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은 단 한번도 울리지 않았지만 …
‘경적’은 단 한번도 울리지 않았지만 …
  • 김정덕 기자
  • 호수 307
  • 승인 2018.09.2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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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ㆍ도로연결사업의 현주소

2006년 제진(남)~금강산(북) 철로가 놓였다. 그런데 이 철로를 지나간 기차는 2007년 북한의 시범운행을 제외하면 단 한대도 없었다. 지난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됐다. 핵심사업은 동해안과 서해안에 긴 철로를 까는 것이다. 과연 이 철로에서 기차가 경적을 울릴 수 있을까. 시장은 ‘신중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냉정한 시그널을 취재했다. 

남북경제협력은 외형적 성과보다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내실에 초점을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남북경제협력은 외형적 성과보다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내실에 초점을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4월과 5월에 이은 세번째 만남. 귀빈을 맞이한 북한과 달리 남측에선 큰 박수도 환호성도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또 하나의 결과물을 내놨다.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19일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이다. 

이번 선언을 통해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핵시설 영구 폐기 등 추가 조치가 가능하다는 뜻도 담았다.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내놨다는 의미가 크다. 덕분에 “‘완전한 비핵화’ 없이 퍼주기식 경제협력은 있을 수 없다”던 수많은 언론의 목소리도 조금은 잦아들었다. 속도감 있게 남북경제협력을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은 나름 조성된 셈이다.

4월에 발표된 ‘판문점 선언’과 달리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선 남북경제협력에 관한 내용이 유독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경협이 전제돼야 교류와 협력이 풍성해지고, 군사적 긴장감도 완화된다는 건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북경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시장의 기대감도 모두 현실로 되는 걸까. 꼭 그렇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일단 남북한이 경협의 최우선 과제로 배치한 철도ㆍ도로연결사업부터 좀 뜯어보자. ‘평양공동선언’엔 “상호호혜와 공리공영 바탕 위에서 교류ㆍ협력을 증대하고, 민족경제 균형발전 위한 실질적 대책을 강구할 것”을 약속하면서 “2018년 내 동ㆍ서해선 철도ㆍ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착수”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3대 경제벨트(동해권 에너지ㆍ자원벨트, 서해안 산업ㆍ물류ㆍ교통벨트, DMZ 환경ㆍ관광벨트)’를 통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동ㆍ서해선 연결이란 바로 ‘동해권 에너지ㆍ자원벨트’와 ‘서해안 산업ㆍ물류ㆍ교통벨트’를 만들자는 거다.

‘동해권 에너지ㆍ자원벨트’엔 금강산~원산~단천을 거쳐 나선까지 동해안선을 만들어 향후엔 러시아를 연결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부산부터 러시아까지 육로가 이어지는 셈이다. ‘서해안 산업ㆍ물류ㆍ교통벨트’엔 수도권~개성공단~남포~평양~신의주를 연결하는 계획이 들어있다. 그러면 목포에서부터 중국까지 이어진다. 결국 남북한이 교통 인프라 연결부터 하겠다는 얘기다.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이 현실화된다면 그 경제적 파급력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 자체의 경제적 효과만을 따져 보면 크게 득得될 건 없다. 2017년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47년까지 30년간 ‘7대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했을 때 남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성장 효과는 총 169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참고 : ‘7대 남북경협사업’이란 개성공단사업, 금강산관광사업, 철도ㆍ도로연결사업 등 3대 경협사업,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을 위해 실행된 경수로사업,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강하구 공동이용사업, 조선협력단지사업, 단천지역 지하자원개발사업이다.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은 금강산관광사업, 개성공단사업, 경수로사업과 함께 남북간 합의로 실행된 적이 있다. 다만 나머지 3개 사업은 계획 단계에서 중단됐다.]

이 가운데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의 누적성장효과(2018~2047년)는 총 94조2000억원이다. 하지만  남한의 누적성장효과는 1조6000억원인 반면, 북한은 92조6000억원이다. 초기 건설기간에는 남한의 성장효과가 높지만, 완공된 후에는 북한의 성장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주식시장 남북경협주 가운데 철도ㆍ도로연결사업 수혜주가 토목건설과 철도교통시스템 등에 편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철도ㆍ도로연결은 ‘징검다리’ 

물론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을 통해 광물자원 등을 들여올 수 있고, 이를 통해 원료 수입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조차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포스코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육로를 통한 철광석 수입 비용은 해상 수입 비용보다 훨씬 높고, 적재량도 많지 않아 되레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남북경협을 통한 에너지 수입비용 절감을 얘기하는 곳들이 많은데,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은 북한에 더 이로운 사업이란 얘기다.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논외로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다. 가장 큰 리스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다. 2017년 9월까지 북한의 핵실험이 계속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를 가했고, 우리도 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남북 경협의 발목을 꽉 잡고 있는 안보리 결의안은 ‘2375호’다. 유류와 섬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이지만 여기엔 “북한과의 합작사업 설립ㆍ운영ㆍ유지를 전면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을 두고 “유엔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남북한 정부가 경협을 원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등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예외가 있다.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사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유엔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엔안보리에서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이 잘 진행돼도 변수는 남는다. ‘정권’이다. 특히, 남한의 경우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대북정책 기조가 순식간에 바뀌어 왔다. 2006년 제진(남)~금강산(북) 철도가 연결됐지만 시범운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단 한번도 기차가 달리지 못했던 것, 2004년 문을 연 개성공단이 2016년 문을 닫은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은 남북경협의 중요한 ‘열쇠’다.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다른 사업들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서도 철도ㆍ도로연결사업 다음으로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이 거론돼 있다. 앞서 언급한 KIEP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사업의 남한 누적성장효과는 159조2000억원으로 남한이 남북경협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사업이다. 

미국 설득이 열쇠

금강산관광사업 역시 4조1200억원의 누적성장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말하자면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은 남북경협의 첫 단추인 셈이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30일(월) 건설업(10.19%), 철강ㆍ금속(6.13%), 기계(2.69%), 전기ㆍ가스(2.64%) 등 남북경협주는 급등했다.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SK증권에 따르면 경협주로 분류된 44개 종목 가운데 평양공동선언이 있던 9월 19일 상승 마감한 종목은 3개에 불과했다. 전체 종목 평균 수익률도 -3.8%였다. “신중하라.” 철도ㆍ도로연결사업을 향한 시장의 시그널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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