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동조합, 순수한 노조냐 또 하나의 귀족노조냐 
포스코 노동조합, 순수한 노조냐 또 하나의 귀족노조냐 
  • 김정덕 기자
  • 호수 309
  • 승인 2018.10.0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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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노조 기대와 우려

9월 출범한 포스코 노조를 바라보는 눈은 기대와 우려 두개다. 진보진영은 “50년 만의 노조”라면서 반기고 있다. 하지만 또하나의 귀족노조가 탄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다. 이전보다 선명성이 약해진 민주노총이 통제하지 못하는 노조가 또 출범했다는 걱정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포스코 노조의 기대와 우려를 취재했다. 

지난 9월 17일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17일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17일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다. 노동계는 물론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까지 나서 ‘50년 만의 노조 설립’이라면서 이를 반겼다. 

사실 포스코에 노조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87년 시작된 민주화 바람(노동자 대투쟁)을 등에 업은 포스코 노동자들은 1988년 한국노총 계열의 첫 노조를 설립했다. 이 노조는 조합원 수가 최고 2만명을 넘기도 했지만 몇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1991년 노조 간부의 금품수수 사건 이후 노조원들이 대거 탈퇴해서인데, 이면에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와 포스코의 대대적인 노조 탄압과 회유 등 노조 와해 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포스코 노조는 조합원이 10명 안팎에 불과한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연명해왔다. 

지난 9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재출범을 알리면서 “포스코는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다”면서 “‘무노조’란 노동조합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회사가 그 어떤 대가나 비용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 노조의 수차례에 걸친 조직 재건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직장 내 갑질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갑질문화를 토로하는 이들이 등장했고,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한편에선 “꿈의 직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무슨 노조냐”는 비판도 내놓는다. 하지만 겉으로 포장된 포스코의 이미지와 내부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노동자들이 SNS 단체방에서 거론한 직장 내 갑질이나 부당노동행위는 일류기업을 표방하는 포스코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일례로 야근을 마친 노동자를 불러세워 놓고 ‘반성회’라는 걸 통해 자아비판을 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있으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노조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원론을 굳이 꺼내들지 않더라도 포스코 노조의 필요성은 이미 충분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포스코 노조의 재탄생을 마냥 반겨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년 넘게 민주노총에서 활동해온 한 노동운동가 A씨의 말을 들어보자. “포스코에 민주노조가 생기는 건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노동운동 전반에 미칠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한편으로는 걱정이 더 크다.” 또다른 노동운동가 B씨도 “포스코 노조가 임단협 투쟁에만 몰두하는 또 하나의 대기업 귀족노조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포스코 노조 우려 많은 이유

노동운동가들이 우려하는 이유를 정리해보면 크게 두가지다. 먼저 정치권과 다를 바 없는 민주노총 지도부다.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여러 정파로 쪼개져 있고, 각 정파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각자 자기편(조합원 수)을 늘려 내부권력을 잡는 게 지상과제가 됐다. ‘전체 국민의 권익보호’라는 대의大義는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정치권과 똑같다. 조합비는 세금이고, 조합원은 표다. 그 과정에서 소규모 노조나 비정규직 노조는 외면 받는다. 노조에서부터 귀천이 생기는 거다. 이래서야 노동운동이 제대로 굴러가겠나.” 

과한 지적일까. 그렇지 않다. 대의명분 없이 잇속만 챙긴 것은 물론 정파간 알력다툼까지 벌어진 단적인 사례가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2016년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금 8억원을 받아쓰고도 제대로 감사조차 하지 않은 일이다. 이듬해 서울시가 논란이 된 지원금을 주지 않으려 하자 이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였다. 민주노총 규율위원회는 당시 서울본부장(서형석 전 본부장)의 징계 절차를 밟았지만 지도부 내부의 알력다툼 끝에 제대로 된 징계는 없었다. 

노동운동가 A씨는 “현재 민주노총이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된 투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슈가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내부 결속이 되지 않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 노조를 둘러싼 아귀다툼까지 벌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다음 대선에서 정권만 바뀌어도 민주노총은 큰 타격을 입고 분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우려는 귀하신 몸이 된 대기업 노조들이 대의명분을 잃은 상급단체의 말을 듣겠냐는 거다. 노동운동가 B씨는 “포스코 노조 역시 상급단체의 말을 듣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 “대기업 노조가 상급단체의 연대제의조차 외면하고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올해 초 한국GM 측이 ‘한국 철수’라는 배수진으로 정부와 줄다리기를 펼칠 때, 한국GM지부는 21개 요구사항을 주장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장은 맨 뒤에 배치했다. 지난 5월 정부가 한국GM과 6조9000억원의 빚탕감과 8000억원의 출자전환을 약속해 한국GM의 발목을 붙잡아 놓자, 한국GM지부는 부평공장의 2교대 근무를 1교대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에도 비정규직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없었다. 현재 한국GM 비정규직들이 여전히 해고의 벼랑 끝에서 투쟁하는 이유다. 

예는 또 있다. 지난 2년간 금속노조에 가입하려던 자동차판매연대의 노력은 올해 5월에야 결실을 맺었다. 원인은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반대였는데, 정규직 판매사원과 대리점의 비정규직 직원이 영업의 경쟁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은 포스코 노조의 출범을 반기지만, 각자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사진은 9월 17일 한국노총이 주축이 돼 열린 포스코노조 재건추진위원회 발족식.[사진=연합뉴스]
진보진영은 포스코 노조의 출범을 반기지만, 각자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사진은 9월 17일 한국노총이 주축이 돼 열린 포스코노조 재건추진위원회 발족식.[사진=연합뉴스]

모두 비정규직 철폐와 처우개선을 위해 연대를 강조하는 민주노총 총연맹의 취지와 어긋난다. 노동운동가 B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그 자체로 힘이 있어 연대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강력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대의명분을 쌓지 않는다면 산하 노조를 통솔하기는 더욱 어렵다. 노조원들도 ‘누가 연대활동을 잘하느냐’보다 ‘누가 임단협 투쟁을 잘해서 우리 호주머니를 더 잘 채워줄까’에 더 관심을 둔다. 각 기업 노조는 이런 요구를 충족해주고 자리를 유지한다. 상급단체는 대의명분으로 산하 노조를 이끌고 통합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상급단체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흐린 물 안에서 결국 포스코 노조 역시 내 밥그릇만 챙기는 또하나의 ‘귀족노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노조, 기대와 우려 사이

그렇다고 우려만 나오는 건 아니다. 희망도 있다. 민주노총 내부의 혼란과 대기업 노조의 밥그릇 싸움 속에서도 포스코 노조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어서다. 포스코 노조가 출범한 지 이틀 뒤인 9월 19일, 포스코 노조는 광양제철소 정문 앞 4거리에서 ‘대국민 신고식’을 가졌다.

이날 포스코 노조 대표로 참석한 김찬목 수석부위원장은 “회사 안의 개혁뿐만 아니라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주춧돌이 돼달라는 기대가 높다는 걸 잘 안다”면서 “귀족노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게 노조살림을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대기업 노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거다. 그는 “그동안 회사 노조를 대신해 회사의 낡은 관행에 맞서온 하청지회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의 열악한 삶도 정성껏 보듬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포스코 노조는 이런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역설적이지만 이 질문의 답은 ‘민주노총’이 갖고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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