. 단순하게 말해, 이윤주도성장으로 회귀하자는 거다.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면 고용이 늘고 일자리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유효한 전략일까.

한국은 이윤주도 성장을 경험한 적이 있다(문민정부 이후). 이명박(MB) 정부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임기 내내 철저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 dly)’ 정책을 펼쳤다. 법인세 인하,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가 대표적이다. MB정부는 대기업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치우고 문턱을 낮춰줬다. 그 밑바탕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고용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았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당시 58.3%였던 고용률은 같은해 6월 최고점(60.8%)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1월엔 56.8%까지 떨어졌고, 임기가 끝나는 2013년 1월엔 57.7%를 기록했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도 2008년 2월 45.5%에서 2013년 1월 43.1%로 2.4%포인트 떨어졌다. 청년 실업률은 같은 기간 7.4%에서 7.5%로 0.1%포인트 올랐다. 이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윤주도 성장의 최대 수혜자였던 대기업은 채용문을 좀처럼 열지 않았다. 가령, 삼성전자의 매출은 2007년 63조1759억원에서 2012년 141조2063억원으로 123.5% 늘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는 8만4721명에서 9만254명으로 6.5%(553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매출이 123.0%(21조4683억원→47조8728억원) 증가했지만 직원수는 2810명에서 3306명으로 17.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시 시가총액 상위 10대 그룹의 고용유발계수도 2007년 1.17포인트에서 2012년 0.78명으로 줄었다(CEO스코어 자료). 10억원을 벌면 평균 1.17명을 고용하던 기업들이 고용인원을 0.78명으로 줄였다는 얘기다.

물론 MB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노동부는 2010년 2월 ‘2010 고용회복’ 사업을 1년간 실시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구직자와 중소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뒤 서로를 중개해주는 것이었다. 구직자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엔 지원금을 줬다. 구직자의 재직일수에 따라 최소 30만원(1개월)에서 최대 180만원(1년6개월)까지 받을 수 있었다. 취업자의 장기근무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MB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4만2279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중소기업의 고용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졌다. 2010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의 정규직 전환 지원 예산으로 일반회계 1245억원, 고용보험기금 3931억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세액 공제 혜택도 사라졌다. 중소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노동자 1인당 30만원씩 법인세를 감면 받을 수 있었던 정책이었다.

자연스럽게 정규직 전환율이 줄었다. 근속기간 1년6개월이 넘은 근무자, 이른바 인턴기간이 끝난 이들의 정규직 전환율은 19.2%에 불과했다(2012년 12월 기준). 그대로 계약을 종료하는 이들도 전체의 58.7%에 달했다.

‘임금 양극화’도 심해졌다.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월 200만7000원(2007년 8월)에서 246만2000원(2012년 8월)으로 45만5000원 오른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같은 기간 127만9000원에서 139만8000원으로 11만9000원 올랐다.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격차도 72만800원→106만4000원으로 벌어졌다.

그러자 취업과 고용 불안을 걱정하던 청년들은 ‘안정된 직장’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2008년 9급 공무원 공채의 경쟁률이 49.1대 1에서 2012년 72.1대 1로 가파르게 오른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주상영 건국대(경제학) 교수는 “당시 중소기업 처우가 열악해지면서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에 쏠리는 현상이 더 심해졌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정부에서 취업난을 더 조장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고용쇼크가 오로지 소득주도 성장론 때문이라는 주장은 과하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접고 이윤주도 성장론을 택하더라도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 경제는 수십년째 ‘고용 없는 성장기’를 겪고 있어서다. 당장 풀어야 할 과제는 구조개혁이다. 인재가 필요한 중소기업에 ‘사람’이 몰릴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기업 스스로 ‘고용없는 성장’의 문턱을 넘으려는 시도를 꾀해야 한다. 이게 답이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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