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상 소유자가 내 집 맘대로 팔았다면…
명의상 소유자가 내 집 맘대로 팔았다면…
  • 이동주 변호사
  • 호수 333
  • 승인 2019.04.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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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❻ 복잡한 명의신탁

현행법상 명의신탁은 불법이다. 그렇다면 명의를 빌려준 이가 부동산을 맘대로 팔아도 부동산 실소유자는 항변할 권리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달랐다. 명의를 빌려준 이는 ‘횡령죄’로 처벌하고, 부동산 실소유자에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줬다. “불법을 용인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끊이지 않자, 대법원 판례도 뉘앙스가 달라지고 있다. 이동주 변호사와 더스쿠프(The SCOOP)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 여섯번째 편이다. 

명의신탁은 부동산 투기와 탈세 수단으로 악용돼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의신탁은 부동산 투기와 탈세 수단으로 악용돼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한채를 보유하고 있는 김철수씨는 박민규씨로부터 집을 구매하기로 했다. 세금이 부담스럽자 김철수씨는 동생 김철민씨의 명의로 집을 구입했다. 그런데 다른 이웃이 동생에게 달콤한 유혹을 건넸다. 웃돈을 얹어 줄 테니 집을 팔라는 거였다. 동생은 집이 자신의 명의로 돼있으므로 팔아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팔았다. 이 사실을 안 형은 “이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부동산 명의신탁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명의신탁이란 자신의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하는 걸 뜻한다. 사회 곳곳에선 탈법의 온상으로 악용되는 편이다. 비교적 손쉽게 재산은닉과 탈세를 벌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그 수가 더 가파르게 늘어났을 공산이 크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통하고 있어서다.

명의신탁은 명백한 위법이다.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은 ‘소유권의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간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실소유자의 소유권을 인정해왔다.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대법원에선 흥미로운 풍경이 연출됐다. 명의신탁 부동산의 등기 회복을 두고 다투는 두 사건을 둘러싸고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한 사람의 소유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게 과연 옳은가를 짚고 넘어가자는 차원에서다.

명의신탁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설명이 많다. 대법원 공개변론 이슈를 다루기 전에, 우선 법부터 살펴보자.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부동산 실소유주(명의신탁자)나 자신의 명의로 대신 등기를 해 준 사람(명의수탁자)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부동산 실소유주에게는 부동산 가액의 최대 30%에 이르는 과징금과 더불어 명의신탁관계가 해소할 때까지의 이행강제금까지 추가로 부과된다.

하지만 이런 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 그럴까. 이번엔 명의신탁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명의신탁 유형은 민법상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2자간 명의신탁’. A(부동산 실소유주ㆍ명의신탁자)가 가진 부동산을 B(대신 등기 해주는 사람ㆍ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다. 여기에 한사람이 더 추가되면 ‘3자간 명의신탁’이다. A가 C(부동산 전 소유주ㆍ매도인)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명의를 B 명의로 하기로 한 경우다.

이상한 명의신탁 법체계 

세번째 유형은 ‘계약명의신탁’이다. A가 C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A 자신이 부동산을 취득하는 걸 숨기고 B를 매수인으로 내세우는 경우다. B가 전면에서 매수인인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C는 A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C가 처음부터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는 3자간 명의신탁과는 구분이 된다. 계약명의신탁은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2자간 명의신탁과 3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B가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A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계약명의신탁을 했을 때에도 B가 등기를 한 시점부터 A는 부동산 소유자로서의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이런 법적 관계가 미묘하게 변한 건 2002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 이후부터다.

대법원은 당시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무효가 되므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A)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법을 어기고 B 명의로 부동산을 샀어도 B 명의로 등기가 유지돼있는 한 A가 명의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값을 지불한 게 A이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B가 A 몰래 해당 부동산을 매도하면 횡령죄로 처벌돼온 이유다. A는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도 있게 됐다. 불법임에도 한국사회에서 명의신탁이 횡행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또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2월 열린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2자간 명의신탁과 3자간 명의신탁의 상황에서 부동산 실소유주가 등기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주된 쟁점은 ‘명의신탁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뒤집고 다른 이의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했을 때 원소유주가 소유권을 되찾을 수 없다고 판결하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부동산 실소유주가 소유권이나 등기이전청구권 자체를 인정받기 어렵게 될 게 뻔해서다. 당연히 실소유주는 소유권 반환 청구를 할 수 없고, 등기명의자가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해도 횡령 혐의로 처벌받지 않는다. 

명의신탁 부동산 누구에게 가나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추정할 순 있다. 대법원은 최근 “3자간 명의신탁에서 부동산은 임의로 처분한 등기명의자에게 ‘횡령죄’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는 명의신탁 자체를 불법으로 봤다는 뜻이다. 부동산 큰손들은 그동안 명의신탁이란 불법제도를 악용해 재산을 불려왔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의 뉘앙스가 바뀌면서 실소유주가 ‘부동산의 권리’를 주장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상태라면, 지금이라도 실제 권리관계에 맞게 등기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없는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게 좋다. 혹시라도 발생할 막대한 불이익을 피하려면 말이다. 
이동주 변호사 djlee@zen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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