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알뜰주유소 vs 브랜드폴주유소 가격비교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무풀주유소(브랜드가 없는 자영주유소)보다 비싸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지식경제위원회)은 7월 31일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렇게 발표했다. 알뜰주유소가 알뜰하지 않다는 일침이었다. 지식경제부(지경부)의 해명은 다음과 같았다. “일부지역에서 알뜰주유소가 무폴주유소보다 비싼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와 무폴주유소의 가격비교는 자영주유소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접근성이 낮고 주유소 간 경쟁이 없다는 특수성이 있어 통계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

기름값 싸지 않은 알뜰주유소

▲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알뜰주유소와 브랜드폴주유소는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알뜰주유소가 무폴주유소보다 비쌀 수도 있다”는 이채익 의원의 주장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비교대상을 제대로 골라 달라는 것이었다. 무폴주유소와 고속도로 주유소를 제외하면 브랜드폴주유소만 남는다. 최소한 브랜드폴주유소보다는 알뜰주유소가 싸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The Scoop는 브랜드폴주유소와 알뜰주유소의 L당 가격을 비교했다. 서울시와 6개 광역시, 그리고 경기도에 있는 알뜰주유소와 브랜드폴주유소 각각 96곳 총 192곳을 대상으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알뜰주유소는 전혀 알뜰하지 않았다.

서울과 6개 광역시에 있는 48개의 알뜰주유소 중 비교가 가능한 37곳의 가격을 검토했다. 알뜰주유소가 싼 곳은 전체의 43.2%인 16곳에 불과했다. 14곳은 브랜드폴주유소가 더 쌌고, 나머지 7곳은 가격이 같았다.

 
경기지역의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총 78개 알뜰주유소 중 같은 조건으로 비교가 가능한 59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47.5%인 28곳만 브랜드폴주유소보다 가격이 쌌다. 25곳은 비쌌고, 6곳은 가격이 같았다.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싼 곳은 전체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속도로 주유소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경기도의 고속도로 주유소 6곳 중 하남시 만남EX알뜰주유소를 제외하곤 알뜰주유소가 모두 비쌌다.

알뜰주유소와 브랜드폴주유소의 가격차이가 100원에 달할 것이라는 정부 예상도 빗나갔다. 대도시와 경기권 알뜰주유소의 평균 가격은 1987원, 브랜드폴주유소의 평균 가격은 1992원이었다. 고작 5원 차이다. 알뜰주유소와 브랜드폴주유소 가격차이(싼 정도)를 평균치로 따져보면 각각 33원(0.37%)과 18원(0.08%)이었다. 15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구나 대도시에서 L당 50원 이상 낮은 가격을 받는 알뜰주유소는 6곳뿐이고, 100원가량 차이가 나는 곳은 단 1곳에 그쳤다.

대도시보다 알뜰주유소가 더 많은 경기권에서 50원 이상 가격경쟁력을 가진 알뜰주유소는 5곳, 100원가량 차이가 나는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브랜드폴주유소 중에도 50원 이상 가격이 낮은 곳은 5곳, 100원가량 차이가 나는 곳은 3곳으로 알뜰주유소와 같은 수치를 보였다.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브랜드폴주유소보다 쌀 것이라는 지경부의 주장과는 달리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을 두고 ‘실패’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일부 알뜰주유소 업자는 “최소한 20~30원 정도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 같고 정품인증도 받을 수 있으니 신뢰감도 형성돼 매출도 더 늘었다”고 말했지만 이런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알뜰주유소 업주들은 “알뜰주유소로 바꿨지만 가격변화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시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석유공사에서 15~20원가량 싸게 들어올 때도 있지만 석유공사에서 공급하는 가격이 항상 싼 것은 아니다”며 “제휴카드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까지 사라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석유유통 구조부터 손봐야
문제의 핵심은 알뜰주유소 가격이 정부의 예상처럼 국민이 실감할 만큼 싸지 않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무조건 싸지 않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사실 알뜰주유소 정책은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컸다.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면 브랜드폴주유소가 반발할 수 있는데, 4대 정유사가 알뜰주유소에만 낮은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할 수 있겠냐는 주장 때문이었다.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을 삼성토탈과 GS, 현대오일뱅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4대 정유소 중심의 석유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알뜰주유소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알뜰주유소업계의 주장
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경부는 9월 6일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발표해 혼합판매, 전자상거래 구매와 같은 공급다변화 등 보완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근본적인 처방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공급가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단기간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조치는 당장 취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같다“고 말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